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저자, 올리버 색스
제목 : 환각 :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저자 : 올리버 색스
장르 : 과학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은 사람 : 심리와 과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 특히 향정신성 물질과 환각에 호기심이 있는 사람.
이 책은 굉장히 어렵게 찾아낸 책이다. 처음에 의도는 마약의 역사와 마약의 종류, 그리고 마약에 특성에 관한 지식을 알고 싶어서 이것저것 다양한 키워드로 책을 검색해봤는데, 현재 마약과 관련된 번역서는 존재하지도 않고 양장본으로 출판사에서 나온 책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밀수 이야기도 찾아보고 하다가 찾은 게 이 올리버 색스의 「환각 :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이다.
올리버 색스는 책을 많이 읽어본 사람들에게는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다. 의학계에 대한 지식을, 특히 두뇌와 신경 분석에 분야에 어려운 내용을 교양인들을 위해 이해하기 쉽게 쓰는 장점을 가진 작가이다. 올리버 색스는 한국에서는 그래도 인지도가 있는 저자이기 때문에 많은 책들이 한국에 번역되어 있으니 앞으로 이 책을 계기로 다른 책들을 읽어봐도 좋을 듯싶다.
책에 내용은 제목 그대로 환각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환각이라는 경험을 남들에게 공유하기가 쉽지 않은 사회 환경에 살고 있기 때문에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우리는 예상하게 되는데 그는 운이 좋게도 자신의 진료실에서, 그리고 독자들의 편지를 통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 그 경험과 영향을 묘사하고 있다. 책은 환각에 거의 대부분을 다룬다고 봐도 무방하다. 환각에 대한 느낌, 감정, 그리고 발생 경위와 환자가 환각을 겪게 된 원인 분석과 실험 등등 아주 다양한 시각으로 주제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환각뿐만 아니라 환청, 환후 등 인간의 감각 양식에 오류로 나타나는 증상들을 부분별로 다루고 있으며, 마지막에는 도플갱어와 귀신, 유령 등등 신비롭고 흥미 있는 현상에 대해서 과학적인 설명을 부가하고 있다.
처음 책을 찾으려고 했을 때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책이었지만 굉장히 재미있고 도움이 되는 책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과거와 미래에도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라고 생각했던 주제에 대해서 처음으로 생각해보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무엇보다도 환각이라는 것이 나와 전혀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과 이전에 생각했던 것만큼이나 심각한 정신현상이 아니라 오히려 흥미로운 경험이 될 수도 있겠다는 안도감(?)을 얻은 것 같다.
2011년 말경, 그러한 정신이상이 에드를 엄습했다. 사람들의 환영이 주방 뒤쪽의 "비밀의 방"에서 나와 그의 아파트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내 사생활을 침입해. 내 집을 차지해. … 그들은 나한테 관심이 아주 많아. 메모를 하고, 사진을 찍고, 내 서류를 샅샅이 뒤진단 말이야." 때로는 섹스를 했다. 한 침입자는 아주 아름다운 여자였는데, 에드가 침대를 사용하지 않을 때 가끔씩 서너 명이 그의 침대를 차지하곤 했다. 진짜 방문객이 있거나 에드가 음악을 듣거나 좋아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환영은 나타나지 않았고, 에드가 아파트를 나설 때에도 따라나서지 않았다. 에드는 이 괴로운 환영들을 진짜로 여긴 나머지, 아내에게 "사무실에 있는 남자한테 커피를 갖다주구려"라고 말한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아내는 그가 언제 환상을 보는지 항상 알아챘다. 에드는 한 곳에 시선을 고정하거나 보이지 않는 존재를 따라 눈을 움직였다. 언제부턴가 그는 환영들과 대화하기 시작했지만, 사실은 환영들에게 말을 거는 것에 불과했다. 그들은 결코 응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