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가족 연대기-1
20대 후반까지 나는 내 부모님이 어디서, 어떤 식으로 만났는지 알 수 없었다.
관심이 없었다기보다는 나의 취조와 추궁에도 부모님은 묵비권을 강하게 행사하였고, 다만 "그때 그냥 서로 모르는 척했어야 했어."라며 말을 넘겼다. 나의 질문에 두 사람은 누군가 흔히 말하는 구렁이가 담 넘듯 넘긴 것이 아닌, 그때의 만남에 입을 굳게 닫고 말하길 거부하며 넘기고 있었다. 당연히 내 질문과 추궁의 방향은 큰 형과 쌍둥이 형에게 돌아갔지만 그 누구도 만남의 시작을 알지 못하였는데, 그렇게 이것은 미궁 속으로 빠지는 듯했다.
평생 모르고 살 줄 알았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온몸으로 겪으며 걸어온 우리 다섯 식구의 시작이자 가장 중요한 이 둘의 만남은 그저 '어떻게 하다가 만났는데, 어찌하다 보니까 너희가 태어나 그냥 여기까지 왔다.'라는 짧고도 허무한 문장으로 내 머릿속에 남아 있을 뻔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진 말이다.
어느 날, 아빠의 친구이자 별칭 '산마을 사장님'으로 불리는 분의 이야기를 가까이에서 흘려듣게 되었다. 참고로 산마을 사장님은 굉장히 게으르며 말투는 천하태평으로 정평이 자자 했더랬다. 그런 사장님은 내가 가장 궁금해하는 우리 가족의 근간인 두 남, 여의 만남과 시작의 이야기를 헛헛한 추억의 한 페이지처럼 말하고 있었다. 그때에 내 몸은 멀리 있었지만 귀는 따로 떨어져 나와 사장님의 입 앞에 매달려 있었고, 그렇게 겨우 매달려 들은 산마을 사장님의 이야기는 이랬다.
산마을 사장님과 아빠의 관계는 40년 지기라며 서로의 우정에 대해서 운을 띄우시곤, 두 분의 긴 인생과 우정 속에 '청춘'이라고 불리는 어느 시점에서 같이 산을 올랐다고 했다. 그렇게 열심히 오르는 두 친구의 뒤엔 산 중턱쯤을 넘었을 때부터 졸졸 따라오던 '두 여자'가 있었다고 한다. 당찬 두 여자는 등산 중 잠깐 만난 지금의 아빠와 산마을 사장님에게 관심이 생겼고, 그렇게 네 명의 남과 여는 서로의 관심을 티격태격으로 표현하며 산 정상까지 올라왔다는 것이었다.
무엇하나 쉽게 얻을 수 없던 빈곤의 시대를 거쳐온 그들에겐 그렇게 연애와 사랑마저도 무언가에 올라가야지만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나는 꽤 씁쓸하게 웃었지만, 다른 한편으론 만남과 관계의 시작인 산에 오르며 재잘거렸을 아름다운 청춘의 뒷모습을 떠올려볼 때 요즘 시대의 사랑과 연애 그리고 이별은 손 안의 작은 휴대폰으로 시작하여 정리되는 간편한 청춘인 것이었다.
내가 원하던 방식과는 거리가 있지만 이것이, 바로 이것이! 우리 가족의 시작이었음을 내게서 떨어져 나온 귀를 통해 겨우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우리 형제 중 누구도 몰랐던 우리의 뿌리와 근본을 찾은 듯했고, 이것은 '다섯 식구 연대기'의 시작이며 글의 첫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