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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정한 변리사 Apr 08. 2022

주주총회를 축제로 만드는 방법


3월은 주주총회의 계절이다. 한국의 많은 기업 경영자들은 주주총회를 부담스러워한다. 이제 막 스타트업을 창업한 기업가들도 왜 그런지 모르지만 ‘주주총회’를 은근히 두려워한다. 뉴스나 드라마를 통해서 주주총회 현장에서 ‘오너 일가’간 세력다툼이 이루어지고, 경영자가 바뀌는 모습도 많이 봤을것이라서 어느정도 이해는 간다. 누가 경영진으로 선임되는가에 따라 기업의 한 해 경영실적이 좌우될 수도 있고, 기업가치에 대한 시장의 평가와 판단이 뒤바뀔 수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주주총회에 관심을 갖는다. 나도 다수의 스타트업에 주주로 참여했기 때문에 매년 3월이 되면 주주총회에 참여하기도 하고, 바쁘면 참여를 못하면서 위임장을 보내드리기도 한다. 배당이 나오면 감사하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1년간 수고하신 경영진의 노고에 감사하며 올해는 어떻게 도와드릴 수 있을지 고민이 되기도 한다. 


워런 버핏이 최고경영자(CEO)인것으로 유명한 미국의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의 정기 주주총회가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CHI헬스센터 경기장에서 개최된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주총회는 매년 4월 말에서 5월 초 사이에 개최되는데, ‘자본가들의 축제’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참가한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총은 2박3일 동안 개최되는데, 첫날은 회사에서 투자한 기업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소개하고 판매도 한다. 둘째 날에는 실제 주총을 열고, 마지막 날은 짧은 마라톤 행사도 한다. 주주총회가 정말로 축제가 되어버린 것이다. 주총 공식 안건에 대한 의결은 짧게 끝나지만, 총회에서 워런 버핏과 찰스 멍거의 Q&A세션이 진행되기 때문에, CEO의 통찰력있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매년 4만명 가까운 주주들이 직접 오마하를 방문하고 있는것이다. 



모든 기업이 버크셔 해서웨이 같은 주식회사가 될 수는 없겠지만, 창업한지 얼마되지 않은 스타트업들은 주주총회를 잘 활용하면 사업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나 역시 투자자로 상당수의 주총을 참석하면서, 주주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스타트업 대표이사들이 어떻게 주주총회를 ‘축제’로 만들어가는지 3가지를 정리해봤다.  


1.형식과 절차를 지켜서 진심으로 초대하자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들이다. 회사의 모든 의사결정사항에 대해서 주주들의 의견을 묻는것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대부분 3인 이상의 이사로 구성된 이사회를 구성하고 이사중에서 대표인 대표이사를 선임한다. 대표이사는 내부적으로 업무를 집행하고, 대외적으로 회사를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기관이다. 많은 초기창업자들은 ‘창업자’이자 대표이사인 자신이 회사와 동일인격이라고 생각하지만, 엄밀하게는 ‘기관’인 것이다. 따라서, 여전히 회사의 주인은 주주이고, 기본적으로 주주총회는 주주들을 모셔서 보고를 하는 날이다. 


주주가 몇명 없는 스타트업 경영자들에게 주주총회는 사업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단순한 멘토가 아니라 자기 돈을 투자해준 고마운 사람들이 주주들이기 때문에, 그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주주총회에서 회사의 재무제표를 승인하는것 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주주들의 조언을 듣는것이다. 꼭 3월 마지막 주에 주주총회를 개최해야 하는것은 아니기 때문에, 몇명 안되는 주주로 구성되어 있다면, 그들에게 전화로 정기 주주총회 날짜를 조율해서 정하는 것을 권장한다. (물론 정식 소집통보 절차는 상법에 정해진 것이기 때문에 지켜야한다) 주주들은 기꺼이 자기시간을 내어 주주총회에 참석해서 자신의 네트워크와 통찰력을 경영자를 위해서 베풀어줄 것이다.


리디북스에서 <기술창업36계> 전체보기

https://ridibooks.com/books/4168000021


2. 기꺼이 공개하고, 도움을 구하자


창업초기에는 사업실적과 지표가 좋기 어렵다. 적자와 어려움이 많겠지만 굳이 주주들에게 숨길필요는 없다. 특히나 엔젤투자 등으로 참여한 초기 스타트업의 주주들은 이해심이 넓은 편이다. 따라서, 상세한 자료들은 보고서 등으로 별도 제공하고, 전년도에 사업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에서는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것이 오히려 진정성 있어보인다. 초기 기업으로서 해결해야하는 문제점들을 5가지 정도로 정리하고, 주주들에게 해결방법을 물어보는것도 주주총회를 통해 회사를 성장시키는 좋은 전략이다. 



3.미래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자


사업 초기에는 누구나 어렵다. 하지만, 어려운 이야기만 하면 분위기가 우중충해진다. 내가 투자했던 스타트업의 대표이사 중에는 지난해 어려웠던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서, 업데이트 된 사업계획서를 발표하는 사람도 있었다. 주주총회에서 많이 다루어지는 ‘올해 사업계획’인데, 서면보다는 발표자료로 준비해서 발표한 것이다. 주총에 모인 주주들은 대표가 진행하는 2~30분간의 발표를 집중해서 들었고, 곧 여기저기 아는 사람들에게 카톡을 보내기 시작했다. 사업을 전개함에 있어서 꼭 필요한 사람들이 연결되기 시작했고, 그 회사는 매출이 급상승하면서 큰 규모의 후속투자유치에도 성공했다. 


주주들은 회사가 잘 되길 바란다. 경영자가 올해 사업계획서를 발표하면서 주주들과 눈을 마주치며 이슈를 설명하면, 주주들은 멘토비를 받지 않더라도 도와주고싶은 마음이 들 수 밖에 없다. 경영자가 자신이 작년에 사업을 하면서 느꼈던 부분, 해결해야하는 부분에 대해서 솔직담백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주주들은 그를 도와주고싶은 마음이 생길 수 밖에 없는것이다. 주주총회는 미래에 대한 담론이 이루어지는것 만으로도 축제가 될 수 있다.  



마치며...


주식회사는 자본주의의 꽃이다. 그리고 주식회사의 경영자인 당신, 주주인 당신, 임원인 당신은 매우 잘하고 있다. 주주와 경영진들은 기업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우리 회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제품을 통해서 많은 사회구성원들이 행복함을 느끼고 있다. 주주총회를 겁낼 필요가 없다. 주주총회를축제로 만들면 당신과 당신의 기업은 더 잘 될 것이다. 



변리사 엄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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