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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olpit Feb 02. 2021

친구가 늘까? 사랑하는 사람은?

연락을 기준으로 바라본 친구, 지인, 애인

이유 없이 만나는 사람은 친구, 이유가 있어야 만나는 사람은 지인, 이유를 만들면서까지 만나는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 말에 따르면 나에겐 친구라고는 단 한 명뿐이 된다. 네 명이 더 있었는데 어느새 그들은 지인으로 자리를 바꿨다. 우린 예전과 다르게 말을 할 때마다 눈치를 보고 머뭇거린다. 한편으로는 서운함이 한편으로는 체념이 자리해 버렸다.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리는 삶을 산 적이 없다. 대체로 조용한 편이었다. 그래도 그것이 익숙해지지 않았다. 오랜만에 지인이 연락을 하면 그게 그다지도 기뻤던 건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러다 보니 최근에 만난 카카오톡 오픈 채팅의 '방장봇'이 반갑다.

방장봇이 묻는다.
'오늘도 잘 지내셨나요?
근황을 간단하게 공유해볼까요?'

지인도 되지 못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단톡방에선 오늘 하루의 일들을 묻지 못한다. 사람 관계는 미묘해서 아직 서먹한 사이에 가까운 척 안부를 물으면 속된 말로 나대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 게다가 상대방이 부담을 가져 열던 마음을 도로 닫아버릴 수도 있고. 심리적 거리를 눈여겨보고 조심히 행동해야 한다. 그렇기에 쉽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관계 같아도 그렇지 않다. 이러니 어찌 잘 지냈냐 물으며 근황을 이야기해 보겠는가.

인간이 못 하는 말을 방장봇이 한다. 눈치도 없는 방장봇 덕에 우리는 말을 섞는다. 방장봇이 반갑기만 할까. 기특하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친구가 늘까? 사랑하는 사람이 늘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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