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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UU Jan 07. 2021

눈먼자들의 도시의 시각장애인

생존전문 자영업/프리랜서의 코로나시대를 맞이하는 자세

인생을 참 서툴고 아쉽게 산 저에게도 스스로 훈장처럼 생각하는 한가지가 있어요. 저의 잘못이었든 타인으로 부터 기인된 문제이든 지독하게 힘든 시절을 겪어내어본 경험,  그 힘든 시절이 준 굳은살은 2020년을 엄습한 코로나시대를 사는 저에게는 "기껏 사람답게 살만 해 졌더니 찾아온 불청객"쯤 여기게 되더랍니다. 하지만 전 그 불청객에게 소리를 지르며 원망하고 쫓아내는 것에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았어요. 그냥 언젠간 떠날 녀석 취급하며 한껏 흐트러진 세간살이를 다시 추스르고 있습니다.  모두가 힘든 시대에 나만 힘들어 봤던 생존자는 꾀나 유효합니다. 사기를 당하고 이용을 당하고 스스로 함정에 빠지며  참 바보같이 10년을 살았습니다. 그렇게 생활비를 줄이는 법, 사람들이 잘 모르는 지원금을 찾는 법, 무엇을 먼저 지출하고 무엇을 나중에 지출할지도, 돈이 없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아주 잘 알고 있어요. 그리고 조금 용기있게 먼저 금전관계에 한계가 왔고 추후 어떻게 대처하겠다는 것을 채무자에게 전달하는 것에도 부끄러움이 없어집니다.


코로나 이후로 주변을 돌아보게 됩니다. 사업을 한 뒤로 운이 좋았는지 늘 승승장구하던 친구는 지구종말을 맞이한 듯 괴로운 몸부림을 치는 사람, 직장을 잃거나 일감이 떨어져 당장의 삶에 위협이 닥친 주변이들에게 함께 앓는 소리를 하며 조금만 더 버텨보자고 이야기 하는 것이 고작이지만 말이에요.



소설이 원작인 영화 '눈먼자들의 도시'에서 도시 전체가 눈이 머는 병에 걸린 시대에 격리된 병원에 선천성 시각장애인이었던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매우 힘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미 눈먼 세상을 홀로 아주 잘 살아가고 있었으니까요. 그 장님은 점점 나쁜놈이었지만  


집합제한업종을 두개나 운영중인 저는 매출이 5분의 1로  줄어버렸습니다.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기약없는 기다림에 줄어드는 통장,  뭐라도 원망하고픈 마음, 저만의 생각은 아닐꺼에요. 


나는 이 눈먼자들의 도시에 선한 시각장애인이 될 수는 없을까?  이 상황을 잘 견뎌낼 수 있게 용기를 주는 사람말이에요.  특히 자신만의 것을 하겠노라 철로를 벗어나 새로운 삶을 도전하는 크리에이터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그래픽디자이너라는 본업에 충실하되 가끔은 서툰 글 실력이나마 에세이스트가 되어 서로의 삶을 응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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