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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 nudge 이넛지 Apr 13. 2022

가상 부동산, 갖고싶은데요?

아직 남아있는 부의 사다리일까? 신기루일까?

메타버스 부동산 열풍

부동산 가격이 급등해서 내집 마련조차 힘든 세상에서, 가상 부동산*이 난립하니 너도 나도 메타버스에서라도 내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인지 달려들고 있다. 현실과 똑같이 메타버스 세상에서 청약을 하고, 강남과 같은 노른자 땅을 갖기 위해 몰려드는 현상을 보고 있자니, 이건 또다른 경쟁의 시작인가 싶다.


*가상 부동산: 메타버스 속 가상의 부동산을 의미하며, NFT 등으로 사고팔 수 있다. 대표적으로 디센트럴랜드, 더샌드박스, 솜니움 스페이스, 어스2 등이 있다.


실물 부동산뿐만 아니라, 가상 부동산도 급등

CFTE보고서에 따르면 디센트럴랜드와 샌드박스의 가상 부동산 가격은 작년 대비 급등했다. 21년 1월부터 10월까지 필지당 평균가격은 0.53ETH였으나, 21년 11월부터 22년 1월까지 평균가격은 3.25 ETH가 되었다. 이게 말이 되는건가?

메타버스 부동산 가격 추세 (출처: CFTE 보고서)


현실에서 내집 마련도 어려운데 가상 부동산까지 이 모양이니, 세상의 모든 부동산 가격은 다 오르는 것인가? 현실 세계에서의 부동산은 물리적인 공간으로, 우리가 자고, 일하고, 먹고 놀기 위해 필요하다고 하지만, 메타버스에서의 부동산은 여가를 즐기기 위함 아닌가? 대체 사람들이 이처럼 투자(?)에 나서는 데에는 이유가 뭘까?


실물 부동산 vs. 가상 부동산

우선 부동산 가격발생 요인을 보면, 실물 부동산의 가격발생요인에는 유용성, 유효수요, 상대적 희소성, 이전성이 있다.

1) 유용성: 부동산을 소유하고 이용함으로 얻는 효용성을 말한다. 주거지, 상업지, 공업지 등으로서 공간이 인간의 욕망을 만족시키는 정도를 말한다.

2) 유효수요: 지불능력을 갖춘 소비자만 살 수 있다.  

3) 상대적 희소성: 인간의 욕망에 비해 부동산은 상대적으로 희소하다. 토지는 한정적이니까.

4) 이전성: 법적으로 양도가 가능한 권리 이전을 의미한다.


가상부동산은 어떨까?

1) 유용성: 재미와 경험과 같은 부차적인 효용이 있다.

2) 유효수요: 지불능력이 되는 개인 및 기업들은 메타버스 공간을 소유할 것이다.

3) 상대적 희소성: 현실에서는 토지가 제약요건이지만, 가상 공간은 무한정 제공 가능하다. 그러나 플랫폼에서는 상대적 희소성을 위해 한정적으로 제약을 만들 뿐이다.

4) 이전성: NFT를 통해 현재 가상 부동산을 사고 팔 수 있으며, 이는 블록체인에 기록된다.


결국 가상 부동산도 실물 부동산과 같이 유용성과 희소성을 잘 봐야한다. 물론 사람들의 기대감 - 웹3.0, 토큰 이코노미, 그리고 메타버스 결합으로 인한- 때문에 너무 높은 가격이 형성되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단순히 부동산이 아닌, 채널까지!

어쨌든 단순히 부동산은 아니다. 가상의 공간에서도 물리적인 공간처럼 유용성이 있어야 한다. 즉 기꺼이 즐길거리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누군가는 가고싶고 사고싶은 공간이 되고, 그렇게 시세를 형성한다.


예를 들어 더샌드박스에서는 16만6,464개의 가상부동산 LAND가 존재한다. NFT로 정해진 숫자만큼 민팅했기 때문에 땅은 한정적이다. 랜드 NFT를 소유하면 더샌드박스 커뮤니티 일원이 된다. 그래서 랜드홀더가 되면, 땅을 소유하기 때문에 자기가 만든 게임을 출시할 수 있다. 땅은 한달에 한두번 정도 분양하는 식으로 판매를 하는데, 샌드박스의 기축통화인 샌드토큰으로 살 수 있다. 만약 분양을 받지 못하더라도, 2차 마켓인 오픈씨에서 살 수 있다.


