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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olpit Jan 18. 2021

너 스스로 결정해

페터 비에리, <자기 결정>

자기 결정이란 스스로에 대해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인 독립성을 말한다. 이는 자신이 지금과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느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일컬으며 우리에게 자기 결정의 힘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자기 결정을 함에 앞서 우리는 자기 인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타인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나의 생각과 그 사람이 어떠했으면 좋겠는지에 대한 나의 생각을 구별할 수 있다면, 우리는 자기 인식을 할 줄 안다는 뜻이 된다. 또한 자신의 자아상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는 어떤 모습이고 싶은가. 그에 대한 답이 자신의 자아상이 될 것이다. 자아상을 인식해야 하는 이유는 행위, 사고, 감정, 소망 등이 이상적 자아와 일치하지 않을 때 우리는 혼란에 빠져 자기 결정력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자아상이 올바르게 서 있고, 현재의 자아가 그 자아상과 일치할 때 우리는 남에 의해 휘둘리는 삶이 아닌 스스로 결정하는 삶을 이끌 수 있다.      


자아에 대한 인식 그리고 자아상을 의식하는 방법에는 경험을 표현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저자는 그것에 대해 한 마디로 이렇게 정리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표현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     



선배는 내가 그린 그림을 보며 말했다. “그림처럼 따뜻해, 너는.” 누군가는 또 이렇게 말했다. “글이 참으로 솔직해요.” 그들은 그림과 글을 보면서 나를 본다고도 했다. 그런데 정작 나 자신은 내가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 까맣게 잊고 말았다. 나는 나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는 것일까. 궁금한 마음에 그렸던 그림들을 찬찬히 다시 바라보았다. 겨울이 되니 발이 시리다는 그림, 외로움을 달래려는 그림, 힘을 다시 내보겠다는 그림, 난로에 얼굴을 쬐고 있는 그림, 언니 그리고 조카와 함께 보낸 즐거운 시간들 등 나는 즐겁고도 괴로운 일상들을 그리고 있었다. 그림을 그리면서 그 순간들을 다시 살아내고 그래서 힘든 건 극복도 해 보려는 마음이었을까. 일상적인 그림이었다. 그리고 그제야 그 안에 담긴 ‘나’ 자신이 보였다.     



일상을 소중히 여기고 싶다는 다짐.

그 다짐을 실천으로 옮기고 싶은 나.     



쑥스러워 전하지 못한 말들을 그림으로 그리고, 말로도 반성이 끝나지 않아 글로 반성을 했다. 후회, 원망, 자책 등을 무수히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난 언어에 대한 중요성을 잊었다. 저자는 사람들에게 두 가지의 정체성이 있다고 했다. 하나는 언어적 정체성이고, 다른 하나는 문화적 정체성이다. 그중 언어적 정체성이란 자신이 사용하는 말이 곧 자신의 정체성을 말한다는 것인데, 이 정체성의 중요성을 매번 잊는단 말이다.     



언니를 좋아한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좋아해 온 사람이다. 언니를 좋아하는 이유 역시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한결같다. 난 언니의 말씨가 좋다. 아침이면 해맑게 웃기부터 하는 언니의 밝은 성정을 좋아했고, 욕설과 심한 말을 하나도 내뱉지 않는 언니를 좋아했다. 그래서 따라 하고 싶었다. 그렇게 살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어떠한가. 언어로 나는 어떤 정체성을 내뱉고 있는 것일까. 추하게 보였을 나를 반성한다.

바른 말과 고운 말을 사용하며 살고 싶다. 그런 정체성을 지닌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것이 나의 자아상이다.      

언어적 정체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독서다. 다양한 책을 읽고 그 내용들이 내면화되었을 때 우리는 ‘교양 차원에서’ 변화를 겪게 된다. 그리하여 자아상과 조화롭지 않는 현재의 자아상 속에서 새로운 자아를 마주하여, 자기 결정을 할 수 있는 삶을 이룬다.     


자기 결정적인 삶을 살지 못하고 있다고, 나는 나를 생각했다. 남에게 영향을 쉽게 받는 사람이면서 사람에 대한 사랑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나를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나에 대한 생각은 조금씩 바뀌었다. 며칠 전 읽은 책을 통해, 주말 내내 불안하고 두려운 생각들을 끊어내는 연습을 했다. 그 덕분에 몇 개월 전의 주말보다 편안한 주말을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자기 결정>이란 이 책을 읽고 나는 나의 자아상을 생각해 보며 사람을 좋아하는 않는다는 말을 수정하려 한다. 나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러니 좋아하는 사람을 쉽게 따라 하고 그들의 말에 동의를 한다. 그런데도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이유는 그동안 받은 상처 때문이었다. 상처가 무서웠기 때문에 사람에게 영향을 받지 않으려고 거리를 두었고,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되뇌면서 멀리 하려고 했다. 그러나 내가 되고 싶은 ‘나’는 그런 모습의 내가 아니다.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며, 사람들과 사랑을 주고받으며, 따스한 삶을 살고 싶고, 넉넉한 사랑을 간직한 사람이 되고 싶은 게 나의 자아상이다. 나는 나 자신의 정체성을 바꾸려 한다. 그리고 표현하려 한다. 나는 사람을 좋아하고, 좋아하는 사람의 영향까지 듬뿍 흡수하고 싶은 사람이라고.                           





그저 하루하루 보내면서 미래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결정한 계획을 가지고 만나게 되는 그 무엇으로 경험하기 위해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그리고
누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그림,
즉 우리 자신에게 설명하는 그대로 우리의 과거와 일치하는 그림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되면 현재의 경험도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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