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 Poem 4 - 시련을 이기는 달콤한 힘
자정이 오븐에서 구워지기 30분 전, 뜨거운 단팥빵을 먹다가 문득 몇 년 전의 밤이 생각났다. 열 시에 야자가 끝나면 엄마의 붉은 자동차를 타고 허름한 주택가로 돌아오던 벗겨진 도로. 배가 고프다는 한마디에 우연히 차를 세운 허름한 동네 빵집에는 직접 삶는다는 팥으로 만든 단팥빵이 하나에 천 원이었다. 나는 매일 밤 삼사천 원어치를 사서는 늦은 밤 자기 전에 단팥빵을 입에 물곤 했다.
단팥빵은 초라했다. 그때의 나처럼. 하지만 무슨 힘이 있었기에 그 작은 빵 한 덩이는, 저녁이 깊도록 버거운 지식을 암기하는 육십만 명의 수험생들과 이천 개의 고등학교와 이만 개의 불 켜진 청색 교실들을 이겨낼 수 있게 했을까. 무슨 힘이 있었기에 그 시간들을 버티고 밤 열 시를 가리키는 종소리 너머, 집으로 돌아가는 푸른 밤으로 걸어갈 수 있게 했을까. 수많은 열아홉들이 성년이 되어가는 청색 겨울은 그해에도 올해도 또다시 오고, 우리는 그리고 나는 무얼 바라 그렇게 갓 구운 단팥빵처럼 뜨겁게 피어났을까.
자정이 오븐에서 막 구워지고 다시 한 덩이의 따뜻한 단팥빵을 꺼낸다. 자정이 지나면 시계도 나이도 앞자리 숫자가 소리 없이 바뀐다는데, 갓 집어든 단팥빵은 그해 겨울을 견뎌 원숙하게 부풀어 오른 나의 한 입이 너희에게 그토록 달콤할 것이라고, 온기로운 입김을 내쉬며 속삭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