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 Poem 6 - 커피와 공항의 잔향
핸드드립 커피 향을 맡으며 어릴 적 공항이 떠올랐다. 바다를 마주하고 펼치던, 사람도 없이 조용한 하늘의 항구. 그날 구름 없이 화창하던 오전 열 시가 생각났고 엄마와 함께 드라이브하던, 공항까지 가는 길이 그려졌다. 푸른 나무와 산. 차가 없이 깨끗하게 닦인 도로 한 줄. 향기 한잔은 어떤 사진 한 장보다도 인상적이었다.
파란 루비 같은 하늘 아래 공항이 있었다. 벽부터 기둥까지 모두 식탁보처럼 하얗던 작은 공항. 엄마 사무실 같은 하얀 콘크리트들이 공항의 냄새와 오버랩됐다.
아무도 없던 통로. 무빙워크의 가운뎃 자락에 작은 간이 커피숍이 있었다. 엄마는 에스프레소를 좋아했다. 작은 잔에 담긴 에스프레소에 비친 엄마의 잔향을 맡으며, 서른 즈음이던 앳된 여인을 바라보며 어린 나는 엄마를 좋아했었다.
공항에서 아기를 남겨둔 채 떠나야 했던 슬픈 시간들을 엄마는 작은 잔 속에 켜켜이 모았고, 한가하던 주말들에 어린 나를 데리고 와 나와 함께 아껴둔 시간들을 마셨다.
시간은 잔 속에서 숙성되며 특이한 향을 만들었다. 커피 향기. 그러나 공항의 커피 향기. 공항에서만 맡을 수 있는 커피 향기가 있다. 트인 바다를 접하고 있는 시골에 사람도 없이 지어진 작은 공항에서만 맡을 수 있는 향기였다.
그때 엄마가 마셨던 커피 향기 한잔에는 바다 냄새와 산 냄새, 하늘 냄새와 작은 공항 냄새가 다 있었다. 따뜻한 파란색 향기였다. 맡고 있으면 하늘을 날고 있는 느낌이 들었던 향기.
바다 건너 저쪽엔 무엇이 있을까, 하며 상상하던 아이는 커피의 잔향을 맡으며 공항을 떠나 바다 건너 저쪽으로 엄마와 함께 훨훨 날아갔다. 푸른 해원이 있고 인고의 기둥이 있는, 모두가 물이 되어 흐르는 바다 건너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