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현실에서 다시 묻다.
2026년부터 ‘육아기 10시 출근제’가 도입된다는 뉴스를 봤다.
육아기 자녀를 둔 맞벌이 부모라면 임금 삭감 없이 하루 1시간 늦게 출근하거나, 1시간 일찍 퇴근할 수 있는 제도라고 했다. 정부는 이를 사용하는 사업주에게 월 30만 원까지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나 역시 이 제도의 대상자다.
하지만 이 소식을 반갑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제도가 있어서 쓰지 못하는 게 아니라
쓰는 순간 감당해야 할 시선과 설명이 이미 그려졌기 때문이다.
늘 정시에 퇴근하는 사람,
시간 조정 제도를 활용하는 사람,
그래서 일이 덜 중요한 리더처럼 보이는 사람.
이 제도가 ‘선택’인 한, 사용하는 사람은 늘 조심스러워진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차라리 이런 제도는 신청이 아니라 인적 정보에 따라 자동 적용되는 강제 제도여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개인의 의지가 아니라, 사회의 책임이 된다.
말이 나온 김에, 저출산을 걱정하는 사회에 묻고 싶다.
정말 아이를 키워본 적이 있는지.
9 to 6으로 일하며 아이를 키운다는 게 어떤 하루인지 알고는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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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2학년까지는 어떻게든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며 버틴다.
문제는 초등 3학년이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애매한 나이.
이 시기가 되면 돌봄은 갑자기 사라진다.
이용하고 싶어도 할 수 없고, 아이들조차 “재미없다”며 외면한다.
그 결과는 늘 같다.
아직 어린 아이가 집에서 혼자 밥을 먹는다.
방학이 되면 상황은 더 극단적이다.
아침, 점심, 저녁, 간식까지 모두 준비해 두고 출근한다.
어른도 힘든 혼밥을, 아이가 하루 종일 혼자 한다는 걸 알면서도.
아이들이 좋아할 수 있는 돌봄은 왜 고민되지 않는 걸까.
적어도 점심만이라도 함께 먹을 수 있는 공공 시스템은 왜 없는 걸까.
왜 이런 돌봄은 늘 저소득층만의 문제가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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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3월,
공개수업과 면담, 각종 행사는 연차 없이는 참석할 수 없다.
나는 과학 행사를 가지 못했다.
그날 담임선생님은 엄마가 온 아이들만 체험을 시키고,
나머지 아이들은 지켜보게 했다고 한다.
아이는 집에 와서 서럽게 울었다.
설마 싶어 참석한 엄마에게 물었고,
“민망할 정도로 차별했다”는 답을 들었다.
그 담임선생님은 과거에 워킹맘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더 이해해줄 거라 믿었던 내가 어리석었다.
학부모 참여를 전제로 한 행사는 줄여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의 사정을 아이에게 돌려주는 방식의 교육은 멈춰야 한다.
그 시기는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정말 큰 고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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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말한다.
아이를 낳으라고.
학교는 말한다.
엄마가 와야 한다고.
회사는 말한다.
제도는 있지만, 선택이라고.
그 사이에서 부모는 매일 균형을 맞추며 버틴다.
늦게 출근할 자유보다,
아이에게 혼자 밥을 먹이지 않을 권리를 먼저 달라고 말하고 싶다.
저출산을 걱정하기 전에,
이미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의 하루를
사회는 과연 어디까지 책임지고 있는지.
나는 오늘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