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olpit Aug 09. 2022

비가 오는 날에 생각을 한다

가라앉는 오늘, 가라앉는 생각을 가지고

비가 온다. 그러나 비가 오는지 안 오는지 나와는 상관이 없다. 병원에 들어와 있으니 그렇다. 세상과 동떨어진 나. 나도 출근을 걱정하고 옷이 다 젖었다고 신발이 축축해졌다고 투덜대고 싶다. 그러지 못하는 현실이 피부에 와닿는 오늘이다.


비가 오는 창을 마주 보기 때문일까. 오늘따라 조용한 것 같은 공간 탓일까. 그것도 아니면 이런 생각을 하는 기분 탓일까. 가라앉는다.


의사들과 치료사들을 생각한다. 그들은 직업에 어떤 즐거움이 있을까. 의사는 명예라고 한다면 치료사들은 뭘까. 매번 아픈 사람들의 손을 붙잡고 재활을 꿈꾸는 그들은 말이다. 명예라고 하기엔 의사보다 좀 작은 것 같고 즐거움이 있다고 하기엔 치료가 힘들고. 하지만 생각해 보면 치료사 덕에 사람들은 재활에 성공한다. 그러니 그들에게 보람이 있지만 매번 보는 아픈 사람이 그것을 이끌어 줄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어떤 즐거움과 보람, 자긍심이 있는지...


병원에 있으면서 떠오르는 생각이란 이런 것이다. 내가 어떻게 병원을 나갈 수 있을까. 멀쩡해지고 싶지만 어렵겠지... 이 병원을 거친 뒤 다른 병원은 어떻게 들어가야 하나. 몇 개월을 지금처럼 살아야 하나. 눈은, 얼굴은, 말은, 걷기는, 오른손은? 내 미래는 모름의 투성이다. 비가 언제까지 올지 모르는 것처럼.

작가의 이전글 밖은 지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