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나'와 연결 완료
2025.11.19. 수 8:40
일어나자마자 쓰는 건 아니고 한 10분 딴짓 하다가 쓰는 모닝페이지. 아니 진짜, 꿈을 또 잊어버리다니. 꿈을 기억하려면 얼마나 빠르게 붙잡아야 하는거지? 왁자지껄했던 것 같은데. 오늘은 꼭 기억하고 싶었는데 이 노트북을 펴는 사이 그새 까먹었다. 참나. 분명히 오늘은 할 이야기도 많고 내가 생각하고 다짐한 것이 많아서 글이 술술 써질 줄 알았는데, 쓰기 시작하니 갑자기 쓰기 싫어진다. 이랬다 저랬다 왔다 갔다 하는 이상한 내 마음.
글을 쓰는데 방문의 벌어진 틈으로 아빠가 나를 보고는 흠칫 놀란다. 부모님이 자신에게 과하게 기대하는 게 부담스럽거나 싫다면 기대치를 많이 떨어뜨려 놓으면 된다. 나는 여덟시 반에 일어나만 있어도 칭찬 받는 스물여덟 딸이다. 일찍 일어나 무언가를 쓰고 있는 딸을 보고는 기분이 좋아져서 뽀뽀를 잔뜩 해주고 나가는 울아빠. 아빠랑 부딪힐 때도 많지만 .. 이 다음에 왜 어떤 말을 쓸지 자꾸 고민하게 되는걸까. 오늘 아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쓰고 싶기 때문인건가. 그렇다면 급 마무리를. 귀여운 우리 아빠. 불쌍한 우리 아빠. 고마운 우리 아빠. 가끔은 미운 우리 아빠.
어저께 춤을 열심히 추고 (그런데 결과물을 보니 못나기 그지없다. 웃겨 죽는줄 알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책 한 권을 읽기 시작했다. 퓨처 어쩌구 하는 책인데, 어떤 남자가 그 책을 읽고 인생이 바뀌었다고 설파하기에 솔깃해서 빌려본 책이다. 사실 자기계발서나 이런 거는 내 취향이 아닌데, 확실히 요즘은 미래에 대한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경제 책이라든지 계발서라든지 이런 류의 책들을 읽게 된다. 소설이 잠깐 멀어졌다. 소설을 읽다 보면 새로운 세계와 공상에 빠지는데 지극히 현실적이게 되고 싶은 게 지금의 나 인 것 같다.
아침 루틴으로 경제 신문 읽기를 하고 싶었는데, 충동적으로 매수한 (내 기준 무척 큰 금액의)주식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경제 신문 읽기를 회피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계속해서 하락한다면 그에 따라 내 주식은 더 하락할텐데. 뉴스 읽기가 무섭다. 어제 잠깐 읽은 책에서 사람은 그 일에 맞서기 위해 행동하거나, 회피하기 위해 행동하거나 하는 크게 두 가지 행동 목표가 있다고 한다. 나는 보통 피하기 위해 무언가를 하던가? 경제 신문을 읽었을 거시적 관점에서 보질 못 하고 당장 단기적으로 내가 입을 마음의 상처(?)만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먼 미래의 나와 연결되었다고 가정했을 때 나는 경제 신문을 읽는 것이 맞다.
'미래의 나'와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이 훨씬 현명한 선택을 한다.. 당장의 자극과 술 담배, 유흥에서 멀어질 수도 있고 게으름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는 거란말이지 진짜로. 생각해보니 어젯밤엔 4호선의 밥먹듯 잦은 연착과 그로인해 대기하면서 발생한 여러 일들 때문에 무척이나 피곤해졌었다. 세상엔 참 다양한 사람(사실은 이상한 사람)이 많구나,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집으로 향하는 길 나는 야식이 먹고 싶어졌다. 라면이라든가, 아니면 아이스크림이라든가 그런 고칼로리 음식을 먹고 싶었다. 그런데 순간적으로 '미래의 나'와 연결이 됐다. (사이비 교주의 설교같지만 살짝 과장해서 진짜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미래의 내가 영원히 아가리 다이어터로 고통받고 싶지 않다면 야식 먹기를 멈추라고 하는 거다. 그래서 아무것도 먹지.. 않지는 않았고 집에 와서 토마토를 먹었다. 그리고 몇날며칠 내내 미룰 뻔한 옷 정리를 하고 샤워까지 싹 마치고 일기를 쓴 후에 잤다. 사실 잠은 늦게 잤다. 미래의 나와 연결이 좀 더뎠던 것인가. 그런데 생각 지향을 미래로 설정하니, 오늘부턴 왠지 늦잠 자는 습관을 고칠 수 있을 것만 같다. 가까운 미래의 피곤과 컨디션 저하, 그리고 먼 미래의 건강 악화 따위의 일을 미래의 나에게 미룬다고 생각하면 살짝 무서워졌기 때문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나는 과거에 묶여 있는 사람이었다. J에게 그래서 내가 어떤 불안함이 있는지, 그것을 네가 해결할 수 있다면 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물론 꼭 해결할 필요가 있는 일이지만, 그것이 해결될 때까지 난 언제나라고 과거에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타이밍 좋게 이 책을 읽어서 더이상 과거에 얽매이기보단 미래를 생각하자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미래의 나'와의 연결이라.. 뭔가 연극으로도 만든다면 꽤 재미있는 설정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갑자기 든다. 어제 인화와 우리가 내년에 만들 연극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불안함이 모여 섞이다가 결국엔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조금이나마 해소되고 위로하는 연극을 만들고 싶다.
오늘도 아침 10분을 딴짓하는 바람에 모닝페이지를 쓰는 도중에 아침상이 완성됐다. 매일 이렇게 아침을 받아 먹는 것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렇다면 아침밥 먹는 시간에 많이 지각하면 안 되겠지. 어쨋든 그동안의 다짐이나 숱하게 실패했던 계획 세우기를 성공할 수 있는, 나와 어울리는 방법을 찾은 것 같다. 나는 언제나 사실 미래를 상상하곤 했는데, 그 미래의 나와 지금의 나를 연결지을 생각은 안 했던 것 같다 생각해보니. 그냥 그저 미래를 그리기만 했을 뿐. 그 상상속의 내가 진짜로 있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내가 오늘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삶의 태도를 취해야 할지, 가족들에게 어떻게 대해야 할지가 비교적 명확해진다.
쓸 말이 많았는데 줄여야겠다. 사이비 교주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잠을 잘 못 자서 그런가 두통이 좀 있다. 가족들이 10초 단위로 나를 부르고 있다. 일단 마무리를 해야겠다. 오늘부턴 잠도 일찍 잘 수만 있을 것 같은 좋은 기분이 든다. 산책을 좀 해야겠다. J 목소리도 듣고 싶다. 사실 내 안의 불안감이 사라졌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왠지 현명해질 수 있을 것만 같다. 어려움이 있어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사람 살아가는 길이 어떻게 아스팔트 꽃길만 있을 수 있겠나. 나는 흙길도 조금 걷고 싶고, 굳이 싶지만 덤불숲도 조금 헤쳐도 괜찮다. 물론 그 끝은 꽃길이면 좋겠다만.
오늘은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