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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 nudge 이넛지 Dec 14. 2021

스테이블코인, 제도권으로...

국경없는 화폐의 시대

스테이블코인, 과연 어떻게 될까

11월1일 미국 재무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통화감독청(OCC) 등이 함께 하고 있는 대통령산하 워킹그룹(PWG)에서 스테이블코인 보고서를 발표했다. 주요 스테이블코인이 작년 대비 500%나 증가하여 10월말 기준 1,270억 달러(약 150조원)를 초과했으니 금융당국이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노릇이다. 자칫 잘못하면 코인런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어쨌든 이제라도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이해하고 규제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감을 잡을 필요가 있겠다. (늘 생각하건데 규제 사각지대는 기회 영역이지만, 어느 정도 커지면 결국 규제의 칼날이 노리고 있기도 해서, 그 시점을 바라보고 있자면 흥미롭다. )

주요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출처: 스테이블코인 보고서)


스테이블코인 정의 및 종류

PWG보고서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의 정의는 "국가 통화 또는 기타 기준 자산에 비해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디지털 자산"이다. 이제 암호자산(crypto-asset)이 아닌, 디지털 자산(digital asset)이라는 용어를 본격적으로 쓴다는 점에서 가상자산이 이제 제도권으로 본격 진입하는 변곡점에 와 있다는 생각이 든다.

Stablecoins are digital assets that are designed to maintain a stable value relative to a national currency or other reference assets.


스테이블코인은 주로 미국 가상자산거래소에서 다른 디지털 자산의 거래, 대출 또는 차용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주로 사용된다. 법정화폐처럼 가격 안정성을 제공하면서 편리하게 디지털 자산거래를 하기 위해 주로 쓰인다. 가격 안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담보를 통해 가격의 안정을 유지하거나 알고리즘을 통해 발행량을 자동 조정해야한다.


그래서 스테이블코인의 작동 메커니즘에 따라 3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참고사이트: Investopedia)


1)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 암호화폐 발행을 위해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를 보유고로 한다. 은행예금처럼 달러를 준비금으로 예치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테더(USDT)가 대표적인 예다.

2) 암호화 담보 스테이블코인: 다른 암호화폐의 지원을 받아 보유한다. 다만 법정화폐와 달리 암호화폐는 변동성이 크므로 담보를 과도하게 제공해야하는 점이 단점이다. 예를 들어 예치한 암호화폐의 50%만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준비금으로 보유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MakerDao의 DAI가 있다.

3) 무담보(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준비금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중앙은행과 같은 작동 메커니즘을 사용한다. 합의 메커니즘에 따라 코인의 공급을 늘리거나 줄이는 등 조정한다.


스테이블코인, 왜 필요한가?

스테이블코인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한다고 하니 투자의 수단도 아닌데, 왜 필요한걸까? 그 해답은 가상자산 거래 및 가상자산거래소에 있다. 예를 들면 비트코인으로 벌어들인 일부 이익을 실현하고 싶다면 매도하고 법정화폐로 받으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자금세탁방지법부터 시작해서 전통적인 금융시스템과 암호화폐 사이에 왔다갔다 할 시간에 결국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하는 편을 선택하게 된다. 11월 기준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스테이블코인과 다른 암호화폐 사이의 교환 비율은 거의 80%에 달한다. 법정화폐인 달러는 14.75%, 유로는 3.19%에 불과하다. 테더(USDT)의 경우 63.23%로 가장 많은 차지를 하는 것을 보면 이미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상당수는 스테이블코인인 테더를 신뢰가능한 자산으로 여기는 것을 알 수 있다. (참고: The Block)


가상자산거래소에서 페어링되는 볼륨(출처: The Block)

현재처럼 페어링되는 자산의 용도 외에도 결제수단으로 가능해진다면 충분히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PWG 보고서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이 규제가 잘 된다면, 보다 빠르고, 효율적이며, 포용적인 결제옵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결제수단으로서 스테이블코인의 폭넓은 사용으로의 전환은 네트워크 효과 또는 스테이블코인과 기존 사용자 베이스 또는 플랫폼과의 관계로 인해 급속히 이루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If well-designed and appropriately regulated, stablecoins could support faster, more efficient, and more inclusive payments options. Moreover, the transition to broader use of stablecoins as a means of payment could occur rapidly due to network effects or relationships between stablecoins and existing user bases or platforms.


준비금에 대한 규제 無

그런데 은행도 아닌 민간기업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은 정말 담보를 잘 예치하고 있을까? 은행의 경우 지급 준비금, 예금자보험 등 뱅크런을 대비한 각종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만, 이들 스테이블코인은 현재 규제가 전혀 없다. 스테이블코인의 대표격인 테더가 올해 5월에 공개한 자산 내역서에 따르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75.85% 뿐이다. 이 중에서도 현금 3.87%, T-bill 2.94% 뿐이며, 65.39%가 상업어음이다. 충분하지 않은 준비금이라고 지적 당했다.

