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JP모건이 디센트럴랜드에 오닉스(Onyx)라운지를 오픈했다. 오닉스는 2020년 출범한 JP모건의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전담 사업부의 명칭이며, 일본 하라주쿠를 본따 만들었다는 디센트럴랜드의 Metajuku에 오닉스 라운지가 들어섰다. 라운지 1층에는 호랑이 한마리가 어슬렁거리고 암호화폐에 내재가치가 없다는 소신을 밝힌 CEO Jamie Dimon 초상화가 걸려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전문가의 설명이 나온다. 아직은 쇼잉 점포일 뿐이다.
왜 디센트럴랜드야?
JP모건 보고서에는 메타버스를 웹2와 웹3으로 구분했고, 세컨드라이프, 로블록스, 포트나이트를 웹2의 가상세계로 본다. 웹3의 가상세계는 '공간'개념이 들어간 가상 부동산 플랫폼- 디센트럴랜드, 더 샌드박스, 솜니움 스페이스, 크립토복셀을 꼽았다. 즉, JP모건은 웹3의 가상세계에서 금융을 지원하는 금융회사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메타버스를 웹2와 웹3으로 나누어 생각한다면 이런 그림일까? (출처: JP모건)
이더리움 기반의 메타버스, NFT 활성화
메타버스 웹2와 웹3의 가장 큰 차이점은 플랫폼의 운영방식, 즉 중앙 집중화 여부다. 웹2에서는 중앙 집중화된 플랫폼이 존재하고 그곳에 데이터가 쌓이고, 신용카드/체크카드와 같은 전통적인 방식의 결제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웹3의 메타버스는 탈중앙화를 표방하며, 암호화폐를 사용하여 NFT 형태의 토지를 사고파는 방식이다. 따라서 P2E의 형태로 게임하듯 NFT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는 조건이다.
메타버스에서의 금융이란?
JP모건이 생각하는 메타버스의 기회는 금융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이다. 디센트럴랜드나 샌드박스에서 토지를 사고 개발하는데 드는 비용을 대출하고, 가상부동산의 임대수입을 관리하는 등의 현실세계에서의 금융의 역할이 가상세계에서도 필요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또한 웹3에서는 법정화폐가 아닌 각 플랫폼마다 자체 토큰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쯤되면 그런 생각이 든다. 해외여행을 다니다보면 가장 불편한 것이 환전이다. 환전하고 남은 돈은 집안 구석 어딘가에 돌아다니기 마련이고. 이제 메타버스 세상에 입장하기 위해 토큰이 필요하고, 어딘가에서 환전해야한다. 토큰이 남으면 또 어딘가에 예치해야하고. 이 모든 것이 디지털로 이루어지는 세상에서 블록체인/가상자산 회사와 금융회사들은 어떻게든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는 사실이다. 개인뿐 아니라 대기업들까지 메타버스 세상을 준비하고 있으니, 금융 인프라는 필연적일 수 밖에.
가상 부동산에 진출하는 대기업들
메타버스 열풍은 가상 부동산의 열기로 이어지고 있다. 대기업들의 샌드박스 또는 디센트럴랜드의 토지 매입 소식이 계속 들려오는 것을 보면, 현대판 봉이 김선달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메타메트릭스솔루션에 따르면 4대 메타버스 플랫폼의 가상 부동산 판매액이 2021년 5억100만달러에 달하며, 올해 1월 이미 8500만달러를 넘어섰다고 한다. 올해 가상 부동산 판매액은 그 두배인 1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디센트럴랜드 가상점포 오픈
삼성전자도 1월 디센트럴랜드에 가상의 점포 '837X'를 오픈했다. 미국 뉴욕시 워싱턴스트리트 837에 위치한 실제 매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다. 방문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신제품에 대한 체험 뿐만 아니라 NFT 이벤트를 통해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면서 마케팅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 현실세계의 우리는 마우스와 키보드로 가상세계를 탐색하는 아바타를 움직여야 하며, 아직은 직관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삼성이 지난주 새로운 갤럭시 스마트폰 출시행사를 디센트럴랜드에서 벌였으나, 기술적인 문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벤트에 접근할 수 없었다. 오히려 불쾌한 고객경험을 만들었으니, 시기가 너무 성급하지 않았나싶다.
