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 시작(1)

by DJDJ

“우리 내일 파티해야 돼!”


저녁 약속이 있어 부지런히 발길을 옮기고 있는 도중에 와이프가 보내온 카톡에 쓰여 있었다. ‘무슨 일이지’, 사실 마냥 좋은 일이라고만은 생각되지 않았다.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았다.


“현정이 취학통지서 나왔어!”


순간.. 신호를 기다리던 내 심장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네가 드디어 학교를 간다니! 항상 너에게 8살이 되면, 초등학생이 되면 하고 시작했던 잔소리들이 부쩍 많아지던 요즘이었다. 마치 꿈을 꾸고 난 일들이 현실이 되어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은 신비로움이 느껴졌다. 이제 현실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자 나의 맥박이 나대기 시작했다.


솔직히, 어렸을 적 처음으로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날이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렴풋하게 네 할머니의 손을 잡고 언덕길을 내려갔던 기억이 조금 난다. 모르는 친구들과 함께 나무로 된 바닥이었던 교실에 오래된 나무 책상에 앉아있었던 어느 추운 날이 생각날 뿐이다. 막연한 두려움과 약간의 호기심 그리고 묘한 긴장감이 어우러지면서 선생님을 바라보았던 8살의 내 모습이 그려진다. 학교 문밖을 나오면 길 건너 있었던 최고급 백화점 3군데.. (단층으로 되어 있는 초라한 구멍가게 문구점들이었다. 이제는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허름함도 기억난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중에 가장 왼쪽에 있었던 문구점에서는 라면, 떡볶이 같은 분식도 함께 팔았다. 네가 다닐 초등학교는 우리 집 아파트 복도에 나 있는 창문으로 보이는 곳이다. 물론 아빠의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과는 너무나도 세상이 변해 있어서 너 혼자 초등학교를 오갈 일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시설도 무척 깨끗해 보인다. 나름 100년이 지난 유서 깊은 초등학교이지만, 우리 동네가 워낙 발전이 더딘 ‘읍’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곳이라 네 엄마가 나온 강남 8학군의 화려한 초등학교나 네 이모가 나온 추첨제 사립 초등학교 같은 곳보다는 굉장히 열악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빠가 미리 사과를 해야 한다.) 게다가 지나다니다 본 내 기억이 맞는다면 근처에 문방구도 없는 것 같았다. 앞으로 과제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건지 조금 막막한 기분이기는 하다. 이런 모습들이 너에게 어떻게 기억될 까? 아빠의 생각으로 그려내는 너의 첫 번째 기억이 너의 생각과 어떻게 다를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이런 생각들을 뒤로하고 오늘은 조심스럽지만 잔소리를 조금 해 보려고 한다. 학생의 시작, 그 마음가짐과 내가 바라는 너의 학생으로서의 모습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고 싶다. 물론, 이 글을 읽을 때쯤에는 어쩌면 학생이 아닐 수도 있을 것이고, 학생으로서의 자아가 형성되어서 이미 고치기에 늦어 있을 수도 있다. 그때는 어느 한 꼰대의 이야기로 너의 주전부리가 되어 버리겠지만, 나는 아빠니까 할 이야기는 해야겠다.


