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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플 Jan 11. 2021

공원이 집 근처에 있어서 좋다

 캐나다 이민살이 #2

지금 살고 있는 도시는 비시 B.C주에 있는 써리 Surrey이다. 보통 밴쿠버라고 부를 때에 해당하는 메트로 밴쿠버 Metro Vancouver Regional District에 속해 있는 지역이지만, 이 메트로 밴쿠버 지역 중에서도 뉴웨스트 민스트 New Westmister에서 프레이저 강 Frasier River을 넘어야 나오는 외곽지역이다.


써리는 메트로 밴쿠버에 들어가지만, 바로 옆에 있는 랭리 Langley는 프레이저 밸리 Fraiser Valley Regioanl District에 속한다. 한국 사람들은 써리와 랭리라 모두 '리'이기 때문에 시골이라고 농담을 하곤 하지만, 써리나 랭리를 시골이라고 부르긴 좀 그렇고 그냥 평범한 도시이다.


써리는 최근에 폭발적으로 인구가 늘어나면서 현재 비시 주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이다. 써리 전체 인구 중의 30% 정도는 남아시아인, 스리랑카 파카스탄 사람도 포함된 통계이지만 대부분 인도인이 차지하고 있다. 어디서나 인도인을 쉽게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써리 시청에서 날아오는 편지에 힌디어가 영어, 불어와 함께 쓰여있어서 문화적인 이질감을 느낄 때가 많다.    

 

밴쿠버에서 어떤 도시에 살 것인가는 경제적인 여건에 따라 정해지는 부분이다. 밴쿠버가 제일 집값이 비싸고 웨스트 밴쿠버가 그다음이다. 밴쿠버에서 멀어질수록 집값은 싸진다. 한국사람들은 코퀴틀람 지역에 많이 살고 있어서 그 지역에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가 많아서 편하기는 하지만, 프레이저 강을 넘어 써리에 살게 되었다.


지역이 정해지고 나면 단독주택이냐 타운하우스냐 아니면 아파트에 살 건지를 결정해야 한다. 혼자 살다 보니 아무래도 아파트가 편할 것 같았다. 그다음으로는 쇼핑몰이 가깝고, 대중교통 이용이 편한 곳, 공원과 도서관이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여야 한다는 것과 개인적으로 고층 아파트를 싫어해서 저층 아파트였으면 하는 것을 원하는 조건에 넣고 집을 구했다.   

 

다행히 원했던 조건을 많이 충족시켜 주는 집을 구했다. 버스 정류장과 전철역이 걸어서 오분 거리이고, 집 뒤쪽으로 십 분만 걸어가면 호수가 있는 공원이 있고. 쇼핑몰과 도서관 모두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이다. 역세권이고 팍세권인 셈이다.   

 

구할 때는 이러저러한 걸 따졌지만, 살다 보니 공원이나 도서관이 가까워도 잘 가지 않게 되었다. 올해 팬데믹으로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운동 삼아 집 근처로 산책을 나가기 시작했다. 전에는 일 년에 한두 번 가는 게 고작이었는데 재택근무하는 동안에는 일주일에 서너 번은 간다.  공원의 모든 트레일을 가보고 공원과 연결된 동네의 길들도 샅샅이 돌아보았다. 주말에는 칠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공원까지 걸어가 보기도 한다.


집 근처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보니, 새삼 도시 안에 공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집에서 십오 분 정도만 걸으면 갈 수 있는 공원이 세 개나 되고, 주택가 사이사이에 보물처럼 묻혀있는 작은 공원들도 많다. 밴쿠버가 겨울에 비가 많이 오고 기온이 온화한 지역이라 열대우림이 아니지만 나무들이 쑥쑥 잘 자라는 곳이다. 공원에 가면  나무가 잘 자란 숲이 있다.


주택가를 걸어도 사람이 걸을 수 있는 인도가 있기 때문에 안전하게 걸을 수 있고, 차도 많이 다니지 않아서 한적했다. 주택가를 걸으면서 집 구경도 하고 집 앞마당에 가꾸어 놓은 꽃들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자주 가다 보니, 같은 공원도 시간에 따라 날씨에 따라 계절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올해는 그 공원에서 봄, 여름, 가을이 오고 가는 것을 보았고 이제 눈 오는 날을 기다린다. 눈 오는 날 공원을 산책하고 싶다.  올해 처음으로 여기 살고 있어서 참 좋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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