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탓, 나라 탓 하지 말자.
“저는 오후 2시까지만 일할게요. 그 이상은 안 됩니다.”
“첫째 휴직해 보니 너무 좋아요. 바로 둘째 갖고 또 휴직 갈래요.”
내가 리더로서 함께 일했던 워킹맘 팀원들이 실제로 했던 말이다.
요즘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가 잘 마련되어 있어 하루 2시간 정도 단축 근무를 하는 경우는 종종 본다.
하지만 매일 오전 근무만 하고 퇴근하는 형태의 근무는, 적어도 내 커리어에서는 처음이었다.
반나절만 일하는 팀원에게 과연 어떤 일을 맡겨야 할까.
그 짧은 시간 동안 집중해서 일한다면 모르겠지만, 잦은 지각과 긴 점심시간, 근무 중 개인 통화, 그리고 퇴근 시간만큼은 1분도 넘기지 않는 모습이 반복됐다.
법적으로 문제는 없었다.
그래서 본인 역시 스스로를 문제 삼지 않았다.
첫째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하던 한 팀원은,
임원이 함께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휴직해 보니 회사 안 나와도 돈 버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 바로 둘째 갖고 또 쉬려고요.”
그 자리에 있던 임원은 웃으며 넘겼지만,
회의가 끝난 뒤 나에게 조용히 말했다.
“저 친구에게는 일 조금만 줘요. 내가 언제든 정리할 수 있게.”
그 말은 오래 남았다.
내가 첫 아이를 낳았던 2010년과 둘째를 낳았던 2014년 사이, 불과 4년이었지만 회사의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첫째를 낳았을 당시, 인사 담당자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 회사는 육아휴직 없어요. 바로 복귀할 준비 하세요.”
하지만 둘째를 낳을 즈음에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쓰는 것이 당연한 분위기가 되었다.
사회도, 제도도 분명 좋아졌다.
그럼에도 나는 육아휴직 복귀 후,
아이 문제로 회사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더 조심했다.
연차 하나를 쓰는 일에도 꽤 많은 눈치를 봤다.
그래서인지 요즘 종종 들리는 말이 마음에 걸린다.
“그래서 애 엄마는 뽑으면 안 된다.”
이 말이 나오게 되는 이유를, 나는 안다.
일부 워킹맘들의 태도 때문이다.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이 마치 무기처럼 사용되고,
잦은 연차 사용으로 업무가 동료에게 넘어가고,
근무 시간에는 집중하지 않으면서도
불이익에 대해서만 가장 억울한 사람처럼 말하는 모습들.
물론 이런 태도는 워킹맘이 아니어도 문제다.
다만 ‘워킹맘’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지면서, 그 행동은 더 크게 보이고 더 쉽게 일반화된다.
회사는 학교처럼 돈을 내고 다니는 곳이 아니다.
일한 만큼, 기여한 만큼 보상을 받는 공간이다.
물론 직원이 늘 불안 속에서 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조직에 지속적으로 부담이 되거나
신뢰를 무너뜨리는 태도는 결국 정리의 대상이 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행동은 돌아보지 않은 채
워킹맘이라서 불리하다며
나라 탓, 회사 탓만 하는 모습을 볼 때면
같은 여자이기에 더 씁쓸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워킹맘은 분명 제약이 많다.
아이 없는 사람보다, 남자보다 더 많은 변수를 안고 일해야 한다.
그래서 더 치열해야 한다.
그래서 더 책임감 있어야 한다.
정체성은 설명이 될 수는 있어도,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워킹맘이라는 이름이 핑계가 아니라
신뢰의 근거가 되기를 바란다.
자기 일에 책임지고, 최선을 다하는 워킹맘이 늘어날수록
이 사회의 편견도 조금씩 사라질 것이라 믿는다.
권리는 요구할 수 있지만, 책임은 증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