학생은 신분이자 특권이다. 딱 네가 8살부터 어느 정도의 나이가 될 때까지만 소속되어 있을 수 있는 따뜻하고 포근한 이불이다. 아직은 모르겠지만, 네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너는 그 이불을 덮고 잠을 자야만 한다. 너의 잠버릇처럼 요란하게 몸을 움직이며 침대 위를 요리조리 여행하듯 잠을 자며 이불을 발로 차 낸다 해도 아침에 눈을 떠보면 어느새 이불을 덮고 있는 것처럼(너 때문에 아빠 엄마는 지금도 밤중에 여러 번 일어나서 웅크리고 있는 너에게 이불을 다시 덮어주고 있단다.) 학생이라는 이불을 네가 아무리 발로 차려고 해도 누군가는 항상 너에게 그 이불을 덮어주기에 다시금 너의 모습은 그 이불 속에 있게 될 것이다. 그러니, 좋게 생각하자. 받아들이고 벗어나려고 하지 말아라. 어차피 그 발버둥은 소용없을 것이며, 만일 성공하여 네가 그 이불을 박차고 나간다면 세상이 얼마나 차가운지 그 이불의 품을 그리워하며 되돌아올 것을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어른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오히려 그 이불을 잘 감싸 안고 따뜻할 수 있게 잘 이용하는 것이 너의 특권이다. 이불 속의 너는 너무나도 예쁘고 편안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이 지금 당장 있는 곳, 당장 누리고 있는 것들에 만족하지 못한다. 늘 더 좋은 곳, 더 많은 것들을 찾고 자기 자신을 드높이려 한다. 그리고 지금을 벗어나 가지고 있던 것들이 과거라는 이름을 얻게 되면 그것들이 얼마나 소중했던가를 뒤늦게 깨닫고는 한다. 학생이라는 시기는 지내는 동안은 힘들고 고달프고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투덜대겠지만, 지나고 보면 이보다 아름다웠던 시절은 네 인생에서는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때의 아름다운 시절을 낭비하지 않고 더욱 학생답게 살아내는 것이 훗날 후회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럼 학생다운 것은 무엇일까? 학교에 가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그 이유를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네가 오해하면 안 되는 것이 있다.


‘결국, 공부하라는 이야기잖아...’


하고 실망하면 안 된다는 거다. 물론 공부를 하러 학교에 가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 공부가 어떤 공부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빠는 오늘 분명히 너에게 이야기한다.


“공부 잘하는 학생이 되렴!”


이건 너의 아빠가 아니다! 성적으로 너를 평가하는 아빠는 결코 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목표였다면 너는 학교에 다니지 않고 집에서 공부하는 홈스쿨 학생이 되었을 것이다. 네가 학교에 가는 이유는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법을 공부하기 위해서이다. 친구들 또는 선생님, 선, 후배들 등등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 아빠는 너를 학교에 보내는 것이다. 학생이 끝나고 네가 사회생활을 하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야생이라는 사회에 던져지게 된다. 더 이상 시설이 좋고 관리사들이 있는 동물원에서 지내는 편안한 동물이 아닌, 서로 가진 것들을 빼앗고 지켜야만 하는 무서운 사회가 너를 기다리고 있다. 물론 너도 남이 가진 것들을 빼앗고 네 것을 지켜내면서 스스로 강해지고 더 많은 기회를 갖게 됨으로 반드시 나쁘다고만 생각할 수는 없다. 그런 야생에서는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더 다양한 사람들과 생활해야 한다. 학교에서 사람들과 잘 지내는 방법을 제대로 터득하지 못한다면 야생에서는 결코 잘 지낼 수 없을 것이고 그것이 너의 남은 인생의 60년을(아마 이 시간보다도 훨씬 더 길어질 수 있다.) 외롭고 고독한 삶으로 안내할 수도 있다.


사람들과 잘 지낸다는 것에도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모두와 친하게 지내고 베스트 프렌드가 될 필요는 없다. 네가 필요하고 너를 필요로 하는 친구와 더 깊은 관계를 만들고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하는 친구들도 있을 것이다. 때로는 네가 리더로 활약을 해야 할 때가 있고 어떤 때에는 followship을 보여주어야 할 때도 생긴다. 때와 장소에 맞게 너의 인간관계의 퍼즐을 맞추어 나가면서 너 스스로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느낄 수 있도록 너의 사람 관계를 현명하게 만들어가는 공부를 하는 것이 네가 학교에서 해야 하고 꾸준히 배워나가야 할 일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그러다 보면 어느 새 현정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드러나게 될 것이다. 그것이 네 모습이다.


국어, 영어, 수학 그 공부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한번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것 또한 중요하다. 이것마저 잘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과목을 공부하는 것에 대하여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이것에 대해서는 글이 길어져 다음에 계속해서 이야기해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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