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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플 Jan 15. 2021

머리카락이 자꾸 빠진다

늙어감 대한 생각 #1

(Image by Phimchanok Srisuriyamart from Pixabay)


요즘 머리카락이 자꾸 빠진다. 아침에 일어나 머리를 빗고 나면 바닥에 머리카락이 수북하고, 머리를 감고 나면 욕조에 머리카락이 한가득 있다. 시력에 썩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집안 곳곳에 떨어져 있는 머리카락을 발견하게 된다. 긴 머리라서 눈에 더 잘 보이나 싶은 생각도 들고, 이제 나이 들어서 머리카락도 나를 떠나나 싶어서 심란해지기도 한다.  


지금껏 머리를 길렀던 적이 몇 번 없다. 이십 대 초반에 머리를 길렀다가 사회생활을 시작하고는 머리를 잘랐다. 천성이 게으른 편이라 긴 머리를 유지하기 위해 품을 팔고 싶지 않았고, 어머니는 나는 긴 머리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시면서 머리를 짧게 자르라는 강력하게(?) 말씀하셨고 귀찮은 게 싫었던 나는 머리를 잘랐다. 


캐나다로 이민 오기 전에 캐나다의 미용실은 비싸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미용실에 자주 안 가도록 긴 머리를 하기로 결정하고, 머리를 길러도 괜찮도록 펌을 하고 왔다. 그리고 한동안은 집에서 머리를 혼자서 자르곤 했다. 긴 머리였기 때문에 좀 이상하게 잘라져도 묶고 다니면 되었다. 한 번은 앞머리를 직선 뱅으로 너무 짧게 잘라 한동안 좀 우스운 꼴로 다니기도 했다. 


캐나다 헤어숍은 비싸고 또 서비스 업종이어서 팁까지 줘야 해서 비싸다는 소문은 사실이었다. 온 지 일 년쯤 되었을 때, 펌을 하러 한국 미용실을 갔다. 그 당시에는 밴쿠버에는 한국 미용실이 많지 않아서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넘게 가야 했고, 한국 미용실도 캐나다 헤어 숍의 가격이 비슷했다. 머리가 길어서 펌을 하는데 더 비싸다고 해서 뜨악했다. 요즘은 한국 사람이 하는 미용실이 많이 생겨서 한국이랑 예전보다는 싸져서 한국과 비슷해진 것 같다.


직장을 다니면서부터 그래도 일 년에 두 번 정도는 미용실에 간다. 한 번은 자르기만 하고, 그다음에는 자르면서 펌을 한다. 너무 짤은 쇼트커트도 아니고 긴 머리도 아닌 적당한 길이를 유지하고 지낸다.


이번 봄에 펌을 해야 할 때가 되었지만 팬데믹으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서 굳이 펌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다시 출근하게 되면 그전에 미용실을 갈 생각이었다. 재택근무가 팔 개월째 가다 보니, 머리카락도 엄청 자랐다. 머리카락이 자라면서 머리카락도 점점 더 많이 빠지는 것은 기분 탓일까?!


인터넷을 찾아보니 하루에 머리카락이 오십 개 이상 빠지면 탈모라고 한다. 탈모의 원인은 여러 가지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노화란다. 늙으면 머리카락이 힘이 없어지고 빠지게 된단다. 그러고 보면 노인들은 대개 머릿숱이 별로 없다. 탈모를 일으킬만한 다른 원인이 있는 것 같지는 않으니 노화가 오는 건가 생각하니 서글퍼진다. 


탈모 방지용 샴푸도 쓰고, 머리 감고 잘 말리고, 흰머리가 보여도 뽑지 않으면서 아직은 가지고 있는 머리카락을 가지 말라고 붙드는 노력을 해본다. 이런다고 늙어가는 변화를 영원히 막을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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