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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플 May 04. 2021

램프

생활 속의 사물 #2

Image by Thomas Mühl from Pixabay 


처음 캐나다에 와 살면서 느낀 것은 대부분의 집들이 어두침침하다는 것이었다. 


한국의 집들은 대부분 백열등을 쓴다. 전등을 켜면 푸른빛이 섞인 하얀빛들이 방안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대부분의 등들은 천청에 설치되기 때문에 불을 켜면 방에는 어둠이 한 자락이라도 머물기 어렵다. 


그런데 캐나다의 집들은 전등을 천정에 다는 경우는 부엌이나 식사를 하는 다이닝룸 정도이고 방에는 천정에 등이 달린 경우가 드물다. 대부분 스탠드식의 램프를 사용한 부분 조명을 한다. 한국의 백열등처럼 하나만 켜도 방이 모두 환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를 켜면 그 주위만 밝아지는 정도라서 방 하나에도 램프를 여기저기 설치해서 켜는 경우도 많다. 

가령 침실이라면 침대의 헤드테이블 옆에 각각 등을 설치하고 화장대 근처에 스탠드 등을 따로 두거나 해서 필요할 때 다른 등을 켠다. 그래서 캐나다에서 처음 생활할 때는 방이 불을 켜도 밝지 않은 것 같고 침침하다는 느낌이었다. 


거리에 나가도 상점의 네온사인들이 한국처럼 그렇게 화려하게 번쩍이지 않는다. 네온사인을 단 상점들을 보기가 드물다. 대신 캐나다의 상점의 이상한 점은 가게 안의 전등을 밤에 장사가 끝난 후에도 끄지 않는다는 것이다. 밤새 가게에 불을 켜 두는 이유는 불을 끄면 강도를 당할 염려가 많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것이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다. 밤새 상점 전등을 켜 두는 것이 엄청한 전력낭비라는 생각을 해보긴 하는데, 한국의 번화가의 번쩍이는 네온사인들을 생각해보면 차라리 가게의 불을 켜 두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캐나다에는 한국처럼 번화가라고 할만한 곳이 많지 않다. 밴쿠버 다운타운의 랍슨 거리가 가장 번화가라고 할만한 곳으로 거리를 따라 상점들이 줄이어 서 있다. 그외에는 상점들이 거리에 늘어서 있는 곳이 거의 없다. 한국의 백화점과는 다르지만 커다란 건물 안에 상점들이 들어서 있는 쇼핑몰이 있지만 그곳들은 밤에는 문을 닫기 때문에 네온사인들이 번쩍이는 거리를 찾기가 힘들다.  


내 방에는 천정에 등이 달려 있지 않다. 그래서 스탠드형의 램프를 사용했다. 큰 램프가 스탠드 위에 달려 있었고 가지처럼 작은 등이 따로 있었다. 큰 램프는 가장 밝은 전구를 사용해서 키면 꽤나 밝았다. 작은 등은 주로 밤에 자기 전이나 자다 일어나서 밝은 불이 필요 없을 때 사용했는데, 큰 램프가 고장이 나서 버리고 나니 이제 남은 것은 책상 위에 있는 램프 하나뿐이다. 이 램프를 켜면 책상 위에나 비쳐줄 뿐, 책상을 벗어나면 책도 읽을 수 없는 밝기이다. 그런데 이 램프 하나만 있는데 생활하는데 더 이상 불편하지 않다. 

Lamp on my desk


책을 잘 읽지 않게 되어서이기도 하고, 텔레비전을 보는데 굳이 등이 밝아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수록 빛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게 되는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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