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여행수필 4 - 피카소가 앉았던 자리에서 글을 쓰며
Café de Flore가 문을 닫을 무렵 테라스에서 마지막 손님 하나가 서성이고 있었다. 자정이 넘고 새벽이 지나도록 그는 무엇을 바라 그곳에 머물렀던 것일까.
피카소, 사르트르, 헤밍웨이, 보부아르. 그는 수많았던 영혼의 선배들을 기다리며 홀로 테라스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카페의 등불이 꺼질 무렵에야 죽은 자들은 투명한 혼이 되어 그의 옆 빈자리를 채우곤 했다.
그래서 그는 지금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를 거쳐 간 선배들의 혼을 마시고 있다. 그들의 영혼 속의 정수를 먹고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이 빠르게 흘러가고 카페 앞 도로에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간’들이 촛불처럼 질주하는데 여기 테라스 안에만은 변함이 없다.
아름다운 혼들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 테라스에 앉아있을 것이다. 나중에 그가 여기 왔다는 것을 훗날 미래의 그도 기억하겠지. 그러면 과거의 그는 오래전 영혼의 선배들처럼 그렇게 또 하나의 작은 혼으로 남아 커피 잔 속에 담길 것이다. 그리고 미래의 그는 과거에 이곳에 머물렀던 희미한 혼, 바로 자신을 그리워하면서 젊은 시절 그의 글과 노래를 되뇌겠지.
어쩌면 그가 지금 구하는 것은 이미 죽은 자들의 위대한 유작이 아니라 바로 과거의 자신의 추억과 생각일지도 모른다. 미래의 그가 과거의 그를 잘 찾을 수 있게, 과거의 혼을 온전히 다시 볼 수 있게, 지금 그의 생각과 그의 모습을 이곳 Café de Flore의 테라스에 작은 혼으로 가만히 앉혀놓아야겠다고, 마지막 손님은 생각했다.
세상은 변하고 변하지만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듯이 그의 모습도 변하지 않는 진리로 영원히 카페 자리 한구석에 오래 남아있거라. 마지막 손님은 그렇게 읊조리며 끝자락의 커피 한 모금을 남기고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