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작 <백 년의 고독> 서평
100여 년 전의 예언에 따라 흔적도 없이 사라진 마을, 4년 11개월간 그치지 않고 내리는 비, 영혼이 깃든 자연물과 살아 움직이는 사물들, 돼지꼬리를 달고 태어난 아기와 죽었다 살아난 늙은이, 자신에게 반한 남자 모두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서 홀연히 승천한 미녀.
10만 콜롬비아인을 죽게 한 1000일간의 내전, 원주민 인구의 90%를 죽게 한 천연두, 적게는 수백, 많게는 삼천여명의 사상자를 낸 바나나 농장 학살 사건
<발췌>
신기하기 이를 데 없는 그 수많은 발명품에 현혹된 마꼰도 사람들은 어느 것에서부터 놀라야 할지 몰랐다. (중략) 마치 하느님이 인간을 놀라게 할 수 있는 모든 능력을 시험해 볼 작정을 하고서, 마꼰도 사람들로 하여금 경탄과 실망을, 그리고 회의와 터득을 끝없이 되풀이하게 해서 마침내는 이제 현실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그 누구도 확실히 깨닫지 못하게 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2권 P38
“오오! 그럼 신부님도 역시 믿지 않으시는군요” 아우렐리아노가 말했다. “뭘 말인가?”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이 서른두 번이나 반란을 일으켰고, 모두 패배를 했었다는 사실 말이에요. 군대가 삼천 명의 노무자를 몰아세워 기관총으로 난사했다는 사실, 그리고 화차 이백량이 연결된 열차로 시체를 운반해 바다에 버린 사실 말이에요” 아우렐리아노가 대답했다. 2권 P295
“본인에게 노벨문학상이 수여된 것은 단지 문학적 표현 때문이 아니라 라틴아메리카가 처한 이 엄청난 현실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중략) 나의 작품은 종이 위의 현실이 아니라, 비극적 역사를 견뎌낸 라틴아메리카의 모든 창조물의 실제 현실입니다.
우리 현실을 타인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행위는 갈수록 우리를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로 만들고, 갈수록 우리의 자유를 앗아가며 우리를 더욱 고독하게 만들고 말 것입니다.(중략) 왜냐하면 우리의 가장 큰 문제는 우리의 삶을 믿게끔 만들 수 있는 전통적인 수단이 불충분하다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친구 여러분, 이것이 바로 우리 고독의 핵심입니다. (중략) 삶을 황폐화시키는 것이 모두에게 동일하지 않다는 사실과 주체성을 찾으려는 우리의 피맺힌 노력을 잊은 채, 서구인의 잣대로 우리를 재단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마르케스의 노벨문학상 수상소감 中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억압과 수탈과 포기에 맞서 왔던 우리의 대답은 삶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홍수나 페스트, 굶주림과 대격변, 심지어는 수세기 동안 지속된 영원한 전쟁도 죽음을 초월한 끈질긴 삶의 장점을 축소시킬 수는 없었습니다.
-마르케스의 노벨문학상 수상소감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