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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정한 변리사 Jan 31. 2022

경쟁사를 칭찬하라

[기술창업36계] 투자유치자료에서 경쟁사를 ‘까는’행위는  도움이 될까?

기술창업자들은 경쟁자를 깎아내리기 바쁘다. 경쟁사들은 이러한 기능이 없고, 저러한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기술적으로 거의 무의미하며, 자신의 기술에 비하면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심지어 매출액이 크게 차이나는 해당 업계의 선발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별게 아니다.’라고 외치는 경우가 .  그럴까? 그러한 행동이 과연 기술창업자에게 도움이 될까?



단적으로, 투자유치자료나 사업계획서에서 경쟁사를 ‘까는’ 행위는 창업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신승리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사업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는 변리사기 때문에, 특허 데이터를 기반으로 경쟁사 분석 컨설팅을 많이 해주는 편인데, 경쟁사들의 특허를 보면서 “저거는 쓰지 않는 기술이에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정작 경쟁사가 보유한 특허를 기초로 해당 상품이 시장에서 통용되고 있는지를 조사해보면, 현실적이로 상용적인 기술인 경우도 많다. 경쟁사가 보유한 기술을 ‘까는것’을 ‘방어기재’라고 한다. 기술창업자들 중에는 준비도 안되어 있으면서, ‘방어기재’만 심한 경우가 많다.


투자유치를 위한 발표장에서 기술창업자의 ‘경쟁사를 비난하는 장면’은 투자심사를 하는 사람의 ‘비호감’을 불러일으키는 방아쇠다. 대부분의 경쟁사 분석장표는 투자유치자료의 중간순서에 놓이게 되는데, 투자자들이 가장 관심있게 보는 페이지 중 하나다. 일단 ‘경쟁사가 없다’고 주장하는 창업자는 ‘시장이 없다’고 자인하거나, ‘경쟁사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고백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투자자들이 경쟁사를 보는 이유는 ‘이 회사의 사업아이템이 얼마나 커질 것인가?’때문이다.  


주식거래소에 상장된 기업들도 동일업종으로 묶여서 비교당한다. 2차 전지를 만드는 기업들의 집합이 형성되어 있으며, 그 중 어떤 기업이 어떤 매출과 영업이익 실적을 냈고, 직원수는 어떻게 증가하고 있는지 등이 중요한 지표가 된다. 동일 집단에서 투자대비 실적이 우수한 기업의 주가는 오르고, 그렇지 않는 기업은 주가가 곤두박질친다. 2차 전지, 반도체 소재, 장비, 부품 등의 테마로 나뉘어지기도 하고, 인공지능, 메타버스, 로봇 등의 테마로 묶이기도 한다. 분명 큰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기대되는 업종이라면 경쟁사가 증가하는 추세여야한다. 사업계획서에 경쟁사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면, 그 사업계획서는 전혀 준비되지 않은 ‘계획서’이다.


리디북스에서 <기술창업36계> 전체보기

https://ridibooks.com/books/4168000021


경쟁사는 최소 3개 내지 6개 정도가 준비되어야 한다. 물론 당신의 사업아이템이 정말로 ‘완전히 새로운’ 아이템이라서 경쟁사가 국내에 없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해외에서 경쟁사를 찾아야한다. 크런치베이스(https://www.crunchbase.com)나 아울러(https://corp.owler.com) 같은 사이트에는 당신이 가진 지식보다 더 넓은 범위의 사업아이템과 그러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기업들의 명단이 있다. 이러한 경쟁사들은 ‘존재하지 않는것이 아니라, 모르는 것’이다. 한국 특허청에서 만든 특허, 상표 무료검색엔진인 키프리스(http://www.kipris.or.kr)에서 간단히 검색만 해도 당신의 국내외 경쟁사를 최소 5개 이상 쉽게 찾아낼 수 있다. 만약 경쟁사가 해외에도 없다면, 최소한 당신이 ‘대체할 시장(없앨 시장)’에 존재하는 기존 기업들이라도 언급해야한다. 만약 투자유치 장표에 ‘경쟁사’가 없다면 당신의 사업은 정말 생긴지 얼마 안된 ‘신생종교’ 그 이상도 그 이하의 느낌도 줄 수 없다.


경쟁사는 칭찬해야한다. 많은 기술창업자들이 갖고있는 특유의 ‘방어기재’는 생존본능에 의해서 생긴 그것이다.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경쟁사보다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고, 어떤 점에 있어서든 ‘나은점’을 어필해야 선택받았던 경험들이 바로 기술창업자들을 ‘방어기재’에 빠트리게 하였다. 기술창업가들이 경쟁사를 칭찬하기 매우 힘들어 한다는것을 많은 투자자들은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더 우려하는것은 ‘경쟁사가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대표’인 것이다. 업계 상황에 대해서도 모르고, 업계의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지도 않고, 업계를 리드할 능력도 없는 사람이라면, 투자하고 싶지 않은것이 당연하다. 경쟁사를 감추려고 하는 것이라면, 더욱더 투자처로서는 최악이다.


경쟁사를 마음껏 칭찬해야한다. 그들이 가진 특허도 꿰고 있어야 한다. 그들이 당신보다 먼저 이 시장에 뛰어들어서 어떠한 고생을 했는지 이미 알고 있어야 한다. 어떠한 시행착오를 겪었으며, 그 결과 고객들을 얼마나 매혹시켰는지에 대해서 당신 입에서 술술 나와야한다. 그들이 얼마나 많은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고있는지, 매출이 얼마나 늘고 있는지, 영업이익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서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들이 얼마나 훌륭한 기업인들인지 당신 입으로 말해야 한다.


그 다음, 우리의 훌륭함을 이야기해야한다. 엄청난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경쟁사들을 칭찬한 후, 우리가 가진 보물을 살짝 보여줘야한다. 이미 어느 정도의 규모를 달성한 경쟁사들을 칭찬한 후, 그들과 압도적인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우리 회사만의 ‘엣지’를 선보여야한다. 연평균 성장률(CAGR) 10% 이상의 장미빛 시장에서 이미 훌륭한 경쟁사들이 달리고 있지만, 우리는 판세를 뒤집을 ‘엣지’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을 투자자들에게 이야기 해줘야한다. 설득해야한다.


만약 투자자들이 당신이 제시한 ‘엣지’에 별 감흥을 못받았다면, 더 고민해야한다. 아직 사업계획서는 완성되지 못한것이다.


엄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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