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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플 Jan 25. 2021

쉼표를 찍는 시간

눈 오는 일요일 아침 불멍 때리기

6시 반, 저절로 눈이 떠지고, 곧이어 휴대폰에서 알람이 울린다. 평소보다 어둡고 기온이 써늘한 게 날씨가 별로인 모양이다. 좀 더 이불속에서 꾸물대어도 좋은 날이다. 왜냐하면 오늘은 일요일이니까.


그런데 이불을 꽁꽁 싸매고 누워 있어도 잠이 더 이상 오질 않는다. 어젯밤에 9시부터 일찍 자기 시작한 때문이다. 이불속에서 얼굴만 내놓고 휴대폰으로 뉴스도 읽다가 결국 일어난다.


8시. 밖에는 가늘게 비가 내리고 있다. 눈도 아니고 비도 아닌.

건너편 집들에서 인기척이 없다. 온 동네가 조용하다. 아직 아침을 시작하기에는 이른 시간인 모양이다.


아침으로 먹을 야채죽을 데운다. 소고기 국물에 딜, 양배추, 당근, 양파를 넣고 한 솥 가득 끓였다가 한꺼번에 다 먹지 못하고 남은 것을 얼려놓았다가 해동했다. 계란 하나를 풀어 넣었다.


집에서 제일 따뜻한 곳이 거실의 벽난로 앞이다. 거실의 소파에서 아침을 먹는다. 야채죽은 간이 심심한데 계란까지 불어넣어서 많이 싱겁다. 가끔 통후추가 싶힌다. 후추를 싶을 때마다 느껴지는 쌉싸름한 맛이 좋다.


물을 끓여서 커피믹스 두 개를 탄다. 집에는 커피머신이 없어서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는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나 팀호튼으로 갔다 와야 하는데, 요즘 재택근무를 하면서 그것도 귀찮아서 등산 갈 때 가져가는 커피믹스를 종종 마신다.


난로 앞에서 잠시 멍을 때려본다. 별로 하는 것도 없는데 사는 것은 늘 바쁘다. 잠시 멍청해지는 시간에도 생각을 멈추기는 힘들다. 부지런하게 살고 있는 편은 아닌데 살면서 해야 하는 일은 언제나 넘쳐 난다.

우리 삶에는 가끔은 쉼표가 필요하다. 


비처럼 눈처럼 오던 것은 이제는 완전히 눈으로 변했다. 이번 눈은 며칠 계속 내릴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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