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Ice Vanilla Latte

Food & Poem 5 - 당신의 영혼에 문득

by 어진

훈련소 파리바게뜨에서 아이스 바닐라 라떼를 주문하며, 태어나서 처음 마셨던 아이스 바닐라 라떼를 생각했다.

어느 사월날이었다. 그 사람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작은 카페에서 그가 처음 사준 아이스 바닐라 라떼였다. 달달한 커피를 안 좋아했지만 그날 이후로 카페에 들를 때면 언제나 난 아이스 바닐라 라떼였다.



그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그런 게 아니었다. 그가 없는 날에도, 아무도 없는 카페에서 혼자 커피를 마실 때에도 난 매번 아이스 바닐라 라떼였다.
그 사람이 그렇게 좋아서, 자꾸 그를 떠올리려고 나는 아이스 바닐라 라떼를 선택한 걸까? 그것도 아닌 것 같다. 그 사람이 머릿속에서 지워졌을 때에도, 더 이상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게 된 어느 무더운 초가을날에도 그리고 오늘도, 나는 아이스 바닐라 라떼였으니까.

영화 「봄날은 간다」처럼, 아이스 바닐라 라떼도 '문득'이 아니었을까.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이영애가 유지태와 헤어진 후에도 그가 알려준 지혈법으로 문득 손가락의 피를 멈추었듯이, 아이스 바닐라 라떼도 '문득'이 아니었을까.
그 사람을 의식해서도 아니고 그 사람이 계속 생각나서도 아니다. 그 사람과 관련된 모든 것들은 좋든 싫든, 떠올리고 싶든 그러고 싶지 않든 육체에 무조건반사로 남는다. 아니, 머리의 뇌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것이 튀어나온다면 그건 육체를 넘어 '영혼에 문득'으로 남는다.



언젠가 커피를 주문할 때, 너는 뭐로 할래? 나는 아이스 바닐라 라떼. 먼나라 말로 직역하면 ɪ ᴀᴍ ɪᴄᴇ ᴠᴀɴɪʟʟᴀ ʟᴀᴛᴛᴇ.

그 사람을 만나기 전까진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던 커피. 어느 사월날 카페 카운터 앞에서 나는 아이스 바닐라 라떼, 하며 커피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있는 당신을 발견한다면 그 사람은, 그 커피는 '당신의 영혼에 문득'이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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