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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 nudge 이넛지 Jan 18. 2022

디지털 화폐, 게임판도의 변화

소매용 CBDC가 야기하는 은행의 탈중개화

소매용 CBDC, 난 반댈세.

최근 미국의 Tom Emmer 공화당 하원의원이 연방준비은행의 소매용 CBDC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연방준비은행이 은행을 대신하여 은행계좌를 직접 제공할 경우 사용자의 개인식별정보 수집 및 거래 추적 등 정부의 통제가 더욱 확대되기 때문에 중국의 디지털 권위주의와 다를바 없다고 비판한 것이다.


(출처: 한국금융연구원)


CBDC 유형

중앙은행이 은행을 대신한다고? 일단 CBDC에 대해 알아야 한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를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라고 부르는데, CBDC는 다시 4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 우선 계좌로 볼수 있는 계정형과, 거래가 가능한 토큰형으로 분류된다. 사용주체가 금융기관인지 일반 개인인지에 따라 도매용과 소매용으로 다시 분류가 된다.

- 계정형의 경우 계정 도용을 방지하기 위해 신원정보 확인이 필수다. 반면 토큰형의 경우 디지털 화폐가 위폐인지 아닌지 여부가 중요하다.

(출처: 한국금융연구원)

Tom Emmer의원은 소매형 계정형, 중앙은행 개인계좌 (DCA)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미국은 아직 CBDC 출시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으며, 현재 CBDC에 대한 탐색 중이다. 최근 파월 의장이 수주 내 연방준비은행이 CBDC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할 것이라고 언급했기 때문에 CBDC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된 상태다.



선진국이 CBDC 도입을 머뭇거리는 이유

개발도상국은 기존 지불 시스템을 대체하거나 보완하고 금융 포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CBDC를 발행하려는 강력한 동기를 가지고 있지만, 선진국은 그렇지 않다. 현금이나 카드로 결제하는데에 문제가 없고, 은행계좌를 소유하지 못한 금융 사각지대도 미미하기 때문에 CBDC 도입이 무조건 필요하다고 볼 수는 없다. (물론 미국의 경우 중국이 CBDC 도입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에 견제하기 위해 서두를 필요가 있겠지만) 어쨌든 그런 이유로 현재 CBDC를 출시한 유일한 나라는 eNaira를 사용하는 나이지리아뿐이다.



영국 상원의원, 소매형 CBDC 문제 제기

따라서 미국, 유럽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CBDC로 인한 이점과 파급효과 등을 충분히 따져보고 있다. 영국 역시 마찬가지다. 영국 상원의원에서도 소매형 CBDC가 큰 이점이 없다며 오히려 재정적 안정성과 개인정보 보호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1월13일 발표했다.


소매형 CBDC 도입에 따른 위험과 시사점

현재 제도권에서 규제되지 않는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 자산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금융 안정성에 대한 위험으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전세계적으로 국가 화폐도 디지털화하여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나 이것이 완전한 대응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입장이다.


특히 CBDC 도입에 따른 위험과 시사점은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은행의 탈중개화(disintermediation): 은행계좌가 CBDC 계좌로 대체되는 경우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은 아직 불분명하지만, 재정적 불안정성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2) 사이버 보안: 문제가 생길 경우 개인 계정이 손상되며, 중앙 집중화된 시스템은 공격에 취약할 수 있다.

3) 개인정보 보호: 중앙 집중 시스템에 대량의 개인 데이터를 저장하고 추적 가능성 및 투명성과 같은 기능으로 인해 개인 정보 보호 관점에서 위험하다.


따라서 영란은행이 예금의 20% 이상이 CBDC로 전환될 경우 은행 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평가하기 위해 추가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고 시사점으로 밝혔다.


은행의 탈중개화가 관건

도매용 CBDC의 경우 금융기관 및 기타 승인된 이해관계자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 중개화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운영상의 문제를 제거한다. 오히려 금융기관 간의 거래에만 사용되므로 증권 거래 및 결제 효율성을 향상시키므로 이견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매용 CBDC는 일반 개인이 액세스할 수 있어 은행의 탈중개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파급효과가 훨씬 클 수 밖에 없다.


