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여행수필 3 - 로마의 노을을 녹여 초콜릿을 만들면
저녁이 슬펐던 날들이 있었다. 그런 날이면 쌉싸름한 노을이 혀끝에 녹아들곤 했다. 바티칸 쿠폴라에 올라 로마의 마지막 저녁노을에 입술을 포개며 마음주머니 속 슬픈 날들을 끄집어내듯, 코트 안에서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을 꺼내 먹었다. 노을은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처럼 아름답고 슬펐다.
노을이 슬픈 이유는 그 순간 보고 있는 노을보다 바로 전에 보았던 노을, 그리고 바로 다음에 볼 노을이 더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을이 달콤한 이유는 그 순간 보고 있는 노을이 바로 전 노을, 그리고 바로 다음 노을보다 더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을은 말이 되지 않았고 아름답고 슬펐고 그래서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같았다.
로마의 노을을 녹여 초콜릿을 만들면 어떤 맛이 날까. 정말 달콤 쌉싸름한 맛일까. 어떤 소설에서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다고 했다. 어떤 것이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고. 달콤한 초콜릿이 나올 수도 있고 쌉싸름한 초콜릿이 나올 수도 있다. 노을도 그와 같아서 아름다운 날의 노을도 있고 슬픈 날의 노을도 있다.
하지만 달콤한 초콜릿이든 쌉싸름한 초콜릿이든, 아름다운 노을이든 슬픈 노을이든 어떤 것이 나타나오든 그건 그리 중요한 건 아니다. 어떤 초콜릿이든 여행 중이라면 모두 맛있고 어떤 노을이든 여로에서 만나는 모든 노을은 모두 아름답기 때문이다.
남아있는 삶의 초콜릿과 노을도 그렇게 여행 같았으면 좋겠다. 쌉싸름한 초콜릿도 그 맛 그대로 맛있게 느껴지면 좋겠고, 슬픈 노을도 그 빛깔 그대로 아름답게 느껴지면 좋겠다. 여행이 끝나는 주말엔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달콤 쌉싸름한 노을 앞에 서서 아름답고 슬픈 초콜릿을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