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인 ‘어디’가 펜을 드는 3가지 이유

저는 기록하는 사람입니다

by 어디

안녕하세요, 기록하는 사람 ‘어디’입니다. 누구나 가슴 속에 소중히 품고 있는 물건 하나쯤은 있겠지요. 저에게는 10년도 더 된 낡은 실리콘 필통이 바로 그런 존재입니다. 특별한 사연이 있어 아끼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예전부터 곁에 두었던 물건이 무던하게 내 곁에 있어 주었기에, 지금도 자연스럽게 그 안에서 펜을 꺼내어 하루를 시작합니다.


때때로 스마트폰 메모 앱을 켜거나 데스크톱 앞에 앉기도 하지만, 저는 주로 펜과 종이로 기록하기를 좋아합니다. 디지털의 속도보다는 아날로그의 온도가 제 삶의 속도와 더 닮아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매일 펜을 들어 종이 위에 글자를 새기는 데에는 세 가지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흘러가는 조각들을 잡아두기 위해서입니다.

우리의 하루는 수많은 기억과 인사이트, 경험으로 채워지지만, 기록하지 않으면 그 모든 것은 물처럼 흘러가 버리고 맙니다. 저는 기록을 '낚시'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두면 휘발되어 버릴 찰나의 순간들을 낚아 올려 종이 위에 앉히는 작업이지요. 그렇게 잡아둔 기록 덕분에 기쁨도, 슬픔도, 지극히 평화로웠던 일상의 평온함도 온전히 제 곁에 남습니다. 과거의 내가 남긴 기록을 들여다보며, 저는 잊고 지냈던 행복의 조각들을 다시 발견하곤 합니다.


둘째,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흔히 감정의 파도에 휩쓸릴 때 자신을 잃어버리곤 합니다. 특히 치열한 일상 속에서는 나를 제3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일이 쉽지 않지요. 그럴 때 과거의 기록은 훌륭한 '거울'이 되어줍니다. 며칠 전, 혹은 몇 달 전의 일기를 읽다 보면 마치 타인이 쓴 글을 읽듯 저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게 됩니다. "그때의 나는 이런 고민을 했구나", "이런 일에 기뻐했구나" 하며 과거의 나에게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귀한 가르침을 얻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기록은 소통의 통로입니다.

저는 제 일기를 굳이 타인에게 공개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제 아이들에게만큼은 예외입니다. "엄마의 일기는 언제든 읽어도 좋아"라고 말하곤 하죠. 훗날 제가 곁에 없더라도, 저의 기록이 아이들과 대화하는 따뜻한 창구가 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기록은 미래의 나, 혹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가장 긴 편지'일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저는 매일 펜을 들며 제 삶에 단단한 매듭을 짓습니다. 물처럼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나만의 중심을 잡고 싶은 분들과 함께, 이 기록의 여정을 계속해 나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