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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olpit Feb 09. 2021

이렇게 오늘 하루도 강사로 보낸다

내가 아직까지 강사인 이유

분명 일을 하기 싫다는 마음이 컸다. 학원 문을 열고 들어가 자리를 정돈하고 수업을 준비하면서도 여기를 그만 두고 싶다, 여기에 큰 미련이 없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학생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그리고 그들과 대화를 시작하자마자 나는 이들이 좋다, 미련이 아직 있다, 가르치는 게 싫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가득해졌다.     



이런 순간들이 오늘만 있었던 건 아니다. 나는 종종 이런다. 더 이상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을 할 수 없다, 자신도 없고 재미도 없다고 되뇌는 순간 갑자기 가르치는 일이 천상 내 업인 것처럼 즐겁고 가뿐한 기분. 게다가 오늘은 학생에게 이런 말까지 들었다.     



“과학 선생님이 저한테만 뭐라 해서 과학 그만 다녀요. 국어도 그만 둘까 하다가 국어 선생님은 뭐라 안 하니까 혼도 안 내고 재밌어서 이건 계속 다니는 거예요.”     



난 은근 누군가와 비교 당하는 걸 즐긴다. 비교 내용이 내가 낫다는 내용이면 더 그렇다. 비교를 하는 사람이 그 비교 내용을 나에게 당당히 말할 때 설마 나를 비난하는 내용이겠냐. 특히 학생이 말이다. 그러니 대체로 비교하는 내용은 즐겁다. 나에 대한 좋은 소리로 가득한 말들이니까. 그게 아니면 정말 객관적으로 비교하는 내용일 테니까 그것도 뭐 재미나다. 그러니 이 말도 기분 좋았다. 내가 화를 안 낸 적은 없지만, 그리고 앞으로도 화 안 낼 생각은 없지만 그래서 일시적인 평가의 말이지만 기분은 좋았다. 그래서 마음이 바뀐 것일까. 갑자기 그들과 나누는 모든 말들과 수업이 재미있어졌다.     



그것도 한 시간이 아니라 오늘 하루 전체가.     



일 하기 싫다고 하다가 금세 일이 즐겁다는 나를 보며 매번 나는 의문을 품는다. 정말 이것이 나와 잘 어울리는 직업이란 말인가. 단순히 직업을 바꾸기를 어려워해서, 익숙한 걸 좋아해서, 싫지 않아서 그저 단순히 그런 이유로 강사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아닐 수도 있는 게 아닐까. 이만큼 나와 잘 어울리는 직업이 또 있을까. 즐거움을 느끼며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이 또 있을까.     



이렇게 오늘 하루도 강사로 보낸다. 내일도 강사로 잘 보내자고 다짐까지 해 본다.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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