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여행수필 1 - 오래된 젊음의 역사서를 펼치며
이십 년 전에 발행된 로마 가이드북의 속지를 본 적이 있다. 해질녘 오렌지 노을이 번지던 하늘 아래 콜로세움을 바라보며 키스하고 있는 젊은 연인의 사진이었다. 여자는 통이 큰 하이웨이스트 연청바지를 입고 있었고 남자는 여름 긴바지를 입고 구두를 신고 있었다. 여자는 진한 갈색 포니테일을 묶고 있었고 남자는 포마드 머리를 넘기고 있었다. 그렇게 그 사진 한 장은 로마라는 도시의 청춘과 돌체를 찍고 있었다.
로마의 젊음과 사랑과 낭만은 런던이나 파리와는 조금 달랐다. 런던은 전통적이고 클래식한 고전문학. 파리는 세련되고 초현실적인 미술작품. 그렇지만 로마의 낭만은 아주 오래된 젊음을 노래하는 두껍고 달콤한 역사서 같았다. 그렇게 반만년 동안 한자리에 높이 솟았던 팔라티노 언덕에 올라가 따뜻한 노을이 펼치는 포로 로마노와 콜로세움을 내려다보면서 로마라는 도시는 수천 년 전의 고대 사람들, 정말 오래됐지만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보다 훨씬 더 지혜로웠던 사람과 세월들이 피자처럼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아주 오래된 젊음이자 낭만이라고 느껴졌다.
로마에는 겨울에도 뜨거운 태양빛이 있다. 로마가 아니라면 어디에도 없는 것이었다. 아주 오래된 겨울 석회암 위에 따뜻한 빛을 칠하는 태양의 행위예술은 참 낭만적이었다. 무언가 오래된, 그냥 오래된 것도 아니고 너무 오래된 로마의 이미지는 그래서 더 아득했고 고정돼있는 사진 같았고, 그래서 더 잊을 수 없었다. 로마의 오래된 낭만과 젊음, 그리고 오래된 연인들을 폐허 위에 남은 거대한 석회암 아래에 기대어 오래도록 생각하고 싶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