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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olpit Oct 30. 2022

슬기로운 재활 생활

지켜주고 싶은 보호자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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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빌려 준다면서요. 책은요?"


병원에 한 보호자가 자신을 작가라고 소개했다. 전에 손에 책을 끼고 있는 걸 보았기에 무슨 책을 읽는지 궁금해 먼저 다가갔다. 그리고 병실에 가지고 있는 책이 많다는 걸 알게 되어서 책 좀 빌려달라고 말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직업이 작가인 걸 알게 되었고.


내가 웃으며 책 안 주냐는 말에 작가는 책 가지고 내려온다는 게 깜빡했다면서 오늘은 바빠서 잊었다고 했다. 왜 바쁘냐고 물으니 마감날이라 글을 쓰느라 그렇다고 했다.


작가가 자신의 인생을 사는 모습이 보기 좋다. 작가는 아버지를 간병하고 있다. 아버지는 이제 서고 걷는 것을 배우고 있어 치료받으러 올 땐 휠체어를 타고 온다. 고로 작가가 휠체어를 밀고, 휠체어에서 아버지를 내려주고 태운다. 작가는 치료 시간에 맞춰 움직여야 해서 항상 대기다. 환자는 치료받느라 병원에 24시간을 쏟는다면 보호자는 환자 곁에 있느라 24시간을 쏟는다. 그러니 환자인 내 눈에 대게 다른 보호자의 삶이 눈에 안 들어오는데 작가는 작가의 삶이 보여 기뻤다.


보호자들의 삶이 보일 때 환자인 나는 기쁘다. 치료를 끝내고 나왔는데 엄마가 다른 보호자들과 수다 떠느라 내가 왔는지 모르거나 산책을 가거나 낮잠을 잘 때, 엄마의 삶을 조금만 빼앗은 것 같아 다행스러운 생각이 든다.


나보고 누군가를 위해 아무것도 안 하고 제자리에서 기다릴 수 있겠냐 물으면 단언컨대 난 못 한다고 대답할 거다. 그런데 그걸 엄마는 한다. 나를 기다리고, 씻기고, 먹이고, 같이 움직이고. 그러다 보니 엄마의 삶이 나에게 집중되어 작아졌다. 미안하고 미안하다.


엄마가 다른 보호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웃을  엄마의 세계가 보이는 것 같아 기분 좋다. 더 이야기하셔서 지금보다 많은 세계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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