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져가는 것들의 아름다움

이탈리아 여행수필 2 - 고대 로마에서 배우는 붕괴의 미학

by 어진

피자는 붕괴가 만들어낸 음식이다. 정성스럽게 치즈를 뿌리고 토핑을 올리면 화덕에서 구워지며 피자는 붕괴된다. 치즈는 녹아내리고 토핑은 도우 깊숙이 침잠한다. 붕괴의 맛은 그렇게 탄생한다. 폐허가 된 피자의 아름다움이다.


로마에서는 모든 것이 무너진다. 콜로세움은 선물로 사 오다 기울어진 생일 케이크처럼 반쯤 뭉개지고 포로 로마노는 그때 그 자리에 무엇이 있었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흔적마저 붕괴된다. 하지만 로마인들은 무언지 모를 돌무더기조차 함부로 치우지 않고 다음날을 위해 보존한다. 도시와 건물은 무너졌어도 역사와 지혜는 오롯이 쌓여 온 비결이다.

낡은 진리. 폐허의 미학. 헌 것과 오래된 것의 지혜. 무너져가는 것들의 아름다움. 붕괴되는 것들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 고대 로마의 무너짐은 아름다웠다. 그들의 붕괴는 유려한 역사와 지혜를 쌓아냈다. 지금 온전한 고대 건축물은 어디에도 없지만 로마인들이 만들어놓은 절대불변의 법칙과 보편적인 진리는 무너지지 않고 변하지 않고 우리 시대에까지 전해온다.

언젠가 우리의 무너짐도 무게 있게 여겨지는 날이 오리라.

우리도 고대 로마처럼 많은 것이 무너져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모든 것은 포스트모더니즘의 법칙에 따라 철저히 와해된다. 절대적이고 고정 불변하는 진리가 상실된 시대. 우리 시대의 위대한 예술가와 학자들이 쌓아 올리는 포스트모더니즘들은 고대 로마인들의 수천 년된 낡은 진리 앞에서 참을 수 없이 가벼운 휴지조각이 되어 날아간다.

백화점이 무너졌고 다리가 끊어졌다. 먼나라 쌍둥이 빌딩은 잔인하게 주저앉았다. 우리 시대의 무너짐은 너무나 처참하고 끔찍했다. 이렇듯 가벼운 우리의 붕괴는 시간이 지나면 아무 일도 아닌 듯 쉽게 잊힌다. 언제쯤 우리의 무너짐이 아름답게 기억될 수 있을까.


우리 시대의 붕괴가 정말로 아름다워지려면 눈에 보이는 것들이 무너져서는 안 되겠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붕괴시켜야 할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관습과 제도들, 틀 같은 것들. 모든 헛된 프레임을 무너뜨릴 때, 정말로 변하지 않는 진리는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포로 로마노의 돌무더기처럼, 따뜻하게 펼치는 노을빛에 스며든 진리들이 드러날 것이다. 그러면 오랜 시간이 지나고 언젠가 우리의 무너짐도 무게 있게 여겨지는 날이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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