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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정한 변리사 May 11. 2017

한국 특허제도의 문제점과 해결방안

변리사 입장에서의 나름대로의 원인분석

우리나라는 R&D를 굉장히 잘하는 편이다. 변리사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전국의 공단과 연구소를 다녀보지만, 우리나라의 기술개발 능력은 다른 어떤나라에 비해서도 뛰어남을 많이 느낀다. 전국민이 기술과 아이디어에 관심이 높고, 새로운 발명을 만들어서 대박내는 것이 술자리의 주요 이슈이기도 할 정도로 기술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다. 연간 20만건의 특허출원이 이루어지고 있고, 세계 5대 특허국가에 포함된다고 한다. 2013년에 쓴 <특허로 경영하라>에도 언급했지만, 세계의 많은 경제기관들이 2050년이 되면, 우리나라가 세계2위의 선진국이 된다고 하는데, 정말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R&D생산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자신있게 성과를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지원사업 자금 17조원을 대학과 중소기업에 들이붓지만, 성과는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다. (관련기사 :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4/10/29/2014102901989.html)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제조)보다, 기존의 있던것을 비슷하게 모방해서 판매(유통)하는 것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전략이라고 생각한다면, 정부 R&D는 그냥 좀비기업의 생존을 위한 '눈먼돈'으로 인지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무엇을 위한 특허증인가?

쉽게 모방해서 쉽게 팔아서 돈을 벌 수 있다면, 모방한 사람이 새로 개발한 사람보다 돈을 많이 번다면, 누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까? 특허제도가 무너진다면 국가 경제의 모티브가 사라지는 것인데, 이미 아래와 같이 특허제도가 무너지고 있는 징조가 뚜렷하게 보이고 있어서 국가적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문제 1. 특허권 무효율의 증가

 '특허 소송을 걸어봐야 내 특허권만 무효가 된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이미 50%이상의 무효심판 인용률로 인하여 ( 관련기사 http://www.etnews.com/20161129000072 ) 특허를 출원하고자 하는 기업인들이 특허제도에 대해서 불신을 가지고 있다. 보험금을 탈지 못탈지 확률이 반반인데, 보험에 가입하는 사람이 있을까? 무효율을 30%대로 끌어내리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겠다. (추가기사 https://goo.gl/Fv97I7 )

<최근 5년간 특허 무효율 현황 자료. (단위:건, %) / 자료: 2016년도 국정감사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요구자료(Ill), 특허청, (2016. 9.)>


문제 2. 너무도 작은 특허소송 배상액

'특허 소송에서 이겨봐야 배상액이 얼마 안된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 관련기사 http://www.etnews.com/20170425000120 ) 특허소송으로 경쟁사를 이겨봐야, 배상액이 2000만원 내지 3000만원이라면, 특허소송을 해야하는 이유가 없다. 대법원까지 갈 경우, 시간과 비용이 엄청나게 소모되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타격을 주지 못한다면, 특허소송이라는 제도의 존재이유가 없는 것이다. 국가에서 발명가, 중소기업, 기술기반 기업을 버려둔것이나 마찬가지라고도 할 수 있다. 삼성이 애플에 특허소송으로 패소해서 선고받았던 금액은 1조 3000억원(물론, 나중에 조정됨)이었다.


문제 3. 너무나 저평가된 기업의 무형자산

국내기업들의 재무제표를 보면, 기업의 '무형자산' 항목의 산업재산권 항목의 금액을 자세히 들여다보라. 특허권 10개 이상을 가진 매출액 100억 이상의 기술기반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특허권'의 가치를 반영하는 '산업재산권' 항목의 금액은 겨우 1000만원 이하인 경우가 많다. 이는 회계사 등의 재무전문가들에 의해서 '변리사에게 준 비용 = 특허권 등의 무형재산 가치' 로 너무도 간편히 저평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는 무형자산으로서의 특허의 가치를 무너트리는 행위이고, 경제적 지표에 큰 오류를 발생시키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기업이 특허권 확보를 위해서 비용을 지출해봐야, 당연히 '자본'에 편입되어야할 특허가 너무나 저평가되고 있기 때문에, '지출된 비용'에 비해서 별 효과가 없는 것이 되어버린 현재의 상황이 개선되어야 한다.



문제1.에 대한 해결방안 - 심사품질의 강화

특허가 무효되는 퍼센테이지를 낮추기 위해서는 1)특허청 본연의 기능인 '심사'에 집중해야 한다. 현재 특허청에서 진행하고 있는 많은 사업들 중에 중소기업청에서 해야하는 것이 맞지않나 싶을 정도의 '기업지원' 서비스가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특허청은 접수된 특허출원서에 담긴 '발명'의 특허등록요건 만족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중심인 기관이 되어야 하며, '기업지원'은 특허청 본래의 설립목적이 아니다. 오히려 특허청에서 국내기업 지원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할 수록, 외국기업들의 불평등시비 제기가 늘어나게 되며, 한국특허청은 한국기업에 유리한 심사를 한다는 이미지마저 주게되어 결과적으로 '특허허브국가'가 될 수 없게된다.


