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운이 좋아, 그는 생각했다. 경쟁심 많고 삶의 모든 측면에서 동료들과 자기의 위치를 비교하는 사람인 그는 다음 순간 곧바로 내가 친구들 중에서 제일 운이 좋아, 하고 생각했다. (p29)
맬컴
그럴 때면 한 때는 친구들이 불쌍하게 보였던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친구들이 부러웠다. 아무도 그들에게 기대하는 게 없다는 점, 평범한 가족들(혹은 가족의 부재), 오로지 자신의 야망에 따라 삶을 개척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
자기 방에서 모눈종이 위로 손만 움직이고 있으면 충분하던 시절이 그리웠다. 결정과 정체성의 나날 이전, 결정은 부모님이 대신해주고 자기는 그저 깨끗하고 날카로운 선, 줄자의 완벽하게 예리한 날에만 집중하면 되던 그 시절이 그리웠다. (p100)
윌럼
야망을 따른다는 게 어느 선부터 용감한 게 아니라 무모한 게 되는 걸까? 언제 멈추어야 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사실 그에게는 제이비와 주드가 가진 그런 식의 야망, 그런 묵묵하고 모진 결의는 없었다. (p67)
“내 인생이 의미 있다고 한 건 , 왜냐면, 내가 좋은 친구여 서야, 난 친구들을 사랑하고 걱정해. 그리고 친구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2권 p382)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 주드.
그가 가지고 있는 고통과 상처는 책을 읽는 모든 독자를 힘들게 해요. 주드를 떠올리면 단번에 정의되지 않더라고요 미스터리, 가여움, 공감, 동정, 경외, 경악, 복잡성, 상처, 희망, 불안정 등등 다양한 면모를 가진 인물입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충격적이고 불편한 이야기들이 일관되게 나옵니다. 특히 2권을 시작하면서부터 저 또한 메스꺼움과 역함이 제 일상까지 침범하더군요. 그래도 포기하긴 싫었어요. 걸작이거든요 그럼에도 걸작이라는 것에 동의하는 이유는요. 소설 속에서 펼쳐지는 수많은 비극과 비관적인 전개 속에서 독자들에게 삶과 인생, 정체성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만들어줘요. 불편한 주제를 통해 우리는 본질의 감정을 마주하게 되고 인간 존재의 복잡성을 성찰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책이었습니다.
주드는 주드의 고통에서 끝까지 헤어나지 못해요.
해럴드의 무한한 신뢰, 제이비가 창조한 예술도, 친구들의 한없는 우정도, 윌럼의 애정도, 앤디의 의학도 아무것도 소용없었어요. 그래도 그들이 보여준 애정 덕분에 제가 이 책을 무사히 완독 할 수 있었어요.
그래도 저는 주드의 이 말에서 희망을 엿보았어요.
힘들게 하루하루를 버티어내던 그 시절에는 동기가 흐릿하게 보이지 않았지만, 이제 그는 그들을 위해서 살았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고, 그 드문 이타심이야말로 결국 그가 자랑스러워할 만한 것이었다. (2권 p384)
주드의 마지막이 본인도 행복할 자격이 있다는 걸 알았기를 바라요.
이번 독서는 결코 편안한 경험은 아니었지만, 인간 존재의 복잡성과 내가 살아가고 있는 내 인생에 대한 사유를 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당분간은 좀 더 밝은 책을 읽고 싶지만, "리틀 라이프"의 여운은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