국가간 동상이몽

게다가 각 국가는 모두 다른 속내를 갖고 있다. 중국은 미국 달러 패권에 도전하기 위하여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맞춰 CBDC를 공식적으로 상용화해 전세계 CBDC 주도권을 잡겠다는 생각이다. 미국은 기존의 달러화 패권을 유지하고 암호화폐 등의 도전에 통화기반이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 CBDC 도입을 고려 중이다. 유럽이나 영국은 달러 기반 금융세계에서 벗어나 CBDC를 통해 자유로운 무역 및 투자 채널을 개방하고 싶어한다. 또한 홍콩, 싱가포르의 경우에는 금융 서비스 프론티어로서 다음단계를 포착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민간통화는 용납할 수 없어

어쨌든 CBDC도입을 검토하는 국가의 공통점은 암호화폐 등의 민간 통화가 국가 통화 시스템에 대한 실존적 도전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CBDC 도입을 통해 화폐 시스템의 독점을 유지하고 싶어한다. 물론 엘살바도르처럼 자체 화폐 시스템이 약한 경우에는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를 통화시스템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이미 대형 기술회사는 은행과 경쟁할 만큼 충분한 기술을 가지고 있어서 자체 디지털 통화를 발행하려는 수요가 꽤 있다. 대표적인 예가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이 2017년 Libra 프로젝트(전세계를 상대로 유통시키려고 했던 암호화폐) 추진 시 미국정부는 민간통화와 경쟁해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엄청난 견제를 했고, 결국 페이스북은 2020년 12월 Libra를 스테이블코인 형태인 Diem으로 변경하기에 이른다.


미국의 경우 최근 보고서를 살펴보면 스테이블코인이 달러화를 기반으로 하므로 이를 은행 수준으로 규제하면서 CBDC도입은 천천히 하려는 계획이었을 수 있다. 그래서 스테이블코인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 그 어느 나라보다 더 깊이 연구한게 아닐까 싶다. 그러나 스테이블 코인의 무서운 성장규모나 중국 CBDC의 상용화 속도를 보면서 결국 CBDC 도입을 늦출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할 CBDC 보고서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참고 글: 스테이블코인 규제 관련]


중앙은행의 선택

닉 바티아는 그의 저서 <레이어드 머니 돈이 진화한다> 에서 CBDC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중앙은행은 소매용 CBDC와 도매용 CBDC 중 무엇을 발행할 것인가? 둘 중 하나를 시도하거나 두 개를 모두 시도할 수도 있다. 도매 CBDC는 은행의 역할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다. 또한 수백만명을 대상으로 할 필요 없이 소수의 은행을 사용자로 선택할 수 있으므로 실제 환경에서 신기술을 시험해볼 최고의 방법이 될 것이다. 소매 CBDC는 중앙은행이 은행들이 아니라 일반 시민과 직접 상호작용하는 권한을 갖는 것이므로 화폐정책 개념을 바꿔놓을 가능성이 있다. 중앙은행마다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할 것이다.  


암호화폐, 스테이블코인 등 전세계적으로 막을 수 없는 돈의 흐름에 각국 중앙은행까지 나서서 디지털 통화를 발행한다면, 과연 소매용 CBDC는 솔루션이 될까? 은행이나 신용카드 네트워크의 탈중개화가 이루어지면 일반 개인들은 낮은 거래 비용이나 속도 측면에서 만족할 수 있겠지만, 모든 거래정보가 국가 감시 하에 놓이는 더 큰 위험을 감수할 만큼의 이점일까?


탈중앙화 시대, 오히려 중앙집중화의 아이러니

소매용 CBDC 도입으로 은행의 탈중개화가 오히려 중앙은행의 집중화를 야기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탈중앙화 개념이 난립하고 있는 세상에 CBDC가 오히려 정부의 디지털 권위주의를 뒷받침하는 수단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마치 마이데이터로 '나' 자신의 데이터의 주권을 강조하면서 결국은 금융기관에 나의 모든 금융정보를 다 공개하는 것과 같은 아이러니한 기분이랄까.



■ 참고 보고서

- 한국금융연구원, '중앙은행 디지털통화 발행의 편익 및 유의점'

- 한국금융연구원,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와 국경간 거래'

- House of Lords UK, 'Central bank digital currencies: a solution in search of a problem?'


■ 참고 기사

- UK and US stuck on CBDC hypotheticals as developing nations plow ahead with testing

- Rep. Emmer Makes Huge Statement On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 THE NEW WARRIORS ON THE CURRENCY BATTLEFIELD: CBD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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