또한 2)심사관이 직접 심사하도록 해야한다. 현재 '심사인력부족'을 이유로 특허정보진흥센터, 윕스 등의 민간기관에 심사외주를 맡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특허소비자들의 기대와는 다른 사실이며, 우리나라 특허의 무효인용율을 높이는 주된 이유중에 하나라고 생각된다. 문재인정부에서는 공무원을 늘린다고 하니, 심사관의 수를 늘려서, 자신의 이름으로 공문(의견제출통지서)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해야, 행정행위의 정당성이 높아지고, 특허심사의 품질이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3)심사관 업무량 분배를 심각하게 재고해야한다. 아래의 표와 같이 한국 심사관이 '자기 명의'로 심사하는 사건의 수는 유럽의 4배에 달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심사기간을 자랑(10개월?)하기 위해서 심사관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심사물량을 배정하고 있고, 심사관들은 이를 '처리'하기 위하여 1건당 투입하는 심사시간을 줄이고 있다. 일부 심사관들은 발명자들의 면담신청이 심사시간을 빼앗아간다고 하면서 면담도 부담스러워피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이다. KPI가 나라를 망친다는 속담이 특허제도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하겠다.

<2015년도 기준 심사관 1인당 처리건수 비교. (단위:건) / 자료: 2016년도 국정감사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요구자료(Ill), 특허청, (2016. 9.)>



문제 2.에 대한 해결 - 고의 특허침해 5배 손해배상

'특허 소송에서 이겨봐야 배상액이 얼마 안된다'는 인식이 전국민에게 퍼지게 되면, 사실상 국가의 경제동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것은 제도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시장규모'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5000만 인구규모에 불과하고, 중국 국내총생산의 1/8, 미국 국내총생산의 1/13에 불과하다. 따라서, 산업별로 다르긴 하겠지만, 시장규모가 작기 때문에, 결국 특허침해에 의한 손해배상액이 작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긴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특허침해를 고의로 한 기업이 패소를 하더라도 시장규모 계산에 의한 배상액만 부과한다면, 우리나라 특허제도는 10년을 못가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국회때부터 여야 국회의원들이 입법을 주장하고 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입법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관련기사 http://www.fnnews.com/news/201502151400182088) 이미 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고의에 의한 특허침해는 3배의 배상액을 부과하고 있는데, 시장규모의 한계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5배 이상의 고의침해에 의한 손해배상액 산정가능 법규를 입법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의의 입증은 어렵지 않다. 중소기업(기술공급자)이 대기업(기술수요자)과 만날때, NDA나 MOU등을 쓰는것이다. 정당한 발명가(기술개발 기업)에 대한 정당한 보상책이야말로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부디 고의적 특허침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이 통과되기를 희망한다.


문제 3.의 해결 - 은행, 금융권의 다양화

재무제표상의 무형자산 항목 중 산업재산권 금액의 저평가 문제는 회계사, 은행, 금융권 등에서 특허를 너무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물론, 특허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나오기 한참 전인) 출원당시에는 아직 시장에서의 반응을 알 수 없기 때문에 그 가치를 정확히 평가하기는 어려운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변리사한테 준 돈 = 무형자산'은 너무 심하게 왜곡된 지표라는데 대부분의 IP금융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따라서, 회계사나 감정평가사 또는 기술가치평가기관 등에 한정(?)되어 있는 '무형자산 평가' 자격을 다양하게 넓히고, 특히 은행이나 금융권에서 특허권, 상표권, 디자인권, 저작권의 가치에 대한 연구 및 각종 금융상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정부는 지난 정부처럼 IP를 매집하여 해외소송으로 돈벌어오는 기관(창의자본주식회사)을 만들기 보다는  IP기반 금융이 보다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IP인덱스 거래소' 등의 인프라를 설치하여 다양한 지원해주는 것이 진짜 특허허브국가로 발돋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경제가 제대로 순환되지 않는 이유는 '불공정'에 있다. 어차피 불공정하기 때문에, 나도 불공정한 방식으로 돈이라도 벌자는 생각을 모두가 갖게되면, 사회전체가 무너지게 되어있다. 대형 특허로펌, 특허청 산하의 공공기관인 한국발명진흥회, 그리고 이제는 개업변리사로 총 10년간 일하면서, 우리나라 특허제도에 심각한 불공정의 위기가 이미 왔다고 본다. 헌법 제23조에 명시된 발명가의 권리가 짓밟혀 버린다면, 앞으로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은 요원한 일일 것이다.


글 :  BLT 엄정한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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