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의원면직, 기본권을 회복하다
표현의 자유 만세!
대통령과 영부인의 일로 사회 안팎이 시끌시끌하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뉴스가 포털 메인을 도배하는데 현실감이 없을 정도이다.
영화로 만들어도 넉넉히 흥미진진할 현실의 일.
40~50년 전 군사독재의 역사가 영화화되는 일이 흔한 것을 감안하면 내가 여든쯤 된 2060년엔 오늘의 정치사를 스크린에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요즘 나는 쏟아지는 정치 뉴스를 보고 이따금씩 댓글을 적는다.
국가의 심부름꾼 역할을 그만두고 나서 얻은 큰 즐거움 중 하나는 정치 뉴스에 마음 편히 댓글을 단다는 것이다.
일개 하위직 공무원에게 미치는 정치적 중립의 의무가 정치 기사에 댓글을 다는 익명의 일까지를 포함한 것은 아닐 텐데도 공무원 신분이던 그 시절, 나는 정치적 댓글을 일절 달지 않았다.
'행여라도'하는 걱정 때문에 정치를 향한 날 선 목소리는 생각에 머무를 뿐 글자가 되지 못했다.
나만 그랬을까?
공립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가까운 지인과 대화를 나누다 이런 자기 검열이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는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인 역시 찜찜함과 불안 때문에 정치 기사에 댓글 달기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많은 직업 공무원들 또한 비슷한 염려를 하며 익명의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표현하고 싶은 정치적 일갈을 삼키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스스로 채운 재갈이었는지 일리 있는 불안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에 나는 정치적 표현을 주저하였다.
그리고 지금, 나는 표현의 자유를 되찾았다!
공복의 일에서 물러나며 잃은 것도 얻은 것도 각각 많다.
잃은 것을 아쉬워하기보다 얻은 것들을 기쁘고 감사하게 여기는 편이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데 유리한 방법일 것이다. 무엇을 쓸까 고민하다 얻은 것들에 대해 써보자는 생각을 굳히고, 처음 떠오른 것이 정치적 자유였다.
나는 대학 때부터 정치에 관심이 많았고 한 정당의 당원이기도 했다.
공무원으로 임용되면서 당원을 탈퇴하겠다고 전화하던 스물여섯의 내가 새록새록 떠오른다.
제외되었던 기본권을 되찾은 기분, 기쁘고 감사하다.
내일 대통령의 기자회견에는 어떤 내용이 담길까. 궁금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