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41
예전 첫 글쓰기 강의를 들으러 간 날, 현직 작가인 강사님은 자기소개와 더불어 출판업계의 이슈 몇 가지를 말씀해주셨더랬다. 그중 기억에 남는 몇 가지는 인구 5000만의 나라에서 전업작가로 먹고 살기는 굉장히 어렵다는 것과 요즘 출판물의 트렌드는 퇴사라고 하셨다. 강사님은 혹시나 이 강의실 안에 작가를 꿈꾸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다시 생각해볼 것을 권했고, 퇴사에 관한 책들을 말씀하실 때엔 질색팔색을 하셨다.
브런치에도 퇴사라는 두 단어를 검색을 해보면 많은 수의 관련 글을 볼 수가 있다. 대부분은 퇴사에 대한 고민이거나 퇴사에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 또는 퇴사 후 감정들을 공유하는 내용이다. 가끔 회사에 출근 도장을 찍으면 퇴사할 생각부터 한다는 내용도 종종 보인다.
아마 우리 대부분이 마찬가지일 듯하지만 나는 불로소득이 존재하지 않는다. 돈 나오는 구멍은 없고, 토요일 저녁에 구매하는 로또 한 장에 흥분하여 온 우주의 기운에게 기도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평범한 직장인인 나는 토요일 밤 로또를 사며 늘 속으로 빈다.
'우주야, 나를 이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 주렴... 부탁해.'
간절함이 부족한 내 기도는 늘 우주에 다다르지 못한다. 그렇게 따로 돈 나오는 구멍이 없으니 당연히 노동을 통해 돈을 벌어야 한다. 직장에서 한 달을 일하면 월마다 계산해 급여를 준다. 사회는 이것을 월급이라고 하는데, 이 월급은 동네 우물 같은 것이라 퍼가는 사람이 많다. 카드사, 통신사, 보험사, 관리비, 대출금 이자, 자동차 캐피털 등 물 맛이 어찌나 기가 막힌지 너도나도 바가지를 들이민다. 게다가 내 노동을 통해 벌었으니 나 역시 우물 맛 좀 봐야 하지 않겠는가? 외식, 커피, 영화, 담배, 술, 주유, 옷, 운동, 영양제, 경조사비, 모임, 로또 그리고 적금.
적어보니 눈시울이 붉어진다. 씁쓸하기도 하지만 다르게 보면 이것이 현실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은 부품 따위로 전락했고, 노동을 통해서만 우리의 삶을 영위할 수 있다. 그것은 더욱 심해지고 정교해져서 노동의 굴레 안에서 빠져나가기는 결코 쉽지 않다. 이런 세상에서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퇴사보단 반대로 더욱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빠져나갈 수 없는 무시무시한 자본의 챗바퀴지만 이 안에도 인간의 삶은 뚜렷하게 존재한다. 가족, 애인, 친구, 운동, 외식, 독서, 글쓰기, 취미생활, 타인과의 관계, 여행 등 말이다. 이것을 나는 절대 간과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노동은 힘들고 고되지만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들이 우리를 버티게 한다. 하지만 그것들에는 늘 '비용'이 필요하다. 어쩌면 예전과는 달리 지금 현대인의 삶은 자본 속에서 진정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브런치 속 이야기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 같다. 매일 같이 퇴사를 생각하고, 퇴사를 해야 진정으로 자유로워지며, 취업은 퇴사라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행위로 보일 정도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원하는 퇴사의 다음은 무엇일까? 다 훌훌 털어버리고 떠나는 여행일까? 평일 아침 10시 정도에 일어나 침대에서 만끽하는 포근함일까? 그것이 어떤 것이 되었든지 간에 분명하고도 확실한 것은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