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olpit Feb 03. 2021

설계도를 완성하세요

안광복, 나는 이 질문이 불편하다

"나, 나와 정말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났어."

친구는 자신에게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이냐는 물음에 대화가 잘 통한다고도 했고, 긍정적인 자신을 보는 것 같다며 가치관이 잘 맞는다고도 했다. 



어제는 원장님께서 자주 안 오시던 교무실로 직접 와서는 자녀분께서 임용고시에 합격했다고 말하셨다. 우리는 축하의 말을 건넸고, 원장님은 우리에게도 좋은 일이 생기길 바란다며 이야기를 마무리지었다.



최근에 있던 두 가지 일은 나에게 하나의 욕망을 일깨웠다. 그것은 바로

'나도 축하받고 싶다.'는 것이다.



무작정 축하를 받고 싶다. 새로운 사랑을 하게 된 것이라든가 개인적인 노력으로 이뤄낸 성취 앞에서 축하를 받고 싶었다. 환희를 누려보고 싶었다.



그대가 정말 행복하고 싶다면 '존재 욕구'를 키워나가야 한다. 그대가 평생에 걸쳐 반드시 이루고픈 욕망은 무엇인가? 그대의 '위대함'은 어디에 있는가? 설계도 없이 커다란 건물이 지어지는 경우는 없다. 이 물음들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면, 자신의 인생을 올곧고 튼실하게 가꿀 설계도를 손에 넣은 셈이다. (나는 이 질문이 불편하다, 22쪽)



안광복의 <나는 이 질문이 불편하다>는 각 장마다 하나의 질문을 품고 있다. 질문과 관련 있는 지식을 동원해서 저자는 자신의 답안을 완성해나간다. 저자는 '들어가는 말'에 이렇게 적었다.



"철학적 물음에 정답이란 없다. 어휘가 정확하고 논리에 흠잡을 데가 없다면 각자의 답안은 모두 '모범답안'이다. 거듭 말하지만, 나의 글은 날 선 물음들에 대한 예시 답안일 뿐이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의 사유 훈련 가운데 더 아름답고 훌륭한 '작품'이 탄생하리라 믿는다." (7쪽)



자신의 예시 답안을 보여줄 테니 독자는 나름대로 답안을 완성해 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존재 욕구', '평생에 걸쳐 반드시 이루고픈 욕망'에 대한 답을 완성해 볼까. 



이 질문은 앞서 말했던 나의 욕망과 닿아있다.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고 싶다는 것은 나의 욕망이 실현되는 일을 겪고 싶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욕망을 말하는 것인가. 돈을 많이 벌고 싶은가? 사랑을 하고 싶은가? 명예를 바라는 것인가? 설계도가 없는 나는 무엇에 대한 축하를 받고 싶은지 정하지 못한 채 서성댄다. 도전하고 좌절한 다음에야 찾아오는 것이 축하일 것이다. 그러나 난 그 어떤 것에도 도전하지 않았고 노력하지 않았다.



설계도를 그려본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라 생각한다. 사랑을 한가운데에 그려 넣고 주변에 '가족', '친구', '사랑하는 사람'을 써넣는다. 내가 바라는 생활의 모습도 넣는다.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고, 저녁에 하루를 마치는, 지금의 직업과는 어울리지 않는 생활의 모습을 소망한다. 그래서 직업을 바꾸는 것은 어떠한가 질문을 던져 본다. 마지막으로는 나 자신에 관해 써넣는다. 책 읽는 것, 글을 쓰는 것, 그리고 그림을 그리는 것. 그것은 나의 존재 이유를 말한다. 평생에 걸쳐 반드시 이루고픈 욕망에는 책을 출간하는 것도 포함된다. 이제 크게 써넣은 단어들에 곁가지를 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작게 그려 넣어 본다. '사랑'이라는 카테고리에 '말을 예쁘게 하기', '좋은 마음가짐'을 넣어 보고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에는 '독립출판'을 넣어본다.



이렇게 하다 보면 설계도가 완성되겠지?

작가의 이전글 친구가 늘까? 사랑하는 사람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