스눕독 X 샌드박스

스눕독은 샌드박스의 땅을 사서 파트너쉽을 맺고, Snoopverse를 기획중이다. (NFT에 미친 스눕독은 샌드박스 외에도 음악앨범도 NFT로 내고, 레이블사도 NFT 레이블사로 전환한다고 하는 등 다양하게 활동 중이다.) 그는 이미 10,000개의 아바타를 만들었고, 두가지의 NFT를 판매하고 있다.(early aceess pass/ private party pass, 각각의 NFT에 따라 혜택이 다르다.)

스눕독 X 샌드박스 (출처: 샌드박스 게임 홈페이지 캡쳐)


프리미엄, 이미 붙었다고?

메타버스에서는 어떤 땅이 비싼 땅이 될지 모른다. 허허벌판인 도시에 어떤 건물이 들어설지 모를 때와 마찬가지다. 그러나 만약 스타벅스가 입점할 때, 사람들이 기대하는 바와 같이, 스눕독과 같은 크리에이터가 땅을 사면, 그것 또한 호재가 되는 것이다.


스눕독 팬은 스눕독의 가상공간 옆의 땅을 무려 45만 달러를 지불하고 샀다. 현실세계에서의 이웃은 될 수 없어도, 가상세계에서의 이웃은 될 수 있는 노릇이다! 그것이 팬덤 때문인지, 상권 형성에 대한 기대로 투자의 목적인지는 모른다. 다만 스눕독이 더샌드박스에서 벌이고 있는 프로젝트에 사람이 몰릴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벌써부터 주변 땅은 시세 대비 비싸다! (이미 프리미엄 붙었음;;)



중요한 건 플랫폼

가상 부동산에 관심이 있다면 어쨌든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이 플랫폼으로서 살아남느냐다. 신규 유저가 더 이상 유입되지 않는다면 투자한 돈은 증발할 수 있고 지속가능하지 않은 구조다. 전형적인 폰지 사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너무 섣불리 가상 부동산 열풍에 휩쓸리지 않을 필요가 있다. 세컨드라이프처럼 플랫폼이 서비스를 종료하거나 세컨서울*처럼 임직원의 일탈이 있을 경우,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세컨서울은 서울 전역을 가상부동산 타일인 694만개의 대체불가능토큰(NFT)으로 나누어 타일 구매자들이 가상 부동산을 통해 투자, 임대, 광고수익 등을 얻도록 개발했다. 타일당 액면가가 1만원이었으니 전체 가상부동산은 약 694억 규모였고, 작년말 사전신청 가입자가 25만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였다. 그러나 회사 대표 및 일부 임직원이 서비스 런칭 전 100억대 타일을 사전 배분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모회사 엔비티은 이들을 형사고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리고 가상 부동산에서 무엇을 하려고 하느냐, 플랫폼의 운영 방향, NFT 활용 용도 등은 기본으로 알아야 한다. 플랫폼이란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야 더 많은 사람이 유입되고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 단순히 부동산 매매만 하다 끝난다면? 내가 그 부동산의 끝을 잡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플랫폼 사라지면, 내 부동산도 gone~)


가상 부동산에서의 프리미엄

어스2와 같이 현재 우리 세상을 디지털 트윈한 경우, 뉴욕 타임스퀘어나 강남처럼 금싸라기 땅은 디지털 세상에서도 비싸다. 그런데 왜 현실 세상에서의 금싸라기 땅이 디지털 세상에서도 프리미엄을 갖아야하는지 생각해 보았는가? 단순히 픽셀에 지나지 않는 그 땅을 현실에서 소유하지 못했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프리미엄을 주고 사는 위안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만약 어스3, 4가 나오면 그 플랫폼에서도 그 땅을 갖기 위해 경쟁할 것인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활성화

메타버스는 누군가와의 연결, 재미를 추구하는 게임, 토큰 이코노미를 통한 부가적인 활동이 중요하다. 크리에이터들은 가상부동산 NFT(땅)를 사고 자신의 콘텐츠를 업로드하거나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다. 샌드박스의 경우 직접 게임을 만들든, 콘서트를 하든, 강연을 하든 크리에이터는 자신만의 채널을 갖게 된다. 사용자들이 몰리는 네트워크 효과로 가상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다면, 그에 대한 이익은 플랫폼이 아닌 땅 소유주의 몫이다. 웹3.0의 개념과 부합된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로블록스도 2019년 이전까지는 아바타 마켓플레이스에서 판매되는 모든 콘텐츠를 사내 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바타 마켓플레이스를 개발자 커뮤니티로 넘긴 후 마켓플레이스 거래가 250% 증가했다고 하니,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꽃피운 효과를 현재 로블록스 누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로블록스는 웹2.0의 플랫폼으로 그 과실을 크리에이터가 일부 가져갈 뿐이다.  

