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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태 Apr 27. 2024

그래도 애들은 커요

제삼자, 조카의 관점으로

바다 이모와 산 이모부는 몇 년 전 이혼을 선택하셨습니다

서로 자주 티격대는 사이였는데, 돌연 그들이 이혼을 선택하게 된 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죠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이혼을 선택했을 때, 집안사람들은 침묵했지만

이들이 이혼을 선택하고자 했을 때는 마찰이 꽤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바로 바다 이모와 산 이모부의 아들 '하늘'이의 존재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하늘이는 초등학생이었는데, 아무래도 집안사람들 눈에는

자식이 잘 자라기 위해서는 부모의 존재가 매우 중요해 보였나 봐요


제 오래된 사전에도 '가족'의 정의는 

엄마와 아빠가 모두 있을 때 일치하는 개념이었어요

때문에 집안사람들이 그들의 이혼을 곱지 않은 눈으로 볼 때도

귀만 열심히 열어두고 잘 썰린 사과만 집어서 먹었네요


더 복잡한 사정이 있었기 때문인지, 

그들의 이혼이 단시간에 이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수많은 시간이 흐를 동안 갈등의 골은 깊어졌어요

집안사람들의 개입으로 그 구덩이에 빗물이 차오르면서 

지반을 약하게 만들어버리기도 했죠


그 광경을 목도한 집안사람들은 개입을 그만두었습니다

둘은 서로의 의견을 좁히지 못했고, 

하늘이가 바다와 산을 반복해서 건너는 동안 

중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었습니다


하늘이는 그 시간을 몸소 겪으며

모바일 게임을 좋아하는 중학생으로 성장했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그렇듯, 결국은 훌쩍 커버려서

사람들이 예상한 것과는 다른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하늘이도 어딘가 엇나가있는 문제아가 아닌

평범한 중학생이 되었죠


집안사람들도 그렇게 자란 하늘이를 보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바다 이모와 산 이모부도 이혼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바다 이모는 이혼 덕분에 오히려 산 이모부와 관계가 

좋아졌다고 말합니다


그들이 힘든 시간을 버틴 끝에 구덩이가 흙으로 덮어지고

햇볕이 들면서 전보다 더 단단히 굳어지게 되었네요


하늘이는 엄마 아빠의 이혼에 대해서 말하지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집안사람들도 입을 닫았고

명절마다 모여 인사와 용돈을 교환하는 관계로 남아있습니다


이혼이 그들의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미지수이지만,

항상 음(-)의 값을 갖지 않는다는 건 

하늘이를 통해 몸소 경험했습니다


제 오래된 사전에도 업데이트 항목이 추가되었습니다

이혼의 흐름에서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지만

그 시간에서 아이도 끊임없이 성장합니다

막으려는 노력보다는, 지켜보는 게 어쩌면 더 좋은 방법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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