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여행수필 1 - 노트르담 성당이 한줌 노을이 되던 날
아무 흠이 없는 새하얀 프랑스 담배를 입에 물자 오래된 성당처럼 그들의 추억도 사랑도 어둠 속으로 사그라들었다. 저녁이었다. 그 섬의 몇백 년 된, 먼 나라 사람들의 눈물도 첨탑 위에서 무너져갔고 희미한 보름달이듯 발갛게 불타올랐다.
파리에서 한 소녀를 보았다. 열다섯 살쯤 되었을까. 소녀는 예뻤다. 주머니에서 꺼내 든 담배 같이 새하얬다. 장미 위에 뜨거운 불을 붙이고 소녀의 얼굴을 태웠다. 담배가 타오르며 그 애의 숫한 얼굴도 이파리 뚝뚝 흩어지는 슬픈 거리처럼 더렵혀져 늙어갔고, 그곳에 나선 이방인처럼 절룩거리며 불타올랐다. 언젠가 그 애도 창백한 성당과 하얬던 프랑스 담배처럼 머나먼 백골이 되어 조용히 사그라질 것을 믿었다.
소녀, 이방인, 먼 나라의 거리들, 다 타버린 성당. 이런 것들을 보름달에 묻고 싶었다. 희미한 달에서는 사십 년 된 누군가의 발자국도 그대로 남아있다는데. 그러면 소녀도 거리도 성당도 그렇게 백골이 되어버린 채로 오래 거기에 남아있을까.
숨죽여 흐느끼는 하얀 백골이 되어 이방인의 발자국처럼 영원히 거할 것이라는 한 줌의 연기와, 폐허의 미학 사라지지 않는 시 이런 것들이 되어 언제나 거기에 머무르리라는 한 대의 관념이 손가락 사이에서 조용히 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