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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am Choi Mar 12. 2021

[비평]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피에르 바야르

제목 :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저자 : 피에르 바야르

장르 : 에세이, 인문일반 글쓰기/독서/번역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은 사람 : 책에 대해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 시간이 없는 사람, 잡학을 가지고 싶은 사람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읽지 않은 책들에 대해 성찰하고,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고 하는 말들에 대해 성차하는 일이 어려운 것은 책을 읽지 않았다는 이 ‘비독서’ 라는 개념이 불분명하고, 그래서 어떤 이가 어떤 책을 읽었다고 주장할 때 그것이 거짓말인지 아닌지 파악이 쉽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이 ‘비독서’라는 개념은 읽는 것과 읽지 않는 것, 이 양자를 분명히 구분할 수 있어야 성립되지만 사실은 우리가 텍스트를 만나느 다양한 형태들을 대부분 둘 중 어느 쪽도 아닌, 둘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즉 ‘책을 읽었다’ 와 ‘책을 읽지 않았다’ 와의 경계가 매우 모호하다는 점, 따라서 우리가 늘 이야기 하는 독서가 아닌 ‘비독서’에 대한 개념을 확실하게 제시한다면 우리는 독서라는 행위에 대해서 더욱 통찰력 있는 시각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비독서 행위를 크게 4가지로 나눠서 설명하고 있다.      


1. 책을 전혀 읽지 않는 경우     


 이 장에서 독자는 무질의 소설에 등장하는 한 인물이 말하듯이, 어떤 책을 읽는 것보다는 책들 전체에 대한 “총체적 시각”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알게 될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무질의 소설을 약간 인용하자면,     

 사실 거기에 들어서기 전에 나는 이렇게 생각했네, 만약 내가 하루에 책을 한 권씩 읽어나간다면, 물론 그로 인해 많이 구속을 받게 되긴 하겠지만 언젠가는 책들을 모조리 섭렵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지성계에 모종의 입지를 마련할 수 있을 거라고 말일세. 어쩌다가 하루씩 독서를 거르는 일이 있어도 말이야. 한데 우리의 산책이 한없이 길어지기에 사서에게 대체 이 터무니없이 큰 도서관에 책이 몇 권이나 있느냐고 물어보았을 때 그가 뭐라고 대답했는지 아는가? 자그마치 3백 50만 권 이라는 거야! 그가 그렇게 대답했을 때, 우린 겨우 70만 분의 1에 해당하는 책들을 둘러본 참이었지. (중략) 내각 생각한 방식대로 한다면, 1만 년은 걸려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겠군!     
 훌륭한 사서가 되는 비결은 자신이 맡은 모든 책들에서 제목과 목차 외에는 절대 읽지 않는 거라고 말이야. 그는 이렇게 말했네. “책의 내용 속으로 코를 들이미는 자는 도서관에서 일하긴 글러먹은 사람이오! 그는 절대로 총체적 시각을 가질 수 없단 말입니다!”     

우리가 짐작하듯 이 소설 속 사서는 책에 무관심한 사람이 결코 아니며 책을 적대시하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 그가 신중한 태도로 책 주변에만 머무르는 것은 오히려 책들을-모든 책을-사랑해서요, 그 책들 중 어느 한 책에 너무 관심을 기울이면 다른 책들을 소홀이 하게 되는 결과가 두려워서 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책을 읽지 않는 ‘독서의 부재’와 ‘비독서자’의 형태와 동기가 서로 어떻게 다른지 설명한다. 첫 번째 경우는 아예 책에 관심을 갖지 않는 사람이며, 어떤 한 책에만 관심을 기울여 다른 책들을 경시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 

 두 번째 경우는 무질의 사서처럼, 책의 본질, 즉 그 책이 다른 책들과의 관계 속에 처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책 읽기를 스스로 자제하는 사람이다. 이 경우는 무수한 일반 독서가보다 훨씬 지혜로운 태도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들보다 책을 훨씬 더 존중하는 태도라고 저자는 말한다. 


2. 책을 대충 훑어보는 경우


 이 장에서는 발레리와 더불어, 어떤 책을 대충 훑어보기만 해도 충분히 그 책에 대한 논평을 쓸 수 있으며, 어떤 책들의 경우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오히려 곤란해지기도 한다는 점을 살펴보게 된다.      

무질과 마찬가지로 발레리는 한 권의 책이 아니라 집단 도서관의 어법으로 사유하도록 부추긴다. 문학을 깊이 성찰하고자 하는 진정한 독자에게는 어떤 책 한 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책들이 중요하며, 어떤 한 책에만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그런 총체적 시각과, 그 책을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해줄 보다 폭넓은 어떤 구성에의 참여를 망실케 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데 발레리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각각의 책 앞에서도 동일한 태도를 채택하여, 그 책에 대한 전체적 시각을 갖도록 부추긴다. 이러한 관점의 추구는 책의 어떤 대목에 빠져 길을 잃지 않고 책과 일정 거리를 유지해야만 가능하며, 그래야만 책의 참된 의미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3. 다른 사람들이 하는 책 얘기를 귀동냥한 경우      

 이 장에서 움베르토 에코는 반드시 어떤 책을 직접 접해야만 그 책에 대해 자세한 얘기를 할 수 있는 건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제시한다. 그 책에 대해 다른 독자들이 한 얘기를 듣거나 쓴 글은 읽은 적이 있다면 말이다.      

책을 반드시 자신이 직접 접해야만 그 책에 대한 관념을 형성하거나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과, 따라서 독서라는 것은 결국 물질적인 책의 관념으로부터 분리되어, 얼마든지 어떤 비물질적인 오브제와의 만남을 가리키는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게다가 어떤 책에 담긴 내용에 대해, 그 책을 읽지 않고도 아주 명확한 관념을 형성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식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다른 사람들이 그 책에 대해 쓴 것을 읽거나 아니면 그 책에 대해 하는 말을 듣는 것이다. 이 방법은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해준다.     


4. 책의 내용을 잊어버린 경우


 이 장에서는 몽테뉴와 더불어, 우리가 읽었지만 잊어버린 책, 읽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책을 과연 읽은 책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독서라는 행위에 많은 이론가들이 간과하는 차원, 즉 시간이라는 차원을 덧붙여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독서는 단순히 어떤 텍스트를 인식하는 것, 혹은 어떤 지식을 습득하는 것만이 아니다. 읽기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어쩔 수 없는 망각의 흐름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또한 독서다. 

 책을 읽어나가는 중에도 이미 나는 앞을 읽은 것을 망각하기 시작하는데, 이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마치 내가 그 책을 읽지 않은 것처럼 되어버리는 순간까지, 즉 다시 비(非)독자가 되어버리는 순간까지 연장된다. 그렇게 될 줄 미리 알았다면 차라리 그냥 비독자로 머무는 편이 나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이후에도 피에르 바야르는 담론의 상황들 속에서, 즉 사교 생활에서, 선생 앞에서와 같은 상황에서 안 읽은 책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하고, 마지막으로 대처 요령에 대해서 말하며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 책을 보면 저자는 책을 굉장히 많이 읽은 것 같은 강한 느낌을 받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내 생각에는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주관적으로) 책에 대한 사랑을 읽지 말되, 책을 완벽하게 읽어야 한다는 편견을 버려야 하고, 오히려 책을 읽지 않음으로써 책을 더 사랑하고 그 수많은 책들 사이의 관계들을 파악할 수 있다는 역설을 우리에게 시사하는 건 아닌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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