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 nudge 이넛지 Aug 17. 2022

데미안 허스트, NFT 실험

소각해도, 사라지지않는 작품

데미안 허스트의 실험

2021년 7월 데미안 허스트는 "The Currency"라는 NFT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10,000장의 다양한 색깔의 점이 찍혀진 그림은 $2,000에 판매되었다. (그가 1,000개의 작품을 소유하기로 했으니까, 실제로는 9,000개의 작품이 판매되었다.) 작품은 비슷해 보이지만 같은 색상의 그림은 없으며, 작품의 제목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가사의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기계학습을 통해 생성된 문구이다. 각 작품은 개별적으로 번호가 매겨지고, 데미안 허스트의 초상화를 보여주는 홀로그램과 마이크로도트를 사용하여 스탬프를 찍었다. 마치 진짜 화폐인 것처럼.


데미안 허스트 The Currency 작품 (출처: HENI Leviathan)


NFT or 실제 작품, 당신의 선택은?

재미있는 것은 데미안 허스트의 그림을 구매한 사람들은 2022년 7월27일까지 선택을 해야만 했다. 실제 작품을 소유할 것인지, NFT화된 디지털 토큰을 소유할 것인지. 만약 NFT를 선택한다면 실제 물리적 작품은 9월부터 소각이 시작된다. 


데미안 허스트는 그 결과를 트위터 계정을 통해 발표했다. 5,149개의 실제 작품 vs. 4,851개의 NFT! 

49%가 NFT를 소유하기로 결정했다고? 그가 소유한 1,000개의 작품 역시 NFT로 소유하기로 한 그의 선택을 반영해서 다시 계산해보면, 5,149개의 실제 작품 vs. 3,851개의 NFT, 43%가 NFT를 선택했다. 


출처: 데미안 허스트 트위터



소각해도, 사라지지 않는 작품

사람들이 NFT에 놀라움을 표할 때 진정한 의미는,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을 NFT에 쓸 수 있는가?"하는 점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 여전히 그러한 의문을 갖고 있다. 세상의 변화에 내가 적응을 못한 것인지, 물성을 좋아하는 나의 개인적인 취향이 문제인 것인지. 


불타버린 뱅크시 작품

그가 처음은 아니다. 작년에 탈중앙화 거래소 Injective Protocol은 뱅크시 <Morons>를 95,000달러에 구입한후 원본은 소각하고 NFT로 재판매를 시도했다. 228.69ETH, 약 38만2천달러가 넘는, 구입가격의 4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판매되었다. 뱅크시 작가의 작품 소각 및 NFT화에 대한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작품은 불탔고 시장은 이를 받아들였다. 물리적 소유권이 아닌 디지털 소유권을. 물론 실제 작품이 소각되는 영상은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NFT 가격은 기록을 갱신했다.


NFT로 재탄생한 뱅크시의 <Morons>


NFT에 더 지불할 용의가 있다?

이쯤되면 실제 뱅크시 작품 <Morons>의 가격 추이가 궁금한 법이다. 웹사이트에 따르면, 2018년까지 작품가격 변화는 미미했지만, 2020년 중반부터 급상승했다. 2021년 3월 NFT로 판매된 가격이 38만2천달러, 비슷한 시기에 가장 높은 가격으로 판매된 실제 작품은 130,400파운드, 달러로 환산하면 15만7천달러. 즉 NFT 가격이 동일한 실제 작품 가격을 2배 이상 갱신했다. 


뱅크시 작품 <Morons> 가격 추이 (출처: https://banksy-value.com)


물론 <Morons>의 경우 다수의 에디션이 있어서 진위 논란이 있다. 다행히 회화가 아니라 판화라서 유일무이한 작품이 아니고, 시장에서 거래되는 작품도 상당히 많다. 하나쯤 NFT가 되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 오히려 그것을 희소성으로 받아들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멍청이를 뜻하는 작품명과 딱 맞아떨어져 보이는 이러한 쇼의 기획력은 인정해줘야할 것 같다. 물리적인 소유권보다 디지털 소유권에 더 많은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사실을, 인젝티브 프로토콜이 증명한 듯 보이니 말이다. (그들은 멍청이가 아니라 천재였다;;;)



데미안 허스트, 천재 작가?!

이번에는 작가 데미안 허스트가 직접 나섰다. 작품을 단순히 NFT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구매자가 실제 작품과 NFT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디지털 소유권이 물리적 소유권과 무엇이 다른지 묻는 그의 이번 실험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9월부터 시작되는 작품 소각 퍼포먼스는 NFT가격을 더욱 올리는 영향을 주게 될까? 더 이상 집안 어딘가 벽에 걸어놓고 그림을 보는 것이 아닌, 디지털 공간에서 친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디지털 작품이 현대 시대의 새로운 미술임을 인정하는 계기가 되는걸까. 


어쨌든 그는 물리적 소유권을 선택한 그룹과 디지털 소유권을 선택한 그룹, 두 그룹의 사람들에게 평가받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는 스마트한 예술가임에는 틀림없다. NFT 커뮤니티에 의해 그의 작품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그리고 그것이 실제 작품에 또 어떻게 영향을 주게 될지, 그의 그림 하나로 이 두 카테고리가 연결될 수 있는 법이니까. 


동물의 사체를 포름알데히드에 담가 파격 전시를 했던 그가, 이번에는 NFT를 통해 자본주의 속성을 예술에 적용하여 묻고 있다. 과연 내 작품도 화폐가 될 수 있는지. 당신은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참고 기사

Damien Hirst’s NFT Experiment Comes to an End: How Many Buyers Chose Digital Tokens Over Physical Artworks?

- Damien Hirst’s ‘The Currency’ Was a Referendum on NFTs Vs. Traditional Art. The Result? A Resounding Preference for Traditional Art

- Damien Hirst NFT – A Look at “The Currency” NFT by Damien Hirst

- Banksy art burned, destroyed and sold as token in 'money-making stunt'

- A Burned Up Banksy NFT Just Sold For $382k

이전 06화 마인크래프트는 왜 NFT에 반대했을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