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식구 연대기-4
그때 다니던 3층의 유치원에선 점심식사가 제공되지 않았고 각 원생에게 집에서 밥을 싸오라고 시켰더랬다. 지금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였다. 그런 이유로 한쪽엔 밥과 다른 쪽엔 반찬을 담을 수 있는 정확하게 딱 절반으로 나눠진 도시락을 사용했는데, 쌍둥이와 나의 양쪽으로 나눠진 도시락엔 꾹꾹 눌러 담은 밥이 한가득이었다.
도시락 뚜껑을 열 때마다 꾹꾹 눌러 담긴 밥을 보면 우린 엄마의 사랑을 짐작할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반찬은 엄마표가 아니었다. 대부분의 반찬은 1층의 우리 부모님이 운영하던 무지개 슈퍼, 즉 '무지개 표'였는데, 그중 가장 많이 가져가던 것이 참치캔이었다.
가족의 모든 것을 병행하는 엄마에게 가장 만만한 것은 참치캔이었다. 당연히 우리에게도 가장 만만했던 이것에 대해 잠시 설명을 해보자면 참치 맛의 종류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오리지널과 야채, 그리고 고추맛이 있는데, 총 세 가지 맛이라 일주일의 삼일 정도는 참치캔을 돌려가며 먹어도 절대 물리지 않았다. 나머지 날들은 쌍둥이와 내가 3분 짜장이나, 카레를 들고 가면 선생님들이 데워주셨다.
그 날, 내 기억에 나는 아주 평범하리만큼 또 가볍게 무지개 슈퍼의 작은 진열장에 있던 고추참치를 들고 쌍둥이와 같이 유치원을 올라갔다. 점심 전까진 알지 못했다. 오늘의 도시락을 생각하며 혀로 입술을 핥던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요즘의 유치원에선 영어를 기본으로 하는 곳도 있다곤 하지만 옛날의 유치원에서도 그에 못지않은 많은 것들을 가르쳐 주었다. 글을 배우고 율동과 연극 비슷한 것을 했던 것 같은데, 사고 당일 그때도 쌍둥이와 나는 열심히 배우고, 춤추고 있었다. 선생님은 꽤나 잘한다며 칭찬해주었고, 저렇게 열심히 해야 점심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며 우리의 허기짐을 달래주었다. 그 말을 한지 별로 안 되어 대망의 점심시간이 되었다.
식사 시간의 우리 유치원은 원탁의 기사처럼 둘러앉고 식사를 했었는데, 그렇게 서로의 반찬을 보며 같이 나눠 먹을 때 서로는 더욱 친해질 수 있다는 원장님의 판단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날도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각자 싸온 반찬을 나눠먹고 있던 중 내가 싸온 고추참치가 내 목에 걸렸더랬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아직도 생각날 만큼 얼마나 매웠는지 목에 있던 맵기가 머리와 온몸에 뻗쳤다. 눈물과 콧물이 얼굴 전체로 범벅이 된 나는 "무, 물!"을 외치며 1층에 있던 무지개 슈퍼로 뛰어 내려갔다. 그때의 나는 일단 그곳에 내려가면 뭐든 마실 게 있다고 판단했던지 허겁지겁 내려간 카운터엔 마침 엄마와 아빠가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고, 물이 한가득 있던 잔이 내 눈에 또렷하게 보였다. 그리고 그것을 뻔쩍 들어 입으로 쏟아내는 순간!
글로써 표현할 수 없는 나는 이것을 '킄켘켘케ㅋ케켘케켘ㅋ켘'이라고 표현하겠다. 알고 보니 그것은 소주였다. 지금의 아빠 역시 식사 중의 반주를 좋아하는데, 젊은 날도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그 날, 나는 유치원에 올라가지 못했고 하루 종일 잠을 잤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