삼성 이벤트에 실패한 고객들의 평가(트윗 캡쳐)
대기업들의 러쉬
디센트럴랜드 외에도 샌드박스가 현재 대기업들과 손을 잡고 가상세계를 확장하려는 움직임은 어마어마하다. 구찌도 샌드박스에 땅을 사고 메타버스 진출을 본격화했다. 구찌는 제페토, 로블록스에서도 너무 열심인 브랜드라 샌드박스와 협업한다는 것이 그리 놀랍지 않다.
맥도날드와 맥까페도 미국 특허상표청에 10개의 상표출원을 신청했다. 가상 식음료 제품을 NFT로 판매하거나, 가상배달을 특징으로 하는 온라인 가상 레스토랑 등을 포함한다. 상표권 변호사인 Josh Gerben이 트윗에 말한 것처럼 메타버스 세상에서 시간을 보내다 배가 고프면 메타버스 세상속 맥도날드에 가서 주문하면 얼마 후 집으로 배달될 날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수도 있다.
워너뮤직그룹도 보도자료를 통해 샌드박스에 콘서트 중심의 테마파크를 건설하고 있음을 밝혔다. 샌드박스는 3월에 워너뮤직그룹 테마파크 근처의 땅을 판매할 계획이라고 하니, 가서 임장해야되나 싶을 정도다.
승자 독식 플랫폼의 세계
가상 부동산을 투기로 보는 다수의 시각이 존재하는 가운데, 대기업들은 왜 이러한 투기 열풍에 뛰어들었을까? 메타버스 시대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함인지, 독특한 고객경험을 통한 홍보 방안인지, 모두가 앞뒤 가리지않고 메타버스 시대가 곧 올 것처럼 뛰어들고 있어 무섭기까지 하다.
가상 부동산도 결국 '승자 독식'의 플랫폼 비즈니스로, 살아남은 어느 하나의 플랫폼만이 이러한 제국을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들이 선택한 플랫폼이 승자에 해당한다면 투자가 되고, 사라진다면 투기가 되는 것인지, 개인과 마찬가지로 기업들 또한 투자와 투기의 경계에서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다.
심리스한 세계, 메타버스 시대의 도래
메타버스로 현실과 가상세계의 구분이 애매해지는 순간이 오면, 우리는 정말 심리스한 세계에 살고 있다고 말하게 될까? 스마트폰으로 배민에 주문을 하지 않아도,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가상점포를 찾아가 주문하면 현실세상의 우리집에 배달이 되는 시대가 온다면 말이다.
발명을 돌이킬 수는 없다.
작년에 메타버스가 유행하는 무렵에 내가 집어든 책은 <인간은 언제부터 지루해했을까>였다. 파스칼이 말했듯 '방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인간이란 존재는, 팬데믹이라는 위기를 만나 이제 메타버스 세상에서재미를 추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 당시 메타버스에 대한 생각을 담은 브런치글 "국내 메타버스 열풍의 이면" 처럼, 기존의 레거시를 지닌 금융회사가 진입하기에는 메타버스와 결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커뮤니티, 소셜 등 메타버스의 가치사슬을 생각하면 금융회사가 이러한 역할과는 거리가 있다고. 그래서 JP모건은 현실세계와 동일한 금융 지원의 역할을 시작점으로 잡았는지도 모른다. 그것 또한 블록체인/가상자산 회사들이 더 잘 할 수 있는 일인지 모르겠지만.
옥스퍼드대학교 철학과 교수 닉 보스트롬은 "꺼낸 공을 다시 넣을 능력이 인간에게는 없다"며, 발명할 수는 있지만 발명을 돌이킬 수는 없다는 의미를 담아말했다. 블록체인, NFT, 웹3, 메타버스까지 우리는 이제 이 모든 것을 향해 갈 수 밖에 없게 된 것인지 모른다. 그것이 더 나은 세상을 추구하는 발명품처럼 보인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