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여행수필 3 - 자정엔 에펠탑의 등대지기가 되겠어요
알렉상드르 3세 다리 아래에서 세느 강물에 비치는 가로등의 잔물결을 보았다. 어린아이였을 때 읽었던 동화책 한 권이 생각났다. 어미곰과 아기곰이 단풍산 골짜기 개천에서 연어를 잡는다는 캐나다 동화였다. 동화책을 읽어주던 엄마와,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며 잠들던 나는 어미곰과 아기곰이었고 우리는 남대천에서 깊은 밤마다 곰이 되어 연어를 사냥했다.
오색 단풍이 파리의 가로등처럼 형형하게 물드는 밤이면 우리는 남대천에 갔고 엄마는 나에게 연어를 잡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강물 속으로 뛰어들어 깊은 물살을 헤치고 황금 연어를 잡는 꿈, 엄마는 그 꿈을 꾸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엄마는 능숙했고 나는 서툴렀다. 매번 놓쳤고, 후회했고, 속상해했다. litost를 느꼈다. 언제나 엄마의 엄마다운 모습을 보면서 나는 엄마를 부러워했고 엄마를 사랑하게 되었다.
엄마는 연어를 잡는 법을 가르쳐주었다는데, 그날의 나는 연어를 잡지 못했고 그저 강물에 비친 커다란 초승달 하나를 큰 황금 연어로 착각하곤 했다. 수면 위의 초승달을 보면서 나는 연어의 꼬리를 따라 헤엄치는 꿈을 꾸었다. 그것은 착각이었지만 초승달을 보면서 꿈을 꾸는 건 행복했다. 나는 초승달님이라는 별명을 평생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에 황홀해했다.
이제 그날의 연어는, 그날의 초승달은 벌써 한 조각 한 조각 깎여나가 밤 속으로 사라져버린 지 오래다. 초승달의 조각들은 어딘가에서 또 모여 다른 하늘에선 보름달로 떠있겠지. 나의 하늘에서는 보이지 않는 달 조각들. 나의 강물 속에선 잡을 수 없는 수많은 연어의 비늘들. 알렉상드르 3세 다리 아래 흐르고 있는 세느 강처럼 그렇게 그것은 모두 가버리고 잡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강물에 비친 가로등불들은 그렇게 오랫동안 한자리에서 잔물결처럼 일렁이고 있지만, 물은 계속 흐른다. 한 번 그 자리에 있던 물은 다시는 같은 자리로 돌아오지 않고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야만 돌아오겠지. 그리고 그 자리에는 변함없는 잔물결, 주홍빛 가로등 불빛들만 남아있겠지.
그것이 신기했다. 물은 흘러 바다로, 누군가의 마실 물로, 간절한 생수로 흐르며 돌고 도는데. 세느 강물은 흘러서 어디론가 가고 금빛 연어들도 흘러 흘러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고. 초승달 조각도 없어지고 없어져 밤에 한 줌의 재로 사라지거나, 다시 모이고 모여 누군가의 밤하늘 깊이 보름달로 뜨는데. 그렇게 모든 것은 흘러가고 없어지고 사라지는데, 강물에 비친 가로등불의 일렁임만은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다. 하지만 밤이 끝나고 아침이 오면 그네들도 밝음 속에 사라지겠지.
이제 모든 것은 흘러가고. 어미곰과 아기곰도 깊은 밤 속으로 사라지고. 나의 마음속에 등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굳게 자리를 지키는 에펠탑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너무나 깊은 밤에도 파리 지평선에는 아무 건물도 없고 높은 빌딩이 하나 없어 모든 집이 삼십일 미터로 일정한 도시의 지평선에 단 하나의 등대. 단 하나의 에펠탑. 단 하나의 빛. 그런 등대가 내 마음속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변하지 않는 영원한 진리가 내 마음속에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에펠탑 같은 진리 안에서 나는 자유로워지고. 진리가 나를 자유롭게 하고. 그렇게 자유를 찾으면 나는 에펠탑 등대의 등대지기가 되어 모든 여행을 마치고. 모든 것의 헛됨을 깨닫고 다시 나의 등대로 돌아와. 진리를 수호하면서 아직 슬픈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의 얼굴을 나의 등불로 비춰주고 싶다. 그들이 따뜻한 눈물을 흘릴 수 있도록 나는 여정을 끝내고 변하지 않는 곳으로 돌아와. 튼튼한 나의 집으로 돌아와. 영원토록 거기 거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