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시장은 다른 영역의 생산 활동에서 창출된 소득을 재분배하기만 할 뿐 소득을 '부가'하지는 않는다. 알파를 추구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승자만큼이나 많은 패자를 만들어 내는 게임이다. - 마리아나 마추카토, <가치의 모든 것>, 2020년
15년차 직장인으로 회사를 다니면서 늘 생각하는 것은, 퇴직 이후의 삶이다. 직장을 나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 프리랜서가 아닌 이상, 내가 어떤 가치있는 노동을 제공할 수 있을까, 질문을 하게 되면 앞이 깜깜해진다. 그런 이유로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하고, 스마트 스토어에 도전하기도 하며, 부동산 임대업을 꿈꾸는 지도 모른다.
자격증은 마음의 위안일 뿐
4년 전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한 적이 있다. 그 당시에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얻고나면 마음이 편안해질 줄 알았다. 그런데 공인중개사 뿐만 아니라 전문 자격증은 필요도 없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어쩌면 자격증의 문제가 아닌 그 당시 내 마음의 안식을 위해 공부에 매진했는지 모르겠다.
그 이후에도 자격증은 몇 개 더 취득했지만, 돌이켜보면 자격증이란 내가 무언가 열심히 몰입하고 있는 상태를 증명하는 것에 불과하다. 나의 퇴직 이후의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자격증을 바탕으로 그와 관련된 일을 열심히 해야하는 것인데, 단순히 자격증만으로는 마치 수집가의 수집품목같은게 아니였을까. 그래서 더 이상 자격증에 미련을 두지 않기로 했다.
'좋아하는 일' 찾는 것 또한 숙제
남동생이 한동안 스마트 스토어에 열을 올렸다. 직장인으로서 동생 역시 스마트스토어로 소소하게 용돈을 벌어보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한둘인가. 결국 한 두가지 아이템에서 1,000원~2,000원의 이익이 발생하지만 말그대로 용돈이 된 셈이다.
직장인이 현재 직업과 별개로 사이드 프로젝트로 성공하려면, 본업만큼 신경쓰고 열심히 해야한다. 아마도 무척이나 좋아하는 일이라면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그 '무척이나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이 또 숙제다. 사이드 프로젝트가 정말 사이드가 되지 않으려면 내가 좋아하는 '무엇'을 찾아야하는데...
부동산 임대업, 높은 진입장벽
모든 직장인의 꿈 부동산 임대업, 가장 안정적인 대안이다.그런데 부부가 열심히 직장을 다녀서 집 한채 마련하는 것도 빠듯한 시국에 임대 부동산을 갖는 것이 누구나 도전할만한 꿈이었던가. 이런 큰 꿈에 도전할 수 있다면, 복받은 사람이다. 물론 시중에 부동산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의 책이 널려있다. 다만 내 지인 중에는 이 널려있는 책의 저자 또는 그와 가까운 사람도 없다는게 아쉬울 뿐.
재테크에 뛰어드는 이유
이러다보니 재테크밖에 없다며 죽기살기로 투자에 뛰어든다. 그런데 투자가 어디 쉬운 일이었던가, 어쩌면 사이드 프로젝트 이상으로 공부를 해야만 가능한 것이 투자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왠일인지, 투자는 공부부터 하는게 아닌, 일단 지르고 보는 것부터 해본다.
나 또한 금융회사에 다니기 때문에 재테크는 당연히 '잘' 하겠지 하는 고정관념을 마주한다. 그런데 지난번에 우연히 회사 직원들이 생각보다 투자하지 않는다는 데이터를 접하고서는 이러한 고정관념이 정말로 잘못된 관념임을 알았다. 나 또한 각종 금융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것과 투자는 별개다. 즉 못한다는 소리다.
재테크 역시 모든 직장인의 숙제가 되어버린 시대, 그런데 수학공식처럼 딱 떨어지는 답안이 없다. 그래서 투자는 영원한 숙제로 생각되는 것인지 모른다.
'일잘러'가 되고싶은 직장인
그렇게 돌고돌아 신성한 노동의 자리로 돌아온다. 직장인으로서 일을 잘 해보겠다며 매진한다. '일잘러'가 되기 위한 책도 읽고 자기계발도 하고 열심히 한다. 그런데 퇴직 이후의 삶, 즉 미래 시점을 고민하다가 결국은 현실로 돌아와서 현재의 삶에 충실하겠다고 하는 것이, 제대로 된 솔루션일까?
이 때의 일잘러 개념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솔루션이 될 수도 있다. <인디 워커>에서 말하는 것처럼 회사 안에서 장기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실력을 쌓거나, 회사일과 병립해서 차별적 전문성을 기르거나.
즉 현재의 삶에 충실한 노동이 아닌, 장기적으로 나에게 가치있는 스킬을 연마해야한다. 돈을 지불할 만큼의 가치 있는 스킬은 회사에서 연마시켜주지 않는다. 내가 스스로 찾아야 한다. 그것이 퇴직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직장인이 가져야 할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브런치를 쓰다보니
해외 리서치를 하고 생각을 정리하면서 브런치에 글을 남기다보니 일을 할 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많이 떠올랐다. 카피라이터가 쓴 책만 봐도 그들이 얼마나 일상에서 많은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다. 나 또한 왜 그럴까 의문을 갖고 새로운 것을 알게 되면, 자연스레 생각이 연결되어 아이디어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누가 떠먹여주는 공부가 아닌, 스스로 찾아서 하는 공부만큼은 확실한 인풋이 된다. 자격증이 아니라서 이러한 인풋이 쌓이는 것은 나만 알 수 있다는게 흠이다. 그런데 그 인풋의 힘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
오늘도 누군가 좋은 아이디어는 없는지 묻는다.회사 출근 전과 퇴근 후 공부를 통해 쌓아둔 생각에서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것을 그들은 모를 것이다. 그냥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오늘도 책을 읽고 리서치를 하고 글을 쓴다. 내 일에 대한 투자가 재테크 투자보다 수익률이 좋다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일잘러가 되는 것이 투자라고 생각하면서. 장기적으로 자립할 수 있을까 꿈꾸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