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의외로 자녀가 자신의 주변 정리 정돈을 하지 않고 청소를 하지 않아 골치 아프다는 분이 많이 계십니다. 아이 방이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집도 있습니다. 음식을 침대 위에서 먹거나 과자 봉지 등을 아무 곳이나 버리고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아이도 있어요. 아무리 치우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을 뿐 아니라 엄마가 좀 치워주려고 해도 손을 못 대게 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주변을 깨끗이 치우지 않으면 벌레가 생기기도 하고, 알레르기를 유발 시키는 등 위생적으로도 문제이지만, 정서적으로도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어릴 때부터 바로 잡아주고 주변을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는 루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습관이 고착화되면 성인이 되어도 정말 고치기 어렵습니다. 성인이 되어도 자신의 방뿐만 아니라 사무실 책상을 정리하지 않고 심각한 수준으로 지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기 방을 치우지 않는 아이들은 왜 그런 걸까요?
첫째, 부모가 너무 정리 정돈이나 청소를 깔끔하게 잘할 경우, 아이 스스로 하는 힘을 기르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부모가 알아서 다 해주니 자신이 해야 할 필요성도 못 느끼고 하는 방법도 모르니까요.
두 번째는 부모가 주변 정리나 청소를 잘 하지 않아 그대로 보고 배운 경우입니다. 부모의 기준을 보고 자신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도 잘 모르고, 필요성을 못 느낄 경우이지요.
세 번째는 아이에게 우울이나 무기력증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지만 의욕이 없어 손끝 까딱도 하기 싫은 아이들은 방을 치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지요.
네 번째는 욕구불만이나 애정결핍이 있을 때, 반항하거나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부모가 원하는 것의 반대로 행동 하려고 하지요. 또 이런 행동을 통해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섯 번째는 기질적이거나 성향 때문입니다. 자신의 주변이 더러워도 아무렇지도 않은 거죠. 어떤 아이는 매사에 깔끔하게 정리정돈을 하고 깨끗이 청소를 해야만 마음의 안정을 얻는 아이도 있고, 또 어떤 아이는 지저분 한 상태에도 아무런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잘 지내는 아이가 있습니다.
여러분의 아이가 만약 청소나 정리 정돈을 잘 하지 않는 아이라면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아이를 나무라거나 탓하기 이전에 우리 자신부터 성찰해 보아야 합니다. 또 아이에게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잘 관찰해보고 해결해 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친구와의 관계가 나빠서 고민에 빠져 우울하거나 무기력한데, 자꾸 청소하라고 하면 행동을 바꾸고 싶은 마음은 생기지 않고 잔소리라고만 생각하게 됩니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불만이 가득하거나 애착 관계가 형성되지 않아 우울감이 많은 아이에게는 공감과 소통을 통해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지요. 또 사춘기로 감정의 기복이 큰 시기라면 좀 기다려 줄 필요성도 있어요.
단순하게 습관이 잘 형성되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일주 일에 한 번 가족이 함께 대청소하는 날을 정해서 자신의 방을 자신이 청소하고 함께 사용하는 공간은 다 같이 치우는 경험을 하도록 합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행복감과 뿌듯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그리고 평소에 환경을 깨끗하게 해야 하는 당위성과 위생상의 문제점을 상기시켜 주는 것도 좋습니다.
요즘은 여름방학이라 여유가 좀 있는 시기입니다. 어릴 때부터 주변 정리 정돈과 청소를 깨끗이 해서, 정서적인 안정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시도해 보는 좋은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