테더가 공개한 자산 내역서

8월10일 Moore Cayman 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를 통해 테더는 6월말 기준 준비금 현황을 더 자세히 공개했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85%로 증가했지만, 상업어음의 비중은 여전히 많다.


현재 대세는, 은행 수준의 규제적용

결국 정부 입장에서는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에 대한 준비금, 유동성, 자본요건 등을 정의내리기 위해서 '은행' 수준의 기관으로 제한하여 법정화폐와 동일한 규제를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PWG보고서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을 보험에 가입된 예금기관으로 제한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다만 이에 대해 의원들마다 의견이 달라서, 전통적인 금융회사인 은행에만 스테이블코인 발행권한을 줄 것인지, 민간 스테이블코인 발행회사를 은행과 동일하게 규제할 것인지는 지켜봐야할 것 같다.


참고로 일본의 경우, Nikkei Asia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 대하여 은행과 전신 송금회사로 제한할 것을 암시했다.  


물론 기타 의견으로는 스테이블코인을 증권법으로 적용한다는 의견이 있다. 올해 8월 Aspen Security Forum에서 SEC 의장 게리 겐슬러의 발언을 보면 스테이블코인은 암호화폐간의 거래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스테이블코인을 증권이나 투자회사로 볼 수 있다고 말했고, 이 경우라면 투자자 보호 적용 및 증권법이 적용될 확률도 있다.



국경없는 화폐의 시대

스테이블코인을 공부하면서 찾아본 것은 화폐의 역사에 관한 책이다. 금본위제부터 시작해서 영국 파운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를 차지하기까지 수많은 일들이 있었다. 리만 브라더스 사태나 현재 코로나에 직면한 상황에서 미국은 언제나 시중에 더 많은 돈을 풀어 위기를 극복하려고 했다. 기축통화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사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암호화폐가 대체투자의 대안으로 급격히 부상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미국, 기축통화 위상을 지키기 위하여

미국은 디지털 화폐(CBDC)를 활용해서 기축통화의 위상을 지키려고 애쓰는 것처럼 보인다. 무한한 달러 공급을 통해 이제까지 위기를 잘 넘어간 것처럼, 디지털 화폐(CBDC)와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 금융시스템에서도 과연 지금처럼 가능할지 두고 볼 일이다.  


비트코인이 기축통화의 자리를 넘본다?

화폐 시스템과 관련하여 최근 본 가장 신박한 생각은 비트코인 신봉자(?)로 보이는 바티아다. 그 저서 '레이어드 머니 돈이 진화한다'보면 과거 화폐부터 현재 디지털 화폐에 이르기까지 '계층 화폐'로 설명한다. 달러가 전세계 기축통화로 자리잡으면서 전세계 준비금의 역할을 한다. 따라서 과거 금이 차지했던 제일 상단의 통화 피라미드에 미국채가 위치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모습이다. 가장 하단에 위치한 은행예금이나 MMF가 현금성 화폐 수단을 대신한다.

미 달러화 시스템


저자는 비트코인에 대한 신뢰(?)와 함께 미래에 비트코인이 세계 기축통화의 모습을 한 채, 그 하위에 중앙은행, 가장 하단에 스테이블코인이 자리잡고 있는 그림을 예상 시나리오로 그렸다. 비트코인이 통화 피라미드의 제일 상단에 위치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지만, 스테이블코인이 하단에 자리잡고 있는 모습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생각한다. 각 은행(또는 민간 발행업자)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이 법정화폐의 자리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을지라도 같이 공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닉 바티아가 그리는 미래의 모습


닉 바티아가 말하는 것처럼 목적이나 용도에 따라 각각의 화폐를 사용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앞으로 모든 화폐는 디지털 지갑으로 보관하는 디지털 토큰으로 바뀌고 여러 종류의 전자화폐가 동시에 통용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세금 납부와 각종 정부 지원금 수령은 자국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CBDC를, 이자 수익 목적으로는 스테이블코인을, 중립화폐로는 BTC를 사용하는 등 한 종류의 화폐가 독점적으로 강제 통용되는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 펼쳐질 것이다.


혁명적인 변화의 시점

과거 금본위제에서 브레튼우즈협정으로 미국 달러화 중심의 사회가 된 것처럼, 이제 디지털 화폐가 화폐 시스템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스테이블코인이 그 시작으로, 전통적인 화폐 시스템에 진입하는 일이 내 눈앞에 벌어지고 있다. 마치 화성으로 가는 여행상품 티켓을 끊는 것 마냥 국경없는 화폐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흥미롭다.


어쩌면 스테이블코인에 기존 시스템을 적용하여 종이화폐를 준비금으로 보유하면 충분하다는 논리나, 시장 자유 경쟁체제하에서 민간 발행업자간의 경쟁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논리까지, 모두 답없는 선택지에서 시간만 허비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자산이 제도권에 연착륙하는 이 시점에 열띤 논쟁을 벌이는 이유는 국가권력, 기축통화의 위상과 관련있는 통화의 문제라서 그런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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