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공교육을 고발한다.
SKY캐슬은 드라마가 아니었다
2018년, 너무도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 SKY캐슬.
그때는 ‘저건 강남 부자들 이야기지’ 하고 넘겼다.
그런데 2026년,
예비 고등학생 아들의 교육 문제로 이런저런 검색을 하다 보니
인스타그램 광고 로직에 내가 정확히 걸려버렸다.
생기부 컨설팅
생기부 디자인
입시 컨설팅
피드에는 비슷한 광고가 끝도 없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중, 유독 자주 보이던 두 곳에서
아들과 함께 대면 상담을 받게 됐다.
"아이는 공부만 하면 됩니다.
생기부와 수행 평가, 보고서는 저희가 다 알아서 써드려요."
상담 초반, 업체는 아주 친절했다.
그리고 아주 당당했다.
“아이는 공부만 하면 됩니다.
생기부, 수행평가, 보고서 저희가 다 알아서 써드려요.”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SKY캐슬 속 장면이
눈앞에서 그대로 재생되는 기분이었다.
나는 물었다.
“100%요?
그럼 저희 아이가 한 게 아니잖아요.”
업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이가 첫째라서 어머님이 잘 모르셔서 그래요.
요즘은 다 이렇게 합니다.
중복 안 걸리게 저희가 다 처리해요.”
이게 정말 ‘정상’인가요?
나는 계속 질문했다.
“아이가 탐구한 것도,
아이가 읽은 책도 아닌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그렇게 들어간 대학에서
아이가 과연 적응은 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늘 같았다.
“일단 좋은 대학부터 가야죠.”
“목표는 최소 서성한(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 아닐까요?”
“처음엔 다 방향만 잡아달라고 하세요.
결국은 100% 맡기십니다.”
계약은 첫 보고서 제출부터 시작된다고 했다.
그 보고서 역시,
아이가 아니라 업체가 써주는 보고서였다.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 길,
나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들아,
대학이 두 단계 낮아져도
저런 방식으로는 절대 가지 마라.”
“저건 네 실력이 아니다.”
“공부는 문제 해결력을 키우는 거지,
남이 대신 해주는 게 아니야.”
“저렇게 얻은 결과는
언젠가는 반드시 들통난다.”
다행히 아들은 확고하게 말했다.
“엄마,
난 저렇게 해주면
양심찔려서
보고서 제출도 못 할 것 같아.”
그 말에, 안심이 됐다.
이게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이라면서,
업체 측 말과 선배맘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렇다.
고등학교 선생님들은 바쁘고
생기부는 대충 써주고
아이의 진로를 깊이 고민해주는 사람은 없고
그래서 입시컨설팅은 ‘필수가 됐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요즘 신입 직원들이
스스로 일하지 않고, 시켜야만 움직이는 이유가
너무도 선명하게 이해됐다.
결과만 사고
과정은 외주 주는 시스템에서
아이들이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상담 중,
업체는 서울대 의대 합격생의 보고서를 보여줬다.
보고서라기보다
논문에 가까웠다.
고등학생이 썼다고 믿기 어려운 수준.
그걸 ‘대리 작성’해놓고
아무렇지 않게 합격시키는 시스템이라면,
솔직히
학교도 우습게 느껴졌다.
그럼 이 보고서는 누가 쓰는걸까?
집에 돌아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1년에 600만 원이 넘는 돈을 받고
아이의 보고서를 대신 써주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그 업체들도 결국
사람을 채용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입시컨설팅 업체의 채용 공고를 직접 찾아봤다.
채용 조건은 생각보다 너무도 단순했다.
학사 이상
신입 가능
근무 시간 12시 ~ 20시
상담 중에 듣기론 약 80명 학생을 1명의 선생님이 관리한다고 한다.
이 조건으로
한 학생당 연 600만 원이 넘는 돈을 받고
생기부와 보고서를 설계한다는 것이다.
순간,
강한 의구심이 들었다.
과연 그들이
그만한 ‘값어치’를 할 수 있을까?
입시는 그렇게 ‘정성’과 ‘적합성’을 강조하며,
전공 적합성
탐구의 진정성
과정 중심 평가
그렇게 까다롭게,
그렇게 의미심장하게 말해놓고
정작
그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 사람을 뽑는 기준은
이렇게까지 허술하다니.
대기업의 채용 공고를 보면
얼마나 세부적인지 모두가 안다.
어떤 업무를 맡게 되는지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어떤 경험을 가진 사람을 원하는지
집요할 정도로 설명해 놓는다.
그런데
아이의 3년 인생 기록을 좌우하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사람의 채용 기준은
이렇게 간단하다.
이게 정상일까?
그래서 차라리 이런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내가 매일 1시간씩
아이에게 신경 쓰는 게 낫지 않을까.
오늘 무슨 수업이 어려웠는지
수행평가 주제는 왜 그렇게 잡았는지
자료는 어디서 찾아봤는지
이 활동이 아이 진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걸 옆에서 묻고,
함께 고민해주는 게
보고서를 대신 써주는 사람보다
훨씬 의미 있는 일 아닐까.라고 생각도 들었지만,
아이가 엄마의 말을 듣지 않을테니깐.
거기서 또 되돌임표가 되었다.
나는 컨설팅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이런 컨설팅을 원한다.
아이의 적성과 성향을 기반으로 진로를 함께 탐색해주는 곳
과제 수행 시 주제 선정 단계에서 조언을 해주는 곳
자료 검색 방법, 보고서 구조와 방향을 가이드해주는 곳
단, 전제 조건은 단 하나다.
✦ 내용은 반드시 아이가 쓸 것
✦ 주제는 아이가 먼저 제안하고 발전시킬 것
SKY캐슬은 드라마가 아니었다
아직 고등학교의 진짜 전쟁을
겪어보지 못했기에
내가 너무 순진한 소리를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하나다.
아이의 인생을 ‘대필’로 설계하는 시스템을
정상이라고 부르는 사회라면,
그건 아이들이 아니라
교육이 먼저 반성해야 한다.
SKY캐슬은 드라마가 아니었다.
이미,
우리 일상 한가운데 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