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오늘 하루도 강사로 보낸다

내가 아직까지 강사인 이유

by eolpit

분명 일을 하기 싫다는 마음이 컸다. 학원 문을 열고 들어가 자리를 정돈하고 수업을 준비하면서도 여기를 그만 두고 싶다, 여기에 큰 미련이 없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학생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그리고 그들과 대화를 시작하자마자 나는 이들이 좋다, 미련이 아직 있다, 가르치는 게 싫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가득해졌다.



이런 순간들이 오늘만 있었던 건 아니다. 나는 종종 이런다. 더 이상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을 할 수 없다, 자신도 없고 재미도 없다고 되뇌는 순간 갑자기 가르치는 일이 천상 내 업인 것처럼 즐겁고 가뿐한 기분. 게다가 오늘은 학생에게 이런 말까지 들었다.



“과학 선생님이 저한테만 뭐라 해서 과학 그만 다녀요. 국어도 그만 둘까 하다가 국어 선생님은 뭐라 안 하니까 혼도 안 내고 재밌어서 이건 계속 다니는 거예요.”



난 은근 누군가와 비교 당하는 걸 즐긴다. 비교 내용이 내가 낫다는 내용이면 더 그렇다. 비교를 하는 사람이 그 비교 내용을 나에게 당당히 말할 때 설마 나를 비난하는 내용이겠냐. 특히 학생이 말이다. 그러니 대체로 비교하는 내용은 즐겁다. 나에 대한 좋은 소리로 가득한 말들이니까. 그게 아니면 정말 객관적으로 비교하는 내용일 테니까 그것도 뭐 재미나다. 그러니 이 말도 기분 좋았다. 내가 화를 안 낸 적은 없지만, 그리고 앞으로도 화 안 낼 생각은 없지만 그래서 일시적인 평가의 말이지만 기분은 좋았다. 그래서 마음이 바뀐 것일까. 갑자기 그들과 나누는 모든 말들과 수업이 재미있어졌다.



그것도 한 시간이 아니라 오늘 하루 전체가.



일 하기 싫다고 하다가 금세 일이 즐겁다는 나를 보며 매번 나는 의문을 품는다. 정말 이것이 나와 잘 어울리는 직업이란 말인가. 단순히 직업을 바꾸기를 어려워해서, 익숙한 걸 좋아해서, 싫지 않아서 그저 단순히 그런 이유로 강사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아닐 수도 있는 게 아닐까. 이만큼 나와 잘 어울리는 직업이 또 있을까. 즐거움을 느끼며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이 또 있을까.



이렇게 오늘 하루도 강사로 보낸다. 내일도 강사로 잘 보내자고 다짐까지 해 본다.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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