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행수필 1 - 빵을 먹듯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바르셀로나에서 묵었던 가정집. 그 집에 어떤 여인이 살았다. 미술을 전공하고 그림을 그리다 스페인으로 온 여인이었다. 몇 년 전부터 그녀는 자기가 만든 빵집에서 매일 빵을 굽고 있다. 매일 빵을 굽듯 그림을 그리고 매일 그림을 그리듯 빵을 구울 거라고 했다.
여인에게 그림과 빵은 닮았다. 빵을 매일 굽지 않으면 끼니를 때울 수 없듯이, 그림을 매일 그리지 않으면 여인의 영혼은 야윈다.
문득 여인처럼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빵을 매일 구울 수 있다면. 요새는 매일 빵만 먹었다. 학교 빵집에서 머핀이랑 스콘을 사서 아침을 때웠다. 빵, 빵, 빵. 빵이라는 낱말만 생각해도 좋았다. 유럽 사람처럼 아무렇지 않게 빵이 질릴 정도로 빵을 먹고 싶었다. 집에서 매일 아침마다 빵도 굽고, 하루를 빵으로 시작해서 빵으로 끝내고 싶었다.
그림도 그렇게 할 순 없을까. 매일 빵을 먹듯이 질릴 때까지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빵 같은 그림. 삼시세끼 쌀밥만 먹다가 디저트로 가끔 먹는 달달한 초콜릿 케이크 같은 그림 말고, 매일매일 먹어서 질리는 딱딱한 깜빠뉴 같은 그림. 아무 맛 안 나는 바게트 같은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하도 그림만 그려서 그림은 그냥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이 됐으면 좋겠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