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을 줄 알았는데

by DJDJ

코로나…


20년 전 대학교 때는 그저 멕시코 물이 깨끗하지 않아 레몬을 넣어 마시는 맥주였고, 조금은 소위 잘나가는 애들 손에 들려있는 돈만 있으면 쉽게 사서 마실 수 있는 그런 존재였다.


하지만, 지금의 코로나... 너란 놈은 정말이지... 자본주의 사회에서조차 돈으로도 어쩔 수 없는 심각하고 위험한 놈이 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단언컨대, 코로나가 이렇게 위험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아픔이 되고, 또 희망이 된 건 순전히 코로나 자체가 아닌 사람들의 반응과 어쩔 수 없었던 국가의 대응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현정아, 네가 돌아오기로 되어 있던 얼마 전, 정확히 말하면 2022년의 구정 연휴가 끝나고 첫 영업일이었던 2월 3일이었다.


“여보..세요..”


막 잠자리에서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려고 마지막 꿈을 쥐어짜던 중에 전화가 걸려왔다.


“일어나 봐! 큰일 났어...”


놀란 마음에 정신을 차리고 네 엄마가 하는 이야기에 집중했다.


자가 진단키트를 통해 검사한 결과 너에게서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 이 글을 읽으면 이해가 안 될 것 같아, 잠시 설명하면, 작금의 코로나는 오미크론이라는 변이확산산 대처를 위한 방역당국의 정책 덕분에 해외 입국자는 48시간 전 PCR 검사라는 것을 해서 음성 반응이 나왔다는 증서를 소지하여야 한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다. (다른 나라의 경우에는 오미크론 유행이 정점을 지났다는 판단하에 모든 제재 조치들을 해제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아직 정점을 지나지 않았다는 판단이고 다음 달 초 있을 대통령선거 때문이라도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변화를 국민들에게 주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나 보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또, 그게 맞다고 생각하든 말든 우리는 일단 따라야 한다. 힘없는 국민이니까…)


내일 PCR 검사를 받고 3일 뒤 귀국길에 오르려고 했던 엄마와 너는 가슴이 철렁했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PCR 검사 결과는 역시나 양성…의외로 자가 진단키트는 정확했다.


“괜찮아, 현정이 잘못 아니야…괜찮아, 얼른 낫고 한국 들어가자.”


나는 물론 네 엄마도 울면서 너를 안심시켰지만, 네가 느꼈을 실망감은 어땠을까? 아직은 나 때문에 엄마도 한국에 가지 못한다는 미안한 마음까지는 들지 않았겠지만, 그래도 무언가 좌절감이라든가 혹은 코로나에 걸렸다는 공포감에서 안전하지 않았을 것이다. 멀리서 너를 생각하는 나의 마음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우왕좌왕 플러스 안절부절 못하였으니까.


그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길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다. 엄마는 음성, 너만 양성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다음 주에도 같은 결과를 얻었고, 쉽게 없어지지 않는 바이러스 조각들에 대한 기사들을 뒤적이며 마음이 어두워졌다. 네 엄마도 지쳐갔고 돌아오고 싶은 마음에 속상하고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언젠가 한 번 이야기했을지 모르지만, 네 엄마는 강하지만, 내 여자는 생각보다 그렇게 강한 사람은 아니다.)


“일주일만 더 견뎌보자.”


그나마 호텔을 좀 더 나은 곳으로 옮겼더니 분위기 전환이 되었나 보다. 다시 일주일을 살아갈 동력을 얻고, 코로나 음성을 기다리는 시간이 다시 시작되었다. 더 이상, 내가 너를 해외에 보낸 이유와 목적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아니, 어쩌면… 이것이야 말로 내가 너를 해외에 보낸 진정한 이유인지도 모른다. 계획에 없고, 생각하지도 못했던 순간 너의 삶의 길목에는 막다른 길이 나타난다. 이럴 때 주저앉아 울지 말고, 잘 헤쳐 나가는 방법을 아빠가 없는 곳에서 배워 나가는 것도 의미가 있다. 물론, 엄마가 곁에서 너를 돕고 모든 것들을 떠안고 있지만, 옆에서 그런 모습들과 그런 경험들을 네 머릿속 마음속에 잘 저장해두고 위기 극복 DNA를 잘 만들어 두기를 바란다.


그리고 드디어 어제, 검사 결과가 나의 e-mail로 도착했다. 당연히 너의 결과부터 걱정이 되어서 확인하였는데, 다행스럽게도 이렇게 적혀 있었다.


‘Not detected’


음성이었다!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바이러스가 사라졌다. 넌 매우 건강한 아이이며, 세계가 두려워하는 무서운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워서 당당히 이겨낸 몸뚱이를 갖고 있다는 것을 미국의 보건소에서 증명해 주었다.

그러나, 그다음 연속해서 도착한 너의 엄마의 결과…지금까지 음성이었으니 아무런 걱정 없이 열어 보았는데…


‘Detected’


이를 어쩌나! 엄마는 양성이었다.


서둘러 전화를 걸었다. 네 엄마는 자기는 괜찮으니 우선 너를 한국으로 탈출시키는 것이 먼저라고 이야기했다. 이전부터 이런 상황 저런 상황에 따른 시나리오를 생각해 오던 터라, 지금은 너의 귀국이 먼저이다. 처리해야 할 것들을 부지런히 정리하였다. 비행기, 숙소, 현지의 렌터카 등등…


그리고 오늘 너는 9살 처음으로 국제선을 혼자 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네가 걱정되어 나의 마일리지로 프레스티지석 승급까지 해 두었는데, 혼자 비행기를 타는 4시간 30분을 무사히 잘 견뎌 내리라 믿는다. 물론 항공사의 서비스는 문제없을 것이다. 이런 경험이 다양할 것이고, 내가 아는 한 공항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니까. 하지만 엄마의 손을 떠나면서부터 네가 겪는 그 시간들이 어쩌면 괌에서 갖는 너의 가장 강력하고 평생 잊지 못할 너만의 기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도착해서 나의 손을 잡는 그 순간까지…태어나 처음으로 겪는 너의 혼자만의 시간을 부디 멋지게 이겨내고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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