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가 바뀌자,
나의 태도가 바뀌었다

하급지에서 상급지 이사 후 나의 변화

by Amazing 엄

https://brunch.co.kr/@eomhyejin12/6

학군지로 이사한 뒤 아이들에게 일어난 변화에 대해 쓴 글이

내가 쓴 글 중 가장 큰 반응을 얻었다.

그 글을 쓰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만 변한 걸까?

아니었다.

사실 가장 크게 변한 사람은 나였다.




내가 사는 곳은, 나의 위치였다

나는 40대 중반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늘 부모님이 살던 동네에,

내가 익숙한 동네에 그대로 살았다.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사는 줄 알았다.


그러던 어느 날, 책에서 이런 문장을 읽었다.

사람은 대부분 자기가 익숙한 동네에서만 평생 산다.

그래서 강남 사는 사람은 계속 강남에 살고,

강북 사는 사람은 계속 강북에 산다.

문득 우리 가족이 떠올랐다.

서울에 사는 친척들은 전부 강북,

그 외에는 모두 지방.


나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이건 내 아이에게도 그대로 대물림되겠구나 싶었다.

그날 이후 1년 동안

임장과 부동산 공부에 매달렸고,

결국 상급지로 이동했다.

그리고 변화는

아이들보다, 나에게 먼저 찾아왔다.


1. 내 마음에 자신감이 생겼다

회사에서 아이를 두고 출근하면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묻는다.

“어디 사세요?”

“부모님은 어디 사세요?”

예전에는 그 질문이 늘 불편했다.

정확한 동네를 말하기보다

그나마 덜 초라해 보이는 주변 지역을

어물쩍 말하곤 했다.

하지만 상급지로 이사 온 뒤,

나는 처음으로

내가 사는 곳을 정확히,

그리고 친절하게 설명하게 되었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내가 마땅히 이뤘어야 할 삶의 위치에

이제야 도착했구나.

물론 현실은 매달 대출이자에 허덕이는 워킹맘이지만,

적어도 마음만큼은 내 삶을 스스로 승인한 기분이었다.


2. 내가 걷는 길이 달라졌다

이전 동네에서 출근길 풍경은 늘 같았다.

빌라와 다주택, 골목마다 널브러진 쓰레기.

구청에 여러 번 신고해도

청소는 늘 잠깐뿐,

퇴근길엔 다시 같은 자리에 쓰레기가 쌓였다.

환경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그때처럼 절실히 와닿은 적도 없었다.

지금 동네는 다르다.

대단지 아파트, 깨끗한 도로,

아침에 있던 쓰레기는 퇴근할 때면 흔적도 없다.

이제야 안다.

사람이 환경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환경이 사람의 기준을 만들어 준다는 걸.


3.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달라졌다

예전 동네에서는

폐지를 줍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매일 봤고,

시장에 가면 몇 천 원을 깎기 위해

서로 얼굴을 붉히는 장면이 익숙했다.

미용실 가격이 5천 원 올랐다가

동네 어르신들의 항의로 다시 내려간 일도 있었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무슨 새 아파트냐”며

재개발을 극렬히 반대하는 목소리도 늘 들렸다.

변화보다 현재,

미래보다 당장만 중요한 동네였다.

지금은 다르다.

카페에 앉아 있으면 투자 이야기, 아이 교육 이야기,

동네의 다음 10년을 이야기한다.

아파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우리 단지가 더 좋아지려면”이라는 문장이 자주 등장한다.


내가 보는 세상이 달라지자 내 생각도 달라졌다.

집을 옮긴 게 아니라, 삶의 궤도를 옮겼다

하급지에서 상급지로 이동한 뒤,

우리 가족은 분명 달라졌다.

아이의 태도,

부모인 나의 기준,

삶을 대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


이맘때면 많은 부모들이 아이 교육을 이유로

거주지 이동을 고민한다.

나는 주저 없이 말하고 싶다.

망설이지 말고 이동하라.

이건 집을 바꾸는 게 아니다.

삶의 방향을 바꾸는 일이다.

주소 하나가

인생의 태도를 이렇게까지 바꿀 수 있다는 걸,

나는 지금, 매일 배우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