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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olpit Aug 26. 2022

웃음 속에 행복이 있다

재활 병원에 있으면서

재활 병원에 머문 지 이제 4일. 처음엔 절망이고 화였으며 슬픔이었다. 병원에 적응해야 해서 절망이었고 젊은 내가 치료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화가 났으며 아프면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을 볼 때 슬펐다. 나사 하나가 빠진 절망적인 사람들로 보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생각 하나가 비집고 들어왔다. '누군 아프고 싶어 아픈가!'


아픈 사람은 잘못이 없다. 어느 날 갑자기 병이 내 것이 된 것이다. 누가 준 줄도 모르는 것이. 주위 사람들은 '내가' 병이 났다고 표현하지만 나라는 사람은 어리둥절할 무언가를 갖게 된 것일 뿐 변한 건 하나도 없다. 그러니 가족이 고생하는 것을 누구 탓이라고 해야 하는가.


사노 요코의 <죽는 게 뭐라고>에 병에 걸린 친구가 극진히 보살피는 남편에게 요구하는 걸 못해 준다고 화를 내는 이야기가 있다. 저자는 친구에게 묻는다. 왜 화를 그렇게 많이 내냐고. 그랬더니 친구의 답은, 고마운 거 아는데 내가 앓고 싶어 생긴 병이 아니니 무조건 미안한 기색으로 부탁할 수 없다고 했다. 울면서.


그게 정답이다. 미안하면서도 미안할 일이 아닌.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재활 병원에 있는 사람들은 나사가 빠진 사람들이 아니었다. 나도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이 사람과 저 사람이 다르다고 하나. 의지다. 신체는 나의 마음과 다른 변화를 끌어오는데 의지는 마음에 따라, 의도에 따라온다. 같은 치료를 받아도 어떤 사람은 웃으면서 받고 어떤 사람은 화내면서 받는다. 이도 선택한 건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것 아닐까.


할머니가 딸의 손을 맞잡고 절뚝이며 질문에 답한다. "오리는?"이라고 물으면 "꽥꽥~" 답하는데 두 사람의 표정이 웃음으로 덮여 있어 주위 사람들이 둘을 쳐다보고 미소 짓는다. 어머니를 운동시킬 겸 "오리는, 소는, 염소는~?" 하고 질문하는 것일 테지만... 웃음 속에 행복이 있었다.


병원에 갇혀 있는 기분이 들 때마다 생각한다. 웃음 속에 행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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