로블록스 아바타 타임라인(출처: 골드만삭스)


따라서 웹3.0에서는 NFT라는 소유권을 증명하는 디지털 증서로 인해,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기지개를 켜고 지금보다 더욱 다양한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상상해본다.


권리금을 받을 수 있는 메타버스 세상

예를 들어 현재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의 사고팔기는 원천 차단 되어 있다. 권리금 형식의 양도차익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메타버스에서는 권리금이 가능하지 않을까? NFT를 매도함으로써 내가 열심히 키워온 비즈니스에 대해 권리금을 받고 비즈니스를 양도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현실 세상에서의 권리금을 메타버스 세상에서도 받을 수 있다면, 어떨까?  


3차원 가상공간, 세대 포용력?

우리가 살고있는 세상은 3차원이지만, 지금까지 인터넷 공간은 2차원이었다. 그런데 이제 메타버스 공간은 실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처럼 3차원의 공간이다. 디지털 네이티브 Z세대는 이러한 메타버스 공간이 익숙할지 몰라도, 천리안시대부터 지금의 모바일까지 경험을 해온 베이비부머 및 X세대는 그렇지 않다. 게임 조작처럼 서툴게 메타버스 공간에 접근할 수 밖에 없다.


세대 차이는 이미 메타버스 이용현황에서 드러난다. 로블록스는 10대가, 제페토는 20대가 주된 사용자 연령층으로 조사되는 것을 보면, 가상부동산도 다를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지갑이 두둑한 자산가는 40-50대 이상이다. 메타버스는 그들을 포용할 수 있을까?


가상현실에는 세 가지 요소가 중요하다. 접속의 발전, 도구의 발전, 비즈니스의 발전, 이렇게 세 가지이다. 이들 요소들은 각자 발전하는 가운데 상호 작용하며 가상현실을 점차 고도화시킬 것이다. (중략) 이런 모습은 인터넷의 발전과 매우 유사하다. 초창기의 인터넷은 군용과 연구용이었다. 그러다가 브라우저의 발전과 함께 상업용으로 쓰이면서 폭발이 일어난 것이다. 마찬가지로 가상현실 역시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 비즈니스 가능성이 열리는 어느 시점을 맞이하면 폭발적으로 활용될 것이다. 그 시점을 결정하는 것은 접속 기술과 도구 기술의 발전 양상이다. <미래사회보고서, p.135-138>


결국 가상 부동산도 웹이 아닌 모바일에서 접속이 자유롭고, 쉽게 다룰 수 있게 된다면, 그 안의 비즈니스도 우후죽순 생겨날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 생각처럼 향후 10년 이내에 메타버스 시대가 도래할지, 그것보다 빠를지 모르지만, 이미 소비자들의 상거래 또는 게임과 같은 파편화된 활동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향후 40-50대 이상의 자산가가 메타버스에 유입되는 순간,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임은 분명하다. 다만 기술 발전에 따른 시간갭으로 20-30대에게는 아직 남아있는 부의 사다리일지도 모른다.


자, 내집마련은 못해도 가상 부동산은 살 수 있겠는가? 어느 순간 신기루처럼 사라질 플랫폼이 아닌, 메타버스 세상에 살아남아 세대를 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잘 찾아보자.



■ 참고 기사

- Is the Metaverse taking the Real out of Real Estate?

- Metaverse Real Estate: Another Crazy Crypto Market Whose Time Has Come

- Location, Location, Location: Investing in Real Estate in the Metaverse

- Digital Land Grab: Metaverse Real Estate Prices Rose 700% In 2021

- Snoop Dogg caps years of metaverse and NFT investment by dropping a music video set in his own ‘Snoopverse’


■ 참고 자료

- Real Estate in The Metaverse

- Framing the Future of Web 3.0: Metaverse Edition

- The Metaverse Explained - Deloi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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