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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olpit Jan 15. 2021

백로도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니야

겉과 속이 다른 인간, 바로 나

시조 한 수 읊겠다.


까마귀 검다 하고 백로야 웃지 마라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쏘냐
겉 희고 속 검은 건 백로 너뿐인가 하노라


겉과 속이 다른 백로에게 겉이 검은 까마귀를 비웃지 말라는 건데, 나도 까마귀를 비웃을 입장이 아니다.

난 백로 같은 사람이니까.

몸무게를 쟀다. 뭐 했다고 살이 쪘을까. 아니다. 뭘 안 했길래 살이 쪘을까.

살이 찌고 빠지는 것에 대해 예민해지지 않으려 노력한다. 몸에 대한 불만은 나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져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예민해져 봤자 몸이 안 움직이면 방법이 없으니까. 그래서 다른 사람처럼 다이어트를 선언하거나 굶거나 운동을 해 본 적도 없다. 그런데 어제 문득.

버스 정류장에서 길을 걸어가는 여성들을 바라보았다. 어머, 어쩜 저렇게 날씬할 수가.

나와 사이즈가 현격히 차이가 난다. 그들이 볼펜 한 자루라고 한다면 나는 볼펜 두 자루쯤 이어 붙인 것 같달까.

그러다 보니 생각하게 됐다. 나의 몸무게를 이대로 놔두어도 될까.

여학생들이 다이어트 선언을 하는 모습을 자주 봤다. 내가 보기엔 너무 예쁘고 날씬하기만 한데 뺄 살이 어디 있다고 그들은 자꾸 다이어트 선언을 하는 것인지. 그래서 나는 매번 학생들에게 말했다.

"안 빼도 돼. 네가 비만도 아니고 정상 체중인데 왜~"

그렇게 말하면서 그들에게 몸무게 즉, 외모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곤 했는데...






아무래도 난 백로다.

말은 그렇게 했으면서 이제 내가 